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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호 향한 이영표 안정환의 일침, 기성용 손흥민 왜 눈물을 흘리는가

바람을가르다 2014. 6. 27. 10:19

 

 

 

대한민국 홍명보호에 기적은 없었다.

27일 상파울루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H조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후반 32분 얀 베르통언의 결승골로 한국은 벨기에에 0-1로 패하고 말았다. 결국 한국의, 아시아의 브라질 월드컵 첫 승도, 16강 진출도 좌절됐다.

 

한국도 기회가 있었다. 벨기에 빌모츠감독은 공언한대로 한국전에 주전선수 반 이상을 선발라인업에서 제외했다. 반대로 홍명보감독은 지난 러시아와 알제리전에서 많은 축구팬들에게 실망을 줬던 박주영과 정성룡을 대신해 김신욱과 김승규를 선발로 투입했다. 그리고 선수교체의 효과는 벨기에보단 한국에게 두드러졌다.

 

일단 골키퍼 김승규의 안정감이 돋보였다. 위험상황에서 뛰어난 판단력으로 볼처리를 매끄럽게 가져갔다. 월드컵 처녀출전으로 믿기지 않는 김승규의 안정감이, 그동안 홍명보호의 가장 불안했던 포지션 골키퍼의 문제점을 해소시켰다. 골키퍼가 든든하게 버텨주자 수비도 알제리전에 비해 훨씬 안정적으로 이뤄졌다. 수비가 되니까 공격도 원활하게 풀렸다.

 

 

 

 

특히 전방에서 상대수비수에게 밀리지 않고 제공권을 장악했던 김신욱은 알제리전에 이어 벨기에전에서도 한국팀의 매우 효과적인 공격 옵션의 축이었다. 뿐만 아니라 전반 말미엔 벨기에 미드필더 드푸르의 퇴장을 이끌어내, 한국이 수적으로 우위를 점하도록 만들었다. 불가능해 보였던 한국의 16강 진출 경우의 수, 벨기에에 두 골차 이상의 승리가능성이 높아진 건, 드푸르의 퇴장을 이끌어낸 김신욱 효과 덕분이었다.

 

그리고 후반전. 어쩌면 지난 도하의 기적처럼, 정말 기적같은 16강도 가능할지 몰랐다. 더군다나 같은 시각 러시아가 알제리에 1-0으로 앞서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경우의 수가 말이 돼 보이기 시작했다. 홍명보감독도 승부수를 던지듯, 후반 시작과 동시에 수비형 미드필더 한국영을 공격수 이근호로 교체했다. 그리고 예상대로 후반전에 한국은 11-10의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전반전보다 더 강하게 벨기에를 몰아붙였다.

 

문제는 골결정력이었다. 마치 일본 축구대표팀을 보는 듯 했다. 문전까지는 볼이 잘 배달되는 데, 슈팅을 때리지 못하는 일본의 스시타카. 슈팅을 때려도 골문을 외면하는 저주받은 결정력. 제대로 된 유효슈팅이 나오면 골키퍼 정면을 향하는 일본축구. 벨기에전 한국이 그랬다. 수적우위를 바탕으로 골문근처까지는 볼이 배달됐지만, 벨기에의 밀집수비를 완전히 벗겨내진 못했다. 그럴 땐 과감한 슈팅도 필요했지만 자꾸 뒤로 공을 돌리는. 공격수도 아닌 미드필더 기성용이 그나마 과감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었다.

 

 

 

 

물론 벨기에의 밀집수비를 벗겨낸 완벽한 찬스도 몇 차례 있었다. 그럴 때마다 귀신같이 벨기에의 골키퍼 티보 쿠르트와의 거미손에 걸리고 말았다. 홍명보호의 골결정력에 문제는 벨기에의 골키퍼 쿠르트와 선방쇼와 기막힌 궁합을 보였다. 쿠르트와는 철벽방어란 무엇인가를 보여줬다. 한 골을 넣는 게 얼마나 어려운 지 보여줬다. 그에 비하면 알제리전에서 너무나도 쉽게 골을 내줬던 정성룡이 대표팀으로선 아쉬울 수밖에. 쿠르트와나 벨기에전에서 선방했던 김승규를 보면 더욱.

 

골을 넣어야 할 때 넣지 못하면 역으로 상대에게 기회를 주는 게 축구다. 한국은 수차례 기회를 잡았지만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교체카드로 지동원과 김보경을 투입하며 득점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려 했지만, 오히려 한국의 고질적인 실점패턴, 상대에게 역습찬스를 내주며 무너졌다. 선수가 한명 많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수비는 또 다시 상대의 역습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벨기에에게 골을 내준 뒤엔 선수들의 다리가 풀렸다.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한 패스플레이도 미스플레이를 반복했고, 상대를 강하게 압박했던 투혼도 선수들에게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벨기에선수가 한명 부족한 게 맞나싶을 정도로 경기 흐름마저 내주고 말았다. 그렇게 후반전 벨기에에게 내준 한골의 의미는 다리 풀린 선수들에게도, 지켜보는 국민들에게도 크게 다가왔다. ‘이건 안 된다.’

 

 

 

 

홍명보호의 기적은 없었다. 한국이 탈락하고 벨기에와 알제리가 16강에 진출했다. 실낱같았던 한국의 16강 경우의 수도, 알제리가 러시아와 무승부를 거두면서 얼마나 부질없는 욕심이었는지 깨닫게 만든다. 켈트십자가 논란을 부추기고 러시아의 승점삭감 여부에 촉각을 세우거나, 도하의 기적을 운운하며 16강의 끈을 놓지 못하고 경우의 수에 매달렸던 게, 벨기에전이 끝난 지금 한심하게 느껴질 만큼 브라질월드컵에서 홍명보호의 경기력은 수준 미달이었다.

 

경기가 끝난 후, 홍명보감독을 비롯해 기성용, 이근호, 김승규선수 등의 인터뷰가 있었다. 홍명보감독은 조별예선 1무2패로 16강 진출은 커녕 1승도 못해, 많은 국민에게 실망을 안긴 대표팀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한쪽에선 대표팀의 막내 손흥민선수가 눈물을 쏟는 장면이 화면에 잡혔다. 그리고 이 날 가장 활약이 좋았던 기성용선수도 인터뷰내내 눈물을 흘렸다.

 

왜 눈물을 흘리는 걸까. 패배가 너무 아프기 때문일 것이다. 기대한 만큼 경기력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대표팀을 성원해준 국민들께 너무 미안해서 일 것이다. 하지만 눈물이 해결해주는 건 아무것도 없다. 눈물이 승리를, 16강을 보장하지 않는다. 한국 축구대표팀에게 눈물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국민들이 선수들의 눈물을 보고 싶은 것도 아니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을 통해 한국축구는 눈물이 아닌 반성을 해야 한다.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여기에 대한 답을 안정환 해설위원은 거두절미하고 실력이라고 말했다. 냉정하게 말해서 지금 한국축구는 실력이 떨어진다. 실력이 없으니 정신력도 무용지물이다라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이영표해설위원은 월드컵은 경험을 쌓기 위해 출전하는 대회가 아니라 실력을 증명하는 대회라고 말했다.

 

안정환-이영표 해설위원이 홍명보호를, 대한민국 축구를 냉정하고 정확하게 진단내렸다. 한국축구에 필요한 건 눈물이 아니라 실력이다. 투혼, 정신력도 실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결과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실력부터 키우라는 얘기다. 그렇다. 실력이 안 되는데 16강, 8강을 운운하는 건 요행이다. 그것이야 말로 한국축구가 반성해야 할 첫 번째다.

 

이번 브라질월드컵을 통해 대한민국 축구의 현주소, 실력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세계축구 선진국과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월드컵 조별예선에서 16강이 아닌 1승이 목표였던 과거 한국수준으로 추락했다. 그러니 16강에 탈락했다고 해서 억울할 이유없다. 실력이 안 돼서 1승도 못한 것이고 그것은 공정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안 되는 실력에 8강, 16강 가면을 씌운 것뿐이다. 그러니 가면이 벗겨진 지금, 고개를 숙일 필요도 없고 눈물을 흘릴 이유도 없다. 그래도 흘려야겠다면 2018년 러시아월드컵을 위해 아껴둬라. 더 강해져라. 노력과 땀으로 빚은 실력부터 보여주고서 뜨거운 눈물은 흘려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