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월드컵 우승, 아르헨티나 리오넬 메시는 왜 눈물 흘리지 않았나
아르헨티나 축구천재 리오넬 메시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축구황제 펠레와 마라도나를 뛰어 넘는, 진짜 축구의 신이 인간계에 나타났다고 생각했다. 찬사가 따로 필요없는 최고의 수식어 ‘축구의 신’. 이를 입증하듯 리오넬 메시의 발끝에서 인간의 한계를 뛰어 넘는 수많은 역사가 쓰여졌다. 그리고 그는 축구의 신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에 들어섰다. 2014 브라질월드컵 ‘독일vs아르헨티나’ 결승전.
독일은 브라질월드컵 참가국 중 최고의 조직력을 자랑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마리오 괴체-토마스 뮐러-슈바인 슈타이거-토니 크로스-필림 람-제롬 보아텡-마누엘 노이어 등, 유럽 최고의 클럽 바이에른 뮌헨 소속 선수들이 팀의 주축을 이루기 때문이다. 공격-미드필더-수비라인에 골키퍼까지 주요선수가 한 클럽, 그것도 유럽 최고의 클럽(바이에른 뮌헨)에 소속돼 꾸준히 발을 맞춰 왔다. 그래서 독일에게 두려움이란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었다. 부상자로 인한 공백. 그러나 다행히도 독일의 조직력을 와해시킬, 별다른 전력 누수없이 아르헨티나와의 결승전에 나섰다.
조별예선에서 가나와 미국 등에 고전했던 독일이 아니다. 강호 프랑스와 브라질을 경기력에서 압도하고 결승까지 올라온 독일이다. 그렇다면 2014 브라질월드컵 결승전은 단순해졌다. 완전체로 가는 전차군단 독일의 조직력에, 과연 아르헨티나 축구영웅이자 축구의 신이라 불리는 리오넬 메시가 흠집을 낼 수 있을 것인가. 반대로 독일은 그라운드에서 메시를 신이 아닌 평범한 인간으로 전락시킬 수 있을 것인가.
1-0. 독일 승리. 요하임 뢰브 독일 감독의 용병술이 통했다. 교체로 투입된 마리오 괴체가 연장 후반 결승골을 성공시켰고, 리오넬 메시는 마지막 프리킥 찬스마저 날린 채 고개를 숙였다. 신이 아닌 인간 마리오 괴체의 결승골이 오랫동안 이어져 온 월드컵의 법칙, 징크스를 깨부쉈다. 개최대륙 우승 법칙도, 펠레의 저주 등도 독일의 조직력을 무너뜨리지 못했고, 괴체의 발리슛을 막지 못했다. 단지 유일하게 막은 건 리오넬 메시가 월드컵을 들어 올리는 것. 축구의 신이라 불렸지만 경기결과를 바꿀 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보여준 것.
리오넬 메시는 왜 눈물을 흘리지 않았을까
많은 축구팬들이 독일의 월드컵 우승을 예상했다면, 예상을 빗나간 부분도 있다. 바로 리오넬 메시의 눈물이다. 독일과의 결승전이 끝나면 리오넬 메시는 반드시 눈물을 흘릴 것이다. 우승을 한다면 감격에 겨워서, 반대로 우승이 좌절되면 슬픔을 참지 못해서 눈물을 흘릴 것이다. 그렇게 독일의 우승 이상으로, 메시의 눈물을 예상하고 확신했던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예상을 깨고 리오넬 메시는 울지 않았다. 디마리아 등 동료선수들이 눈물을 흘릴 때도 메시만은 울지 않았다. 물론 그도 슬픔에 침통해 보였지만 눈물까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몹시 화난 듯 보였다. 자신의 경기력에 만족하지 못해 마음속에 분노가 가득한 것처럼 보였다. 대회 MVP인 골든볼을 수상하면서도 메시는 전혀 웃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브라질월드컵 결승전의 최대 반전은 리오넬 메시의 눈물이 아닌 분노로 느껴질 정도다.
2014 브라질월드컵이 리오넬 메시에게 있어 마지막 월드컵이 될 거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한다. 이미 메시의 전성기가 저물고 있기 때문이다. 4년 뒤 메시의 기량은 지금보다 떨어져 있을 게 자명하다. 그래서 이번 브라질월드컵이 메시가 우승컵을 들어 올릴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고, 그가 펠레와 마라도나를 뛰어 넘는 진정한 축구의 신으로 등극하길 축구팬들은 기대했다. 하지만 축구의 신은 인간이 신이라 불리는 걸 원치 않았나보다. 축구가 줄 수 있는 모든 걸 메시에게 주었지만, 월드컵만은 허락하지 않았다.
리오넬 메시는 울지 않았다. 자신의 축구인생에서 월드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월드컵에서 리오넬 메시는 끝났다고 생각한 우리를 마치 비웃듯이, 메시는 4년 뒤를 기약하는 것 같았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 다시 한번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그의 눈물샘을 막고 있는 듯했다. ‘지금은 눈물을 흘릴 때가 아니다.’
그렇다. 우리가 간과했던 것이다. 축구는 혼자서 하는 게 아니라 11명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번에 우승한 독일을 보라. 클린스만처럼 걸출한 스트라이커가 있을 때는 우승하지 못했다. 메시나 네이마르를 앞세운 아르헨티나나 브라질처럼 누구 한명의 힘이 커서 독일이 월드컵 결승에 오르고 우승을 차지한 게 아니라, 팀 독일이, 팀 조직력이 슈퍼스타보다 강했기 때문에 우승할 수 있었다. 월드컵 준우승에 머무른 아르헨티나도 리오넬 메시의 의존도를 줄이고 팀 아르헨티나로 완성될 때,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재차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
리오넬 메시는 경기결과마저 좌우하는 축구의 신은 아니다. 하지만 메시가 신이 아니기 때문에 그의 멈추지 않는 도전이 아름다운 것이다. 메시의 전성기는 끝났다. 그렇게 메시의 월드컵은 끝났다고 우리는 쉽게 생각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생각일 뿐이다. 독일과의 결승전이 끝난 후, 메시가 눈물을 흘릴 것이라고 모두가 예상했지만 보기 좋게 빗나갔듯이. 리오넬 메시의 축구는, 월드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래서 더 궁금하다. 4년 뒤에는 리오넬 메시의 뜨거운 눈물을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