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스눕독 행오버 뮤비 반응, 무엇이 아쉬운 걸까
월드스타 싸이가 래퍼 스눕독과 함께 한 신곡 ‘행오버(Hangover)’로 컴백했다. 그리고 지난 9일 오전에는 유튜브를 통해 ‘행오버’ 뮤직비디오(뮤비)가 전격 공개됐다. ‘행오버’ 뮤비는 ‘숙취’라는 뜻을 가진 곡에 어울리게끔 한국의 유흥, 음주문화가 담겨있다. 또한 ‘강남스타일’, ‘젠틀맨’을 잇는 싸이 뮤비 특유의 B급 유머코드가 녹아있다.
그렇다면 이번 싸이의 신곡 ‘행오버(Hangover)’의 반응은 어떨까. ‘강남스타일’의 잭팟을 다시금 재현할 수 있을까. 아쉽지만 현재 반응은 그다지 신통치 못하다. 재밌다보단 아쉽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반응이 앞선다. 이것은 재밌다와 아쉽다가 팽팽하게 엇갈렸던 ‘강남스타일’의 후속곡 ‘젠틀맨’이 등장했을 당시의 초기반응보다 못하다. 왜 일까.
월드스타일이 된 강남스타일의 뮤비가 보인 파괴력, 신선함과 재미를 쫓아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중은 강남스타일의 재미 그 이상을 기대하는 데, 싸이의 이번 신곡 ‘행오버(Hangover)’는 이를 충족시켜주지 못한다. 분명 강남스타일-젠틀맨으로 이어진 싸이 뮤비 특유의 유머가 있다. 행오버 뮤비는 전형적인 싸이스타일이다. 하지만 그것은 강남스타일이 주었던 반전의 재미를 상쇄시키는 아이러니를 낳았다.
성공한 영화의 속편은 전편보다 흥행하기 어렵다는 속설이 있다. 전편에 대한 만족과 속편에 대한 기대감은 비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속편은 전편에서 흥했던 코드, 패턴을 버리지 못한다. 때문에 관객은 쉽게 식상함을 느낀다. 관객은 전편과 다른 패턴, 그것으로 인한 반전의 재미를 기대하기 마련인데, 제작진은 전편의 성공한 패턴을 그대로 답습한다. 변화보단 안정을 추구하면서 관객의 기대를 져 버리는 경우가 많다.
강남스타일의 뮤비를 흉내낸 것에 불과했던 젠틀맨 뮤비는 대중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사실상 실패에 가깝다. 그렇다면 신곡 ‘행오버(Hangover)’에선 변화를 고려할 법도 했지만, 여전히 싸이스타일의 복제였다. 물론 변화보단 익숙함, 싸이의 장점을 살린 싸이스타일에 만족하는 대중도 있겠지만, 월드스타라는 닉네임엔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만큼 문화를 소비하는 대중은 냉정하기 때문이다. 후속곡의 뮤비에선 좀 더 변화에 대한 고민이 절실한 이유다.
그렇다면 대중은 단지 뮤비만으로 행오버의 아쉬움을 말하는 걸까. 싸이를 월드스타로 만든 요인으로 ‘강남스타일’의 뮤직비디오, 유튜브, 말춤 등을 꼽는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강남스타일’이란 곡 자체에 있다. ‘강남스타일’이란 음악자체가, 멜로디가 너무 신난다. 신이 나니까 춤이 절로 나온다. 게다가 후렴구는 한글을 모르는 외국인도 따라 부르기 수월하다. 그만큼 ‘강남스타일’은 쉽다, 신난다. 월드가 먹힐만한 심플함이 있다.
유튜브를 통한 ‘강남스타일’의 뮤비가 전세계인을 움직인 건 사실이다. 그러나 결국 메인은 음악이다. 메인이 통하니까 뮤비도 통한 것이다. 음악에서 흥이 나니까, 뮤비도 더 재밌어 보이는 거다. 귀가 행복하니까 눈이 따라간다. 뮤비를 반복해서 봐도 질리지가 않는 것이다. 이번 싸이의 신곡 ‘행오버(Hangover)’의 반응이 시큰둥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행오버(Hangover)’란 곡자체가 신이 나질 않는다. 심지어 노래가 무슨 얘길 하고 있는 지 귀에 잘 박히지도 않는다. 흥도 나질 않고 노래도 잘 모르겠는데, 뮤비속 싸이와 스눕둑은 강남스타일 음주버전을 찍느라 신이 났다. 게다가 전달하려는 ‘행오버(Hangover)’란 곡의 콘셉트, 가사내용과 싸이의 B급코미디가 썩 어울린다고 볼 수도 없다. 한마디로 음악과 뮤직비디오의 밸런스가 깨진 느낌이다.
싸이의 이번 신곡 ‘행오버(Hangover)’를 실패라고 단정할 순 없다. 하지만 이번 뮤비속 B급코미디는 실패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월드스타로 우뚝 선 싸이에 대한 대중의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엔 부족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싸이도 이젠 뮤비로, 코미디로 재미를 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릴 때가 된 게 아닐까. 만약 뮤비로 재미를 주고 싶다면 패턴을 바꾸고 변화를 주어야 한다. 대중은 호락호락하지 않기에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그것이 힘들다면 뮤비에 무리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싸이는 개그맨이 아닌 가수가 아니던가. 메인은 뮤비가 아니라 음악이다. 그런데 뮤비에 지나치게 공들인 인상을 주고, 결국 뮤비에 대한 아쉬움은 곡에 대한 아쉬움으로까지 번져 가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