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월화드라마 빅맨, 현대판 각시탈인가?

바람을가르다 2014. 5. 27. 10:43


드라마를 보다보면 눈에 확 띄는 캐릭터가 있다. 월화드라마 ‘빅맨’에서 최다니엘이 맡고 있는 현성그룹 후계자 강동석같은 캐릭터가 그렇다. 그는 악하다. 악함에도 매력적이다. 주인공의 매력에 지지 않기 때문이다. 주인공을 이길 수 있는 힘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드라마 빅맨은 강동석과 김지혁(강지환)이 맞서면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그런 강동석(최다니엘)을 보면 연상되는 캐릭터가 있다. 바로 드라마 각시탈의 기무라슌지(박기웅)다. 강동석과 기무라슌지는 악역이란 포지션말고도 꽤 닮은 구석이 있다. 처음엔 선한 인물로 그려진다. 그러나 어떤 계기를 겪고, 악한 본성을 억누르지 못해 분출하기 시작한다. 광기와 집착으로 물들어간다. 야비하고 잔인해진다. 그렇게 기무라슌지는 각시탈을, 강동석은 김지혁을 위협한다. 목단(진세연)을 대하는 슌지, 소미라(이다희)를 대하는 강동석의 태도, 집착도 상당히 닮아있다.

 

 

 

 

그렇다면 빅맨의 강동석만 각시탈의 기무라슌지를 닮았는가. 아니다. 주인공 김지혁(강지환)과 각시탈 이강토(주원)가 닮았다. 김지혁은 강동석의 심장 이식수술을 위해 현성그룹의 장남으로 신분세탁됐다는 사실을 모른다. 그리고 김지혁은 현성유통 사장을 맡게 된다. 그것이 김지혁의 목숨을 노린 현성그룹 강회장(엄효섭)의 덫이란 사실을 모른다. 그럼에도 김지혁은 온갖 비리와 부패로 얼룩진 현성유통을 살리기 위해 애쓴다. 심지어 강동석의 비리를 알고도 이를 덮어주기 위해 노력한다. 결국 김지혁도 ‘가족’이란 이름앞에선 선이 아닌 악을 택한다.

 

각시탈 이강토는 어떤가. 그는 일본앞잡이로 살았다. 그래서 각시탈을 쫓았고 조선인을 괴롭혔다. 사실 이강토도 처음부터 제국경찰이 되고 싶었던 게 아니다. 그에겐 홀어머니와 바보가 된 형 이강산(신현준)이 있었다. 먹고 살아야 했다. 형의 치료비가 필요했다. 돈이 필요했다. 그래서 택한 것이 제국경찰이었다. 이강토도 ‘가족’이란 이름앞에선 선이 아닌 악을 택한다.

 

 

 

 

그런 이강토가 각시탈이 되어 제국경찰에 맞서고, 조선의 영웅으로, 조선의 독립을 위해 앞장선다. 여기에 각시탈을 막고 없애려 하는 기무라슌지의 대결구도가 녹아든다. 빅맨 9회에서 죽다 살아난 김지혁은 조화수(장항선)회장의 도움으로 현성유통을 인수하려 한다. 그에게 손가락질하는 시장사람들을 위해서 말이다. 마치 각시탈 이강토가 시장사람들에게 돌팔매질 당했지만 남몰래 시장사람들을 지켰던 것처럼, 빅맨 김지혁이 시장사람들을 지키려한다. 현성그룹과 강동석으로부터.

 

그렇다면 여주인공은 어떨까. 각시탈의 목단(진세연)이처럼, 빅맨의 소미라(이다희)도 두남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시청자의 사랑은 받지 못했다. 각시탈 목단이는 히어로물의 전형적인 민폐여주인공으로 명성이 자자했었다. 빅맨의 소미라는 민폐와 거리가 멀다. 오히려 민폐 사장 김지혁을 도와 그의 장점을 이끌어냈다. 다만 사랑에 있어선 강동석과 김지혁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매우 수동적인, 도대체 뭔 생각을 가졌는지 알 수 없는. 속터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스스로에게 솔직하지 못한, 적극성이 결여된 여주인공. 변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반면 빅맨 8,9회에서 보였듯이 사랑에 있어서 강진아(정소민)의 태도는 매우 능동적이다. 로미오와 줄리엣보다 더한 상황에 처했음에도 불구하고, 김지혁을 향한 강진아의 저돌적인 사랑법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시원함을 선사한다. 마치 키쇼카이 일원으로 적이었던 각시탈 이강토를 살리고자, 자신의 목숨마저 내놓을 줄 알았던 채홍주(한채아)를 연상시킨다. 빅맨에서 소미라가 좀 더 분발하지 않으면 강진아에게 매력에서 뒤처질 위기임 셈이다. 각시탈의 목단이가 되지 않기 위해선 더욱.

 

드라마 빅맨을 보면, 빅맨의 캐릭터를 보면 각시탈이 보인다. 물론 시대도 다르고 장르도 다르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우리 시대에 필요한 영웅을 꿈꾸고 진정한 리더를 그린다. 그래서 드라마 빅맨은 현대판 각시탈이 아닌가 생각될 때가 있다. 다만 아직은 아니다. 그동안 빅맨이 유쾌함은 주었으되, 아직 각시탈만큼의 통쾌함을 주지 못했다. 가족이란 거짓의 탈은 모두 벗겨졌다. 조화수를 등에 업은 김지혁이 빅맨 10회에서 얼마나 달라진 모습을, 통쾌함을 부를 시작을 보여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