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포위 차승원 고아라를 향한 초설레임?
29일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 8회에서는 두 가지 굵직한 사건이 있었다. 첫째 극중 서판석(차승원)은 은대구(이승기)가 과거 자신이 맡았던 마산양호교사 살인사건의 목격자이자 피해자였던 김지용이었음을 알게 됐다. 둘째 시청자는 은대구의 조력자 ‘S’가 강남경찰서장 강석순(서이숙)이란 걸 알게 됐다. 즉 은대구의 정체를 알게 된 서판석도, ‘S’가 강남경찰서장 강석순임을 알게 된 시청자에게도 꽤 놀라운 사실이었고 반전이었다.
너포위 8회는 이 두가지 사실이 밝혀지는 게 핵심이었다. 때문에 다른 사건들이 가볍게 다뤄진 측면이 없지 않다. 대표적으로 한성포차 칼부림사건의 범인이 은대구에게 너무 허무하게 잡히는 과정이 그렇다. 대구는 범인을 보자마자 “차세워!”라고, 마치 ‘도망가!’로 들릴 정도로 친절하게 외쳐, 범인이 최대한 도망갈 수 있게끔 유도한 꼴이었다. 덕분에 추격씬이 펼쳐졌으나 긴장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허접함을 달렸다.
그러나 이해할 수 있다. 너포위 8회에서 한성포차의 범인을 잡는 것보다 중요했던 그림은 목격자를 등장시켜, 목격자가 범인 색출에 있어 갈등을 일으키고, 그로 인해 서판석과 은대구가 극렬하게 대립할 수밖에 없었던 그림이기 때문이다. 목격자의 태도를 놓고 보였던 은대구의 트라우마, 강한 반발은 서판석으로 하여금 대구의 과거를 쫓게 만들며, 혹시 은대구가 김지용이 아닐까란 의심을 샀다. 은대구의 정체가 드러날 것을 암시했고 밝혀졌다.
다만 한성포차 칼부림사건의 범인을 잡는 과정이 너무 쉽게 이뤄지다보니, 다른 장면들이 더 눈에 들어온다. 대표적으로 너포위의 러브라인이고 관련된 이야기다. 그런데 초반엔 과정이 그다지 흥미롭지 못했고 심지어 진부했다. 은대구(이승기)-어수선(고아라)이 범인을 잡기 위해 섬에 갔다. 갔더니 민박집은 하나고 방도 하나다. 빼도 박도 못하는 드라마 속 ‘방하나의 정석’. 연애를 시작하기 전 남녀주인공에게 민박집 방 두 개는 절대 허락되지 않는.
지금이야 티격태격하겠지만 당연히 이어질 남녀주인공. 그러나 너무 뻔한 상황에 노출되다보니, 은대구와 어수선의 민박집 썸씽은 싱거운 맛이 있었다. 오히려 너포위 8회에서 러브라인이 가져온 반전의 재미는 따로 있었다. 바로 어수선-서판석-김사경(오윤아)의 느닷없는 삼자대면이고, 그 과정에서 보였던 어수선을 향한 서판석의 초설레임이다.
고시원에서 사기를 당한 어수선은 경찰서 옥상에 텐트를 치며 살고 있다. 그런데 밤에 비가 내렸다. 때문에 대구가 우산을 들고 수선을 찾아갔다. 하지만 수선은 텐트에 없었다. 이미 서판석이 어수선을 본인 집에 데려갔기 때문이다. 판석은 수선의 사정을 잘 알고 있었고, 그녀가 안쓰러워 자신의 집에 재우려 한 것이다. 근데 배가 고파서 같이 라면을 끓여 먹게 됐다. 그 과정에서 서판석은 당황하고 있었다.
서판석이 어수선을 여자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여자로 보지 않았다면 집에 단둘이 있다고 해서 그렇게까지 당황하진 않았을 것이다. 전에는 팀원으로 여자를 받을 수 없다면서, 어수선을 무시하며 상대조차 안하려했던 서판석이다. 게다가 서판석은 전처인 김사경과 다시 시작하려 한다. 분위기도 좋게 흐르고 있었다. 그런데 서판석이 어수선을 신경쓰고 있었다. 마치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서 독고진(차승원)이 구애정(공효진)을 보며 거슬려(?) 했던 것마냥.
분명 서판석은 어수선을 팀원이 아닌 여자로 보았다. 그것을 사랑이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다만 어수선을 향한 서판석의 감정이 어떤 것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드러난 게 김사경의 표정이다. 느닷없이 서판석의 집을 찾아온 김사경. 그리고 집에 어수선이 있자 약간 당황한 듯 하다가 묘한 표정을 짓는다. 그 상황을 횡설수설 설명하는 서판석을 보면서 더욱. 마치 이 상황을 모두 읽은 듯한 사경의 표정. 서판석 본인도 모르는 마음을 전처인 김사경이 꿰뚫는 듯했다.
그렇다면 서판석은 어수선의 어떤 점이 좋았을까. 어떤 점이 좋아서 수선을 볼 때마다 그렇게 설렌, 초설렌 표정을 지었을까. 젊었을 때 김사경과 연애를 했을 당시, 사경의 모습이 수선에게서 발견된 건 아닐까. 아니면 여자는 김사경밖에 몰랐는데, 수선이 사경과 너무 달라서 끌린 걸까. 그것도 아니면 어린 게 깡패라고 수선이 어려서 좋았던 걸까. 왜 서판석이 어수선을 여자로 보기 시작했는지 구체적으론 알 수 없다. 다만 심심했던 너포위 러브라인이 서판석-어수선이 썸타면서 흥미로워졌다.
일단 차승원-고아라가 기대이상으로 잘 어울린다. 여기에 오해하고 방방뜨는 게 아니라 차분하게 상황을 보는 김사경 역에 오윤아가 러브라인에 긴장감을 불어넣을 줄 알았다. 반대로 서판석의 감정을 전혀 모르는 어수선 고아라의 연기도 매끄럽다. 너희들은 (경찰서에서 사랑하다) 포위됐다 8회의 분위기, 에피소드만 놓고 보면, 은대구-어수선보단 서판석-어수선커플 더하기 김사경이 러브라인의 재미를 좀 더 잘 살렸다. 무엇보다 어수선 고아라를 보며 초설레하고, 초당황하는 서판석 차승원의 연기는 로맨틱코미디의 정석을 보는 듯한, 한마디로 갑 오브 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