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 이승기 차승원, 최악이 된 하극상

바람을가르다 2014. 5. 16. 10:14

 

 

15일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 4회에서 서판석(차승원)과 은대구(이승기)사이에 주먹과 발길이 오갔다. 심지어 신입형사 은대구는 팀장 서판석의 목을 졸라 지켜보다 말린 동료들은 물론 시청자마저 아연케 했다. 하극상이다. 은대구가 사고를 쳤다. 아니 제작진이 사고를 크게 쳤다.

 

시작은 은대구와 어수선(고아라)이 수사중이던 스토커 사건의 피해자가 칼에 찔리면서, 경찰서가 발칵 뒤집혔다. 중상을 입은 피해자는 목숨까지 잃을 뻔했다. 여기엔 신입형사 은대구와 어수선의 실수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스토커(범인)를 자극한 것에서부터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것까지. 때문에 그들에게 스토커사건을 맡겼던 팀장 서판석은 분개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까진 좋았다. 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는 강남경찰서를 배경으로 단 한 번도 형사를 꿈꿔본 적 없는 4명의 1년 차 신입 형사들과 이들을 도맡게 된 명실상부 최고의 수사관인 강력반 팀장의 성장드라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은대구와 어수선의 실수도 시청하는 입장에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실수없는 신입은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최선을 찾아가면서 성장을 확인할 수 있을테니까.

 

4회에 분식집 인질극사건도 스토커사건에서의 실수가 있었기에, 은대구와 어수선이 인질범을 자극하지 않고 체포할 시간을 벌 수 있었다. 다만 분식집 인질극사건이 긴장감이나 재미를 주기엔 많이 부족했다. 통쾌함도 유쾌함도 주지 못했다. 무엇보다 사건의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한 은대구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건 4회 시작과 함께 발생한 하극상의 잔상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4회 처음으로 돌아가, 스토커사건으로 은대구와 어수선에게 화가 난 서판석이 은대구의 가슴을 강하게 발로 찼다. 그리고 은대구와 어수선의 실수를 조목조목 얘기했다. 이에 은대구도 지지 않고 반박했다. 사실 팀장에게 눈부라리고 침튀겨가며 반발할 수도 있다. 게다가 은대구는 자신의 어머니가 서판석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하기에, 서판석이 형사의 실수가 피해자의 생명 어쩌구할 때 얼마나 기가 막히고 화가 났겠는가. ‘그걸 아는 사람이 그래?’

 

그래서 서판석을 향해 팀장이 아닌 당신 어쩌구하며 인권위원회에 제소까지 운운하던 은대구를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거기서 끝났어야 했다. 동료들이 말리던, 상관인 서장이 나타나서 중단되든, 최소한 주먹질 거기서 끝났어야 했다. 그런데 웬 걸. 한발 더 나아가 은대구는 서판석의 목을 졸랐다. 아무리 서판석이 은대구를 먼저 치고 자극했다고 해도, 어떻게 신입이 팀장의 목을, 그것도 나이차 많이 나는 삼촌뻘 팀장의 목을 조를 수 있는가.

 

 

 

 

은대구가 서판석의 목을 조르는 장면은 최악 오브 최악이다. 그 상황을 누가 이해할 수 있겠나. 동료들은 은대구 어머니(김희정)가 살해된 사건을 알지 못한다. 심지어 당시 담당형사였던 서판석조차 이름까지 바꾼 은대구를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니 은대구의 행동이 과해도 너무 과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아무리 드라마지만 일련의 과정을 다 알고 보는 시청자의 눈에도 보기 흉한 하극상으로 비춰졌다.

 

은대구가 굳이 서판석의 목을 조르지 않고 악담을 해가며 몸싸움을 하고 반발했어도, 충분히 개연성이 느껴지고 은대구라는 캐릭터에 대한 이해심을 동반한다. 그러나 신입형사 은대구가 삼촌뻘 팀장 서판석의 목을 졸라 보기 불편했다. 동시에 은대구라는 캐릭터의 매력도, 호감도도 떨어졌다. 또 동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목이 졸린 서판석은 뭐가 되는가. 졸지에 카리스마 넘치던 서판석 캐릭터도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불쌍하고 초라해졌다.

 

 

 

 

드라마에서 주인공은 실수하기 마련이다. 실수를 한다해도 이를 만회하는 활약으로 캐릭터의 매력을 복구하고 업그레이드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수가 너무 커서 복구가 어려울 때가 있다. 마치 용수철에 너무 힘을 가해 탄성을 잃게 만드는 것처럼. 드라마 너포위 4회에 은대구-서판석 캐릭터가 그렇다. 팀장의 목을 조른 은대구는 무슨 활약을 해도 비호감이었고, 신입에게 목이 졸린 서판석은 무능하고 초라해보였다.

 

너포위 4회에서 서판석은 은대구에게 “단 한 번의 판단 미숙에 한 사람의 인생을 쫑낼 수 있다.”며 화를 냈다. 그 대사를 제작진에게 돌려주고 싶을 정도다. 단 한 번의 판단 미숙이 주인공 캐릭터를 쫑낼 수 있다. 자극적인 장면이 필요했는지, 신입이 팀장의 목을 조르는 하극상 연출이 있었다. 너포위에서 가장 중요한, 주인공 은대구와 서판석의 캐릭터가 제작진의 막장 연출에 골로 간 셈이다. 아니 너포위는 드라마 속 캐릭터뿐 아니라 제작진도 사고치고 성장해가는, 성장드라마였던가.

 

 

 

 

청춘 성장 로맨스 수사물에 어울릴 법한 에피소드와 사건 해결, 독특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들, 보고 나면 유쾌한 드라마에 느닷없이 찬물을 끼얹은 하극상, ‘대구가 판석의 목을 조를 때.’ 덕분에 가장 중요한 캐릭터가 망가졌다. 비호감 매력쫑 캐릭터로 추락한 주인공 은대구와 서판석. 과연 제작진이, 차승원과 이승기가 최악의 하극상을 잊게 할 매력을 너포위 5회에서 보여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