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김민지 결혼식, 에브라 왜 최고의 하객일까
현재 유럽 최고의 축구클럽은 어디일까. FC바르셀로나? 레알마드리드? 바이에른 뮌헨? 맨체스터시티? 첼시? 솔직히 우열을 가리기 힘들만큼 위에 거론한 팀들은 실력과 명성, 인기를 고루 갖춘 클럽들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익숙한, 박지성이 뛰었던 잉글랜드의 명문 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지난 시즌 모예스체제에서 맨유제국은 끔찍할 정도로 몰락했다. 모예스를 대신해 네덜란드 국가대표 감독 루이스 반할 감독을 영입했으나, 유럽챔피언스리그(UEFA) 티켓을 놓쳐버린 터라, 현재 빅스타영입을 통한 리빌딩에 난항을 겪고 있다. 때문에 2014-2015시즌에서 맨유의 반등이 생각만큼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자칫 리버풀이 걸었던 암흑기를 맨유가 밟는 건 아닐지 우려스러울 정도.
현재의 맨유를 보면 새삼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국내에 유럽축구 열풍을 가져왔던 박지성 그리고 맨유를 생각하면 더욱 말이다. 2005년 여름, 박지성이 맨유로 이적한다고 했을 때, 많은 축구팬들은 기분 좋은 충격에 빠졌었다. 당시 유럽 최고의 인기클럽이자, 축구종가 EPL(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No.1 클럽 맨유에 대한민국 선수가 뛰게 된다니. 사실이지만 사실처럼 느껴지지 않았던 박지성의 맨유 입단. 박지성이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 함께 유니폼사진을 찍고 나서야 믿을 수 있었던.
당시 맨유에는 유럽 최고의 스트라이커 반니스텔루이를 중심으로 루니, 라이언 긱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스콜스, 로이킨, 리오 퍼디낸드, 게리 네빌 등 실력도, 몸값도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각 포지션에 위치했었다. 특히 윙어 박지성이 주전 자리를 두고 경쟁해야 할 상대는 맨유의 레전드 라이언 긱스와 현재는 세계 최고이나 당시에는 미완의 대기였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당연히 많은 축구팬들이 우려했었다. 과연 박지성이 맨유의 주전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유니폼 판매원으로 전락하는 건 아닐까. 부정적인 시선도 상당했었다.
하지만 당시 퍼거슨 감독이 맨유의 리빌딩을 시작했고 박지성도 그 안에 계산된 선수임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공격력이 좋은 호날두의 파트너로 노련했지만 전성기가 지난 라이언 긱스보다는 활동량이 풍부한 박지성 그리고 오웬 하그리브스를 택한 것이다. 덕분에 상대에 따라 주전카드가 달라지고 공격전술의 변화가 용이해졌다. 그리고 겨울 이적시장에서 파트리스 에브라와 네마야 비디치를 영입했다. 로이킨이 은퇴했지만 대런 플레처와 영입한 마이클 캐릭으로 중원은 오히려 젊어지고 활동량이 많아졌다. 반니스텔루이가 빠진 자리는 카를로스 테베즈와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로 메웠다. 그렇게 퍼거슨감독의 리빌딩은 완성됐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공격에서 압도적인 스피드를 자랑한 테베스-루니-호날두-박지성은 신개념 판타스틱4를 형성했다. 스콜스의 노쇠화로 중앙이 상대적으로 부실하긴 했어도 수비에서 리오퍼디낸드와 네마야 비디치 듀오로 최강의 벽을 구축했다. 덕분에 실점은 적고 득점은 많은 축구가 가능해졌다. 비록 에브라와 박지성의 왼쪽에 비해, 은퇴한 게리 네빌의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시원하게 털렸던 웨스브라운과 존오셔 오른쪽이 안습이긴 했어도, 맨유의 전력은 리빌딩을 통해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그 결과물로 박지성이 뛰는 동안 맨유는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 준우승 2회, EPL우승 4회 등을 이뤄냈다.
퍼거슨 감독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능력을 극대화시킬 파트너이자 라이언 긱스의 대체자로 박지성을 선택했다. 어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맨유의 퍼즐조각 박지성. 세계적인 명장 퍼거슨이었기에 완성된 퍼즐. 그리고 박지성을 영입한 후, 6개월 뒤 겨울이적시장에서 수비강화를 목적으로 에브라와 비디치를 영입한 신의 두수. 재밌는 건, 맨유의 리빌딩에 있어 핵심이었던 박지성-에브라-비디치의 몸값이 각각 천만유로가 안 됐다는 사실이다. 너무 싸게 영입해서 정말 비싸게 써먹은 셈이다.
그런데 퍼거슨과 함께 맨유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선수들이 하나둘 맨유를 떠나고 있다. 일단 퍼거슨 감독이 은퇴했다. 선수로는 QPR-에인트호벤을 거쳐 은퇴를 선언한 박지성을 필두로, 비디치는 인터밀란으로, 리오퍼디낸드도 QPR로 이적했다. 에브라는 유벤투스로 떠났다. 박지성과 함께 주전으로 그라운드를 누볐던 맨유의 선수들이 하나 둘 이적을 하거나 은퇴를 하거나. 그렇게 맨유는 또 다른 리빌딩을 시작하고 있다.
맨유에서 성공신화를 쓴,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축구스타 박지성이 27일 김민지 아나운서와 결혼식을 올렸다. 수많은 하객들이 결혼식을 찾았다. 히딩크감독을 비롯해, 차범근, 안정환 등 축구계 인사들과 선수들, 박찬호, 박태환 등 스포스스타들, 이병헌, 유재석, 싸이, 김선아 등 유명 연예인들이 신혼부부 박지성-김민지의 앞날을 축복했다. 그리고 참석여부가 불투명했지만 결국 의리를 과시한(?) 박지성의 절친 파트리스 에브라도.
박지성과 김민지의 결혼식엔 두 사람을 이어준 배성재 아나운서를 비롯해 많은 하객들이 있었지만, 가장 눈에 띄는 건 에브라일 수밖에 없다. 에브라는 지난 브라질월드컵에서 프랑스 국가대표팀 선수로 뛰었다. 그리고 이번에 맨유에서 유벤투스로 이적했다. 에브라에겐 휴식도 필요하고 새 팀에 적응도 해야 하는 시기다. 아무리 박지성의 절친이라지만, 결혼식까지 참석하기엔 무리로 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에브라는 박지성의 결혼식을 찾았다.
에브라가 박지성 김민지 결혼식의 최고 하객처럼 보일 수밖에 없는 건, 단순히 그들의 우정때문만은 아니다. 박지성의 축구 역사가, 특히 유럽 최고의 명문 축구클럽 맨유에서 뛰었던 박지성은 에브라로 설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에인트호벤의 박지성과 AS모나코의 에브라가 윙어와 윙백으로 만났다. 서로를 이기기 위해서 치열하게 다투었다. 그리고 1년 뒤 그들은 맨유에서 재회하고 성장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에 의해서. 박지성은 맨유에서 수비형 윙어였지만 빅게임에 강했던 골잡이로, 이름없는 영웅으로 빛났다. 에브라는 세계 최고의 윙백으로 꾸준함이 돋보였다. 둘이 함께 한 맨유의 왼쪽라인은 결혼식에서 보여준 그들의 진한 우정만큼이나 명불허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