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맨 강지환 이다희, 드라마 속 키스 이런 장면 꼭 있다?
KBS 월화드라마 ‘빅맨’의 빅재미는 13일 방송된 6회에서도 계속 됐다. 극중 강동석(최다니엘)의 등장으로 주인공 강지혁(강지환)의 위기는 가중됐지만, 아직까진 일과 사랑에서 강지혁이 알토란같은 마일리지를 쌓고 있었다. 특히나 사랑부분에서, 강지혁은 소미라(이다희)의 마음을 조금씩 훔쳐가더니, 급기야 6회 마지막엔 입술을 훔치는 성과를 올렸다. 일명 침대키스?
미라씨, 미라씨하며 저자세로 소미라를 받들어 모시는 태도를 취하던 사장 강지혁은 없고, 마치 ‘첫사랑 강동석따위?’라고 입에서 튀어나와도 무색할 만큼, 180도 까진 아니고 135정도 달라진 강지혁이 있었다. 순간 생각이 들었다. 약을 잘못 먹었나. 소미라에게 먹이겠다고 사온 감기약을 강지혁이 먹은 거 아냐? 그렇게 강지혁(강지환)과 소미라(이다희)의 키스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벼락같이 완성됐다.
근데 왜 침대키스지? 침대를 끼고 해서 침대키스인가. 아무튼 키스를 했는데, 그 과정이 참 재밌으면서도 낯설지가 않다.
빅맨, 드라마 속 키스 이런 장면 꼭 있다?
1. 백수 여동생의 놀라운 형부감별능력
강지혁은 소미라의 동생 소혜라(윤소희)로부터 미라가 감기에 걸려 누웠다는 사실을 전해 듣는다. 여기서 혜라는 왜 지혁에게 언니의 감기소식을 알렸을까. 약값이 없어서? 있어도 내 돈쓰기 싫어서? 이유야 어쨌든 혜라의 선택은 옳았다. 강동석보단 강지혁이 언니 소미라를 더 행복하게 해줄 남자이기 때문이다. 다른 건 다 떠나서 드라마의 주인공이 강지혁이니까.
드라마속 여주인공의 여동생은 주로 놀고 먹으며 언니를 곤란케하는, 트러블을 자주 일으키는 편이다. 그러나 여주인공의 여동생은 여주인공보다 남자 보는 눈이, 형부감보는 촉이 정확할 때가 많다. (제 3자라 더욱 객관적인 안목이 더해지니) 때문에 결정적일 때 오작교역할을 종종 한다. 그걸로 밥값을 하는. 여주인공 여동생의 존재감이 빛나는.
이번 소미라 감기사건 & 침대키스도 그렇다. 소혜라는 강동석이 아닌 강지혁을 집안으로 끌어들였고, 그녀의 인기척이 없는 것으로 보아, 언니와 예비형부감의 핑크빛 진전을 위해 아마도 동네를 배회중인 센스를 발휘하고 있는 듯하다. 그만큼 드라마 속 여주인공 여동생의 역할을 소혜라(윤소희)는 120% 완수하고 있었다. 덕분에 강지혁-소미라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 확신(?)한 벼락키스가 이뤄졌다. 놀라운 형부감별능력 및 러브메신저 역할을 수행한 소혜라는 낯설지 않은, 친근한 드라마 속 백수여동생의 모습을 하고 있다.
2. 강지혁의 사장만능주의 멘트
빅맨에서 강지혁은 현성유통의 사장이다. 하지만 그는 사장같지 않다. 직원을 가족처럼 대하는. 모든 책임을 스스로 질 줄 아는. 청렴하고 건실한. 그래서 더 빛난다. 정말 세상 어디에도 없는 사장이 강지혁이다. 그런데 그렇게 남다른 사장 강지혁이, 드라마속 재벌 2세 흉내를 내고 있었다. 아픈 소미라앞에서.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지만,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는가.
강지혁은 감기에 관련된 약이란 약은 다 사왔다. 그거야 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재벌 2세가 아니라도 할 수 있는 일. 하지만 그가 날린 멘트는 다르다. 지혁은 미라에게 약을 먹이고 말했다. “누워, 자. 그리고 빨리 (감기) 나아.” 여기까진 무난하다. 그런데 “(감기) 빨리 나아. 사장으로서 명령이야.”
사장으로서 명령? 아니 언제부터 감기가 의사가 아닌 사장의 처방에 따라 좌지우지된 건지. 드라마 속 사장, 재벌 2세들은 감기 걸린 여주인공에게 늘 말한다. 아니 강요한다. ‘(감기) 빨리 나아. 사장으로서 명령이야.’라고. 그럼 여주인공은 웃는다. 이런 닭튀김같은, 상투적인 장면. ‘빅맨’에서도 등장한다. 강지혁이 감기걸린 소미라에게 그랬다. 강지혁이 드라마를 많이 본 건지. 아니면 사장 DNA에는 그런 멘트가 칩처럼 인식된 건지. 하여간 드라마에서 감기는 애정행각 밑밥으로 자주 차용된다. 주로 사장, 재벌2세의 멘트지만 사실 싸구려스럽다는 게 함정.
3. 비 맞는 여주인공
키스를 가능케 한 건, 소미라가 감기에 걸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라가 감기에 걸린 건, 오밤중에 우산도 없이 비를 맞았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선 이상하게도 여주인공이 상처를 입으면 귀신같이 비가 내린다. 겨울에도 눈이 아니라 비가 내린다. 그리고 낮이 아니라 밤에 주로 상처를 입는다. 햇살 짱짱한데 상처입고 비틀거리는 여주인공은 거의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드라마 만드는 사람들. 참 비 좋아해.)
사실 강지혁과 소미라의 침대키스, 벼락키스의 원인은 강동석이 제공했다. 강동석이 소미라에게 상처를 입혔다. 동석이 미라를 사랑한다면, 해서는 안 될 말들을 쏟아냈다. 동석도 깨달았다. 자신이 심했다는 걸. 그래서 다음날 아침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찍었다. 단지 강지혁과 소미라가 침대에서 키스중이라. 게다가 그 뒤에 뭔 일(?)이 일어날 지 모르는. 감기중인데 설마? 설마가 사람잡는? 아무튼 강동석의 들이닥침이 스릴러가 될 수밖에 없는. 빅맨 6회의 마지막은 그래서 더 재미도, 긴장감도 배가 됐다.
이렇듯 드라마 빅맨 6회에서, 강지혁과 소미라의 키스과정, 상황은 여타 드라마와 크게 다르지 않다. 상투적으로 느껴질 만큼. 미라가 믿었던 첫사랑 동석에게 상처를 입었고, 비가 내렸고, 미라의 여동생이 형부감을 알아봤다. 이에 강지혁은 약국 이벤트를 펼쳤고, 사장 만능주의 코스프레를 했다. 심지어 아플 때 챙겨주는 사람에게 몇 배로 더 끌림을 알고 키스타이밍을 놓치지 않은 은근 연애고수 강지혁.
그렇다. 뻔한 과정이라면 뻔한 과정이다. 그런데 그 뻔한 과정마저 재밌다. 그 뻔하고 상투적인 과정이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설득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 상투적인 키스의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빅맨 7회의 예고가 이를 방증한다.
빅맨 7회에서 강지혁은 또 한번 강한 변신을 예고했다. 따뜻함이 사라진, 얼음장같아서 건드리면 부숴질 것 같은 얼굴의 강지혁이 사랑하는? 사랑했던? 아무튼 소미라에게 말한다. 아니 뱉는다! “내가 아직도 당신 사장으로 보여?” 그 말은 듣던 소미라는 울고 있었다. 그것도 회사도 아닌 교도소에서. 그 장면 하나만으로도 엄청난 사건 전개 그리고 후폭풍을 예고한다.
영리하고 치밀한, 그래서 더 무서운 강동석이 파놓은 함정에 순진한 강지혁이 빠졌음을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어둡고 더러운 함정속에 뒹굴면서 강지혁이 깨닫게 된 상황. 분명 잘못 돌아가고 있음을.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나도 다르게. 그래서 강지혁의 얼굴에서 순수함이 사라진 것일테고, 소미라에게 “내가 아직도 당신 사장으로 보여?”와 같은 도시괴담에 나올 법한 멘트까지 쳤던 셈이다.
비록 상투적이기 하나, 만일 빅맨 6회에서 강지혁과 소미라가 키스를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7회 예고처럼 강지혁과 소미라를 향한 강동석의 분노가 제대로 폭발할 수 있을까. 강지혁의 앞에서 진심어린 눈물을 흘리는 소미라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그리고 누구보다 혼란을 겪을 강지혁. 그의 상처를 더욱 깊게 만드는 부메랑과도 같은 과정이 강지혁과 소미라의 드라마 속 이런 장면 꼭 있어 키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