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사랑이야, 1회를 보고 생각난 소설가?
다수가 한 집에서 살면서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인 침실은 각자 따로 사용하지만 거실, 화장실, 욕실 등은 공유하는 셰어하우스(share house). 가족은 아니지만 가족의 형태를 띤 또 다른 동거문화 셰어하우스를 소재로 한, 조인성-공효진 주연의 SBS 새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가 23일 첫방송됐다.
‘괜찮아 사랑이야’는 작은 외상에는 병적으로 집착하며 호들갑을 떨지만 마음의 병은 짊어지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과 사랑을 되짚어보는 이야기다. 이를 효과적으로 풀어가기 위해 인기 추리소설 작가 겸 라디오 DJ 장재열(조인성), 대학병원 정신과 전문의 지해수(공효진), 정신과 개업의 조동민(성동일), 투렛증후군 환자 박수광(이광수)이 홈메이트인 셰어하우스를 다루는 셈이다.
극중 조인성이 맡은 주인공 장재열이 소설가. 드라마의 소재는 셰어하우스. 그래서인지 떠오르는 소설가와 작품이 있다.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 ‘퍼레이드’. 셰어하우스에 남자 셋 여자 둘이 산다. 그들은 직업도, 나이도, 성격도 다 다르다. 왜 같이 사는 지 알 수 없을 만큼 공통점을 찾을 수 없다. 굳이 닮은 걸 찾는다면 다들 쿨한 ‘척’한다는 것. 하지만 실제 겉과 속이 다른. 함께 살아서 친한 것 같지만 서로가 숨기는 게 많은. 어쩌면 그래서 더 현대인의 모습과 가까운.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의 작가가 노희경이다. 인간의 내면, 심리에 대한 묘사가 뛰어난 작가다. 그녀의 작품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쿨한 것 같지만 실제는 그렇지 못하다. 겉으론 쿨한 척 해도 속으론 끊임없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다. 때문에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 ‘퍼레이드’의 느낌이 묻어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셰어하우스란 소재도 같지만, 쿨한 ‘척’하는 노희경 특유의 캐릭터들이 여지없이 등장할테니까.
그리고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의 1회. 역시나 노희경은 배신하지 않는다. 주인공인 장재열(조인성)과 지해수(공효진)가 참 쿨하다. 문제는 너무 과하게 쿨하다. 쿨한 건지 느끼한 건지 구분이 안 갈 정도다. 그래서 쿨한 ‘척’했지만 담백했던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 ‘퍼레이드’와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괜찮아 사랑이야 1회는 요시다 슈이치가 아닌 기욤 뮈소를 연상시켰다.
지금은 자기 복제가 심해져 스스로 아류작을 양산중에 있지만, ‘구해줘’, ‘그 후에’, ‘종이여자’ 등으로, 해외는 물론 국내에도 잘 알려진 프랑스 소설가 기욤 뮈소. 그의 소설은 로맨스를 다루면서도 스케일이 크고 스피디한 전개와 디테일한 묘사가 돋보여 대중적으로 인기가 좋다. 소설을 읽었는데 영화를 본 느낌, 기욤 뮈소의 힘이다.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1회만 놓고 보면, 전개가 스피디하지도 않고 스케일이 크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럼에도 기욤 뮈소의 소설 초반부가 드라마로 옮겨진다면, ‘괜찮아 사랑이야’ 1회의 느낌이 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 장재열(조인성)과 지해수(공효진)를 시각적으로 묘사하고 포장하는 게 상당히 디테일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외모뿐 아니라 성격, 표정, 말투, 직업, 집, 차 등 주인공이 가진 유무형의 모든 것에 포장이 들어갔다. 장면장면마다 드라마가 아닌 마치 CF광고를 보는 듯했다. 다만 문자로 표현된 기욤 뮈소의 소설 속 주인공들이 초반부터 강한 매력을 발산하는데 반해, 영상으로 구현된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의 주인공들은 그다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비주얼에 공들였던 장면들이 오히려 시청의 몰입을 방해했다. 화려한 느낌보단 화면을 어지럽히는 느낌이 앞섰다. 극을 산만하게 만들었다. 완급조절의 실패다. 주인공이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목적을 추구하는지에 대해 효과적으로 드러나야 할 드라마의 1회가, 주인공의 껍데기만 훑는데 주력하다 끝나버렸다. 주인공의 껍데기를 찬양하느라 알맹이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그 찬양마저 주입식이라 공감을 사기 힘들었고, 극이 전반적으로 산만하다보니 어디서부터 재미를 붙들어야 할 지 난감했다.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1회는 안 괜찮았다. ‘주인공 장재열과 지해수가 만났다.’ 솔직히 1회에선 그것만 기억하고 나머지는 다 지워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그만큼 특별한 내용이 없다. 오히려 멋만 부린. 쓸데없이 힘만 너무 들어간 느낌이랄까. 제작진도, 배우들도. 셰어하우스에서 장재열과 지해수가, 조동민과 박수광 등이 함께 살면 달라질까. 달라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