걸그룹 예능 ‘청춘불패’, 진화 혹은 퇴보?
주요 출연진으로는 ‘소녀시대’ 유리와 써니, ‘카라’의 구하라, ‘브아걸’ 나르샤, ‘포미닛’ 현아, ‘시크릿’ 한선희 , ‘티아라’의 효민. 물론 MC 남희석을 중심으로 노주현과 김태우, 김신영이 가세해 예능프로그램의 구색을 갖췄으나, 철저하게 포커스는 일곱명의 걸그룹 멤버들에게 비춰진다. 그녀들의 활약여부에 따라 프로그램의 성패가 갈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회용 특집이 아닌, 본격 걸그룹 버라이어티가 케이블이 아닌 지상파를 통해 방송된다는 점에서 <청춘불패>는 앞으로의 예능 판도에 나침반이 될 것이다. 작게는 멤버 개개인의 예능 ‘끼’를 노출함으로써, 가수로서가 아닌 예능MC나 패널로의 가능성을 엿보는 시험대가 될 것이고, 크게는 프로그램의 성공여부에 따라 제2, 제3의 ‘청춘불패’가 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걸그룹이 주축이 된 ‘청춘불패’, 예능의 진화일까, 퇴보일까?
현재 버라이어티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양분되어 있다.
<무한도전>, <1박2일>. <패떴>으로 대표되는 리얼버라이어티와 <놀러와>, <황금어장>, <강심장>, <세바퀴> 등과 같은 토크버라이어티가 대세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느낌표>와 같은 공익버라이어티의 몰락은 물론이고, 과거에 재미를 톡톡히 본 <강호동의 천생연분>과 같은 연애버라이어티가 <골미다>, <스친소>로 이어지면서 생명을 다하기 시작했고, <건강보감>, <맛대맛>, <비타민>과 같은 웰빙버라이어티가 <동안클럽> 이후 하향세를 탄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신동엽의 <마음을 움직이는 퀴즈쇼 300>이 신설되었으나, <스타골든벨>, <퀴즈 육감대결>등과 같이 면피용 프로그램을 제외하곤 <브레인 서바이버>의 성공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는 퀴즈 버라이어티도 한몫 거들었다고 볼 수 있다.
예능의 환경이 이렇다 보니, 리얼바라이어티와 토크버라이어티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방송이든 기업이든 성공가능성이 담보된 곳에 투자를 하게끔 되있다. 하이브리드차가 대세라면, 거기에 기술과 자본이 쏠리는 것도 당연하다. 차별을 준다면 전통적인 브랜드의 가치와 디자인을 비롯한 옵션에서 찾는 일반화를 거친다.
선택과 집중이 표면적으로 가시화되는 예능의 과도기.
방송은 ‘인기’라는 단순한 코드에 집중한다. 특히나 광고수익에 예민한 상업방송의 경우, 이 점을 무시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걸그룹들을 모태로 한 버라이어티는 나올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오히려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리고 성공을 위한 토대는 식상하다는 단점을 지우고도 남을 장점 많은 리얼버라이어티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나 이 점을 <청춘불패>에 대한 우려로 제기하는 시각이 있다. 걸그룹판 <패떴>, 걸그룹판 <1박2일>이란 것이다. 안 봐도 비디오같은 리얼버라이어티를 굳이 편성할 이유가 있느냐는 시각이다. 단순히 걸그룹의 인기를 등에 업고 급조한 듯한 프로그램이 <희희낙락>과 같은 콩트코미디를 폐지시킬 정도의 가치가 있을까.
사실 대중문화에서 예능프로그램만큼 편중현상이 심한 곳은 드물다. <이경규의 양심냉장고>가 성공하자 방송3사가 공익버라이어티에 몰두했고, 강호동의 <천생연분>이 인기를 끌자, 아류의 연애프로그램이 줄을 이었다. <무한도전>이 히트를 치자 리얼버라이어티가 대세를 탄 현시점에서 <청춘불패>는 시류에 편승한 것이다. 비단 <청춘불패>뿐 아니라, 어느 프로그램도 리얼이란 컨셉을 달지 않고서는 살아남기 힘든 시장속에 있다. 굳이 차별을 준다면, 컨셉과 멤버의 구성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현재 트렌드에서 주목할 점은 멤버의 구성에 있다.
해피선데이의 <남자의자격>은 이경규, 김국진 등을 중심으로 중년버라이어티를 표방하며 아저씨들이 주축이 된다. 그 흔한 아이돌 한명 없다. 줌마버라이어티 <세바퀴>는 어떤가. 고정패널들이 아줌마들로 구성되어 있다. 최근 바닥까지 떨어지긴 했으나 <미녀들의 수다>의 경우, 몇 년간 월요일의 강자로 흔들림없는 인기를 구가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아닌, 외국인 여성들로 한정지었기 때문이다. 연예인부부들이 참여하는 토크쇼 <자기야>도 마찬가지다. 최근 예능프로그램은 이렇듯 출연진들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리얼버라이어티와 토크버라이어티가 대세를 타다 보니, 시장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엇비슷한 구조와 컨셉속에서 가장 눈에 띄는 차별을 줄 수 있는 것은 멤버의 구성이 되고 있다. 연장선에 있는 <청춘불패>는 리얼버라이어티라는 집중속에 걸그룹을 선택한 것이다.
앞으로의 버라이어티는 더욱 이러한 형태를 취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기존의 <무한도전>이나 <1박2일>, <패떴>과 같이 예능인과 가수, 배우를 적절히 조합하기보단 기존의 유재석, 강호동과 같은 메인MC는 두되, 아저씨, 아줌마버라이어티, 아이돌버라이어티, 혈액형버라이어티, 탤런트버라이어티식으로 직업이나 세대 등과 같이 특정분야에 따라 기능적으로 보다 세분화시킴으로써 차별을 부를 가능성이 높다. 리얼과 토크버라이어티가 대세인 현시점에선 더욱 그러하다.
새롭게 선보일 걸그룹 예능 <청춘불패>의 성공과 실패를 논하기에 앞서, 그녀들의 출현은 당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인기영합주의로 비춰질 수 있기에 버라이어티가 정체 혹은 퇴보했다는 시각이 공존할 수 있으나, 리얼버라이어티라는 소비시장내에서 만큼은 진화를 위한 몸부림을 하고 있다는 것이 맞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