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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알제리 이길 수 있을까. 러시아전 무승부 나비효과 '경우의 수'

바람을가르다 2014. 6. 18. 12:29

 

 

 

 

아쉽다는 반응이 쏟아질 만 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대표팀이 러시아와의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1-1 아쉬운 무승부를 거뒀다. 원톱 박주영을 대신해 후반에 교체 투입된 이근호가 중거리슛으로 선제골을 기록해 앞서 나갔지만, 불과 몇 분 뒤 역시 교체 투입된 러시아의 케르자코프에게 통한의 동점골을 내주고 말았다.

 

 경기. 상대가 러시아. 승점 1점을 나눠 가진 무승부가 어쩌면 홍명보호에게 썩 나쁜 결과로 볼 순 없다. 그러나 경기를 복기해 보면, 분명 승점 1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볼 점유율을 비롯해 경기운영은 러시아와 우열을 논하기가 어렵지만, 결정적인 골 찬스는 한국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전반전 손흥민의 두 차례 결정적 슛 찬스가 너무나도 아쉽게 무위에 그쳤고, 구자철의 중거리 슛 또한 수비수의 몸을 맞고 굴절돼 크로스바를 살짝 벗어나는 등, 러시아의 간담을 여러차례 서늘케 했다.

 

하지만 분명 전반전 한국의 찬스들은 소득이 있었다. 후반전 이근호의 슛을 러시아의 수문장 아킨페프가 놓쳐버린 결정적 실수를 저지른 것도, 사실 전반전 한국의 예상밖 공격력에 경기내내 당황한 결과의 여파로 볼 수 있었다. 때문에 이근호의 선제골이 러시아를 완전히 무너뜨릴 수도 있었다. 당황하는 러시아를 지난 남아공월드컵의 그리스로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오히려 러시아에게 추격의 빌미를 제공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펼쳐졌다.

 

 

 

 

바로 중앙수비수 홍정호선수의 교체다. 예상 못한 변수였다. 경기도중 근육 경련을 일으켰던 홍정호는 결국 황석호로 교체됐다. 경기도중 포백의 중앙수비수를 교체한다는 건 상당히 위험한 일이지만, 홍정호가 부상을 당했기에 홍명보감독으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홍정호선수가 나가고 한국대표팀의 밸런스가 순간적으로 급격히 붕괴된 인상을 주었다. 팀플레이가 굉장히 어수선해졌고 이 틈을 러시아가 놓치지 않았다. 결국 통한의 동점골. 이 과정에서 정성룡이 나름 선방했으나 아쉽게도 공을 사이드로 튕겨내지 못했고, 수비수 황석호 또한 골문밖으로 제대로 걷어내지 못했다.

 

1-1 이후에는 양팀 모두 체력이 바닥난 모습을 보였고, 이렇다 할 결정적 찬스없이 경기는 마무리됐다. 결국 러시아의 골키퍼 야킨페프의 실수를 제대로 응징하지 못하고, 오히려 예상못했던 중앙수비수 홍정호의 불가피한 교체로 승리와 인연이 닿지 못했던 한국대표팀으로선 러시아와의 조별예선 1차전이 너무나도 아쉬운 1-1 무승부로 남고 말았다.

 

러시아와 비긴 홍명보호는 과연 16강 진출에 성공할 수 있을까. 지지 않은 건 절반의 성공이다. 그러나 이길 수 있는 게임을 놓친 건 절반의 실패다. 그래서 2차전 알제리와의 경기가 더욱 중요하고 부담스럽다. 이 경기는 대한민국 대표팀이 무조건 잡아야 한다. 알제리전 승점 3점을 획득해도 16강 진출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일단 이기고 나서 벨기에전을 준비해야 한다.

 

 

 

 

그렇다면 알제리는 한국에게 승점자판기인가. 벨기에와 알제리의 경기를 보면 알제리가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걸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알제리보단 확실히 벨기에가 두수내지 세수 위다. 벨기에의 골은 장신 미드필더 맨유 마루앙 펠라이니의 머리에서 나왔고, 발빠른 역습 첼시의 에당 아자르에서 시작해 나폴리 드리스 메르텐스의 발끝에서 결정됐다. 즉 벨기에는 공중전에도 강하고 속공에도 능하다. 전차군단 독일축구의 향기가 난다. 때문에 한국에게 벨기에는 힘을 바탕으로 한 단조로운 공격의 러시아보다도 벅찬 상대가 아닐 수 없다.

 

반면 알제리는 벨기에와의 경기에서 이렇다 할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경기내내 텐백에 가까운 수비축구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알제리의 득점은 역습에서 얻은 페널티킥 골이었다. 사실 그 골은 수비수 베르통헌이 불필요한 반칙을 범해서 얻은 것이었다. 베르통헌이 멍청하게 보일 정도의 실수였지, 알제리의 골결정력이 높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뿐만 아니라 알제리의 공격은 사실상 그 장면이 다일 정도로 위협적이라 볼 수 없었다.

 

강팀을 상대로 한 알제리의 수비전술은 칭찬할 만하다. 즉 벨기에를 상대로 한 수비력은 고평가를 받아도 좋다. 그러나 한국전에서도 알제리가 텐백을 설리 만무하다. 즉 알제리는 한국전에서 공격에 무게를 둔 전술을 구사할 게 자명하다. 그렇다면 오히려 한국에겐 호재다. 한국은 수비위주의 축구에선 아시아팀에게 마저 고전하지만, 실력이 비슷한 팀이 공격적으로 나올 땐 상대적으로 좋은 경기내용을 보여줬다. 승리를 눈앞에서 놓친 러시아전이 좋은 예다.

 

 

 

 

알제리가 러시아보다 강한가. 러시아의 공격력보다 나은가. 알제리가 벨기에전을 통해 보여준 공격력을, 이렇다 할 찬스도 못 만든 채, 단지 역습에 의한 행운의 페널티킥 득점, 경기력을 과대 포장할 필요있는가. 조심도 정도껏이다. 홍명보호가 알제리를 상대로 자만해선 안 되겠지만, 자신감은 충분히 가질 만하다. 알제리가 수비전술을 들고 나오지 않는다면 한국에겐 분명 기회다.

 

개개인의 능력차는 있으나, 같은 유럽팀에 팀컬러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는 러시아와 벨기에는 무승부 가능성도 농후하다. 그렇다면 한국으로선 알제리에 승리하고도 16강 진출을 안심할 수 없는 최악의 경우의 수 속으로 들어간다. 2006년 독일월드컵 당시 프랑스와 스위스가 비겨서 한국이 1승1무1패를 하고도 16강 진출에 실패했던 경험이 있다. 때문에 한국이 알제리에 승리하고 벨기에가 러시아에 대승을 하는 게, 현재로선 홍명보호 16강 진출을 위한 이상적인 시나리오다.

 

한국이 러시아를 이겼다면 알제리전에서 16강 진출을 확정할 수도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무승부로 찬스를 놓쳤다. 하지만 23일 월요일 새벽 4시에 열릴 알제리전을 승리로 이끈다면 희망적이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매우 높다. 언론 등에서 떠들듯이 알제리가 코트디부아르급도 아닐뿐더러, 역전패한 알제리보단 러시아전 무승부로 16강 가능성을 높인 한국대표팀이 상대적으로 분위기면에서 앞선다.

 

 

 

 

무엇보다 한국은 월드컵 8회 연속이란 경험이 강점이다. 러시아와 알제리에 앞선 경험. 멕시코와 같은 팀이 월드컵예선에서 고생해도 본선에서는 성과를 내는 것처럼 경험은 무서운 무기다. 2002년 이후 한국대표팀의 월드컵 전적을 보라. 절대 한국은 약팀이 아니다. 큰 경기에 강하다. 게다가 홍명보호의 주축이 런던올림픽 동메달의 주역이란 사실도 간과해선 안 된다.

 

한국이 러시아와 무승부를 거둠으로써 결국 조별예선 3차전이 끝나봐야 16강 진출 여부가 가려지게 됐다. 월드컵이면 언제나 등장하는 경우의 수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국이 알제리와 비기고 벨기에를 이겨서 16강에 진출할 수도 있다. 그러나 확률을 따졌을 때, 홍명보호가 알제리에 무조건 승리하고 다득점이면 더 좋고, 벨기에가 러시아에 대승을 해준다면 한국의 16강 진출이 유력해진다. 결국 알제리전 경우의 수는 하나다. 한국의 승리고 뜨거운 응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