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미남이시네요, 쓴맛나는 보약드라마?

바람을가르다 2009. 10. 8. 17:10
<태양을 삼켜라>후속으로 10 7 SBS수목드라마<미남이시네요>가 첫선을 보였다. 남장여자로 무난하게 변신한 박신혜를 이슈로 끌어 올리며, 무주공산이라 할만큼 뚜렷한 히트작을 배출하지 못하는 수목이란 시간대에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드라마는 A.N.JEEL라는 10대 인기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성장과정과 이들을 둘러싼 사랑과 갈등을 담는 작품답게, 전반적으로 순정만화 느낌을 자아낸다. 

 

장근석, 박신혜,이홍기 등 신세대 연기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는 기획의도부터 시놉까지 철저하게 10대 중심의 젊은층을 겨냥했다고 볼 수 있다.  더군다나 몸에 좋은 보약은 다 쓸어 담았다. <꽃보다남자> F4를 연상시키는 멤버들과 <커피프린스1호점>의 고은찬(윤은혜)의 남장여자 컨셉을 차용한 고미녀(박신혜). 덧붙여 아이돌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온에어>,<그바보>,<스타의사랑>등 연예인드라마의 연장선에 있다. 다시말해 흥행코드가 될만한 이슈들은 죄다 끌어 모았다고 평할 수 있다.

기대감을 반감시키는 짜깁기 드라마.

국내 작가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드라마 소재는 불륜 등을 다룬 막장드라마, 신데렐라스토리, 학원물, 연예인 등이다. 문제는 컨텐츠의 개발은 둘째치고, 내용의 전개가 한결같다는데 있다. <미남이시네요>도 마찬가지다. 1부를 보았는데, 전부를 본 것 같은 느낌은 어쩔 수 없다. <커피프린스 1호점>은 물론이고, <꽃보다 남자>가 오버랩된다. 여기에 같은 소재의 일본드라마 <아름다운 그대에게 파라다이스>와 같은 작품과 비교된다는 점도 아쉽다. 제목까지 꽤 알려진 프랑스영화 <미남이시네요>를 따왔으니... 

 

무엇보다 같은 소재를 다루는 방법이 유사하다는 것이 실망스럽다. 최근 들어, 한국드라마에는 성공한 아이돌, 성공한 스타만이 등장한다.  왜 드라마에는 스타 혹은 인기 아이돌을 꿈꾸는 연습생이 없을까. 무대한번 오르지 못한 채 돌아서는 수많은 스타와 아이돌이 있는데도 말이다. 전도연, 조인성 주연의 <별을 쏘다>와 같은 발상의 전환은 찾아보기 힘들다. 꽃남증후군에 빠진 듯한 드라마들이 대기하고 있을 뿐이다.

비단 드라마뿐 아니라, 영화든, 음악, 예능이든 국내의 대중문화시장은 대박을 친 장르나 소재에 집중하는 쏠림 현상이 강하다. 그만큼 재탕, 삼탕 우려내는 기술도 수준급이라고 할 수 있다. 덕분에 이렇다 할 콘텐츠를 발굴하지 못한 채, 한류시장이 문을 닫는 현실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미남이시네요>는 각종 흥행코드를 들이부은 보약같은 드라마다. 그러나 아직은 먹는다고 좋아지지 않는 쓴맛만 풍기는 주전부리에 불과한 느낌이다. 그렇다고 같은 시간대에서 맞붙게 될 이병헌, 김태희 주연의 첩보물 KBS드라마<아이리스>삼류신문사 열혈기자로 나올 이준기의 MBC드라마<히어로>를 무턱대고 신뢰를 할 순 없다. 소재 이상으로 중요한 건 내용의 질이기 때문이다.

시청자의 입장에선 장르의 폭이 넓어지고, 다양한 소재를 바탕으로 신선한 에피소드를 뽑아낼 수 있는 드라마가 많아지길 바란다. 장근석과 박신혜 투톱은 근래 들어 부쩍 잦아진 주연배우의 연기력 논란에선 자유로운 느낌이다. 그러나  <미남이시네요>가 꽃남의 아류 <아가씨를 부탁해>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남장여자 박신혜의 머리카락을 자르고 꿀벅지의 유이로 홍보할 게 아니라, 짜깁기의 오명을 벗을 수 있는 신선한 에피소드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미남이기 때문에 용서되는 드라마가 아닌, 흔한 소재라도 신선함을 불러올 수 있는 드라마를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