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맨 최다니엘 효과, 네가지없고 두가지있다
KBS 월화드라마 빅맨이 상당한 탄력을 받고 있다. 1회 시청률 4.8%로 시작한 빅맨은 5회로 접어든 현재, 입소문을 타고 9.7%까지 올라 매회 시청률을 경신중이며 꾸준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심지어 기황후 후속작으로 기대를 모았던 ‘트라이앵글’을 제치고 동시간대 2위로 올라섰다. 현재 동시간대 1위를 달리는 ‘닥터이방인’과의 차이도 약 2%에 불과해, 3사 드라마가 아직 초반임을 감안한다면, 얼마든지 빅맨의 역전만루홈런도 가능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빅맨의 역전만루홈런에 힘을 실어줄 강타자가 5회에 등장했다. 바로 빅맨의 또 다른 주인공 최다니엘이다. 극중 현성그룹의 후계자 강동석으로 등장하는 최다니엘은 5회부터 본격 가세하면서, 질적으로, 양적으로도 드라마의 재미를 한껏 배가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최다니엘의 어떤 점이 ‘빅맨’의 재미를 업그레이드 시켰는가.
빅맨 최다니엘 효과, 네가지없고 두가지있다
첫째, 강지혁(강지환)을 무너뜨릴 맞수
현성유통 사장이 된 강지혁은 매번 위기에 빠진 회사를 구하는 놀라운(?) 기지를 발휘한다. 강지혁은 똑똑하지 않다. 무식하다. 그런데 그의 솔직함, 정직함, 인간미가 의외의 힘을 발휘한다. 그러나 그런 강지혁의 인간적인 경영이, 수완이 언제까지 먹힐까. 언제까지 성공을 보장할까. 오히려 극중 강지혁의 경영마인드와 수완은 운이 좋았다로 표현될 만큼 실제 늘 불안한 외줄타기와도 같다.
그런 강지혁을 상대로 영리하고 치밀한 강동석(최다니엘)이 등장한 것이다. 현성유통의 전사장. 강지혁을 끌어내릴 위협적인 존재. 강동석은 기업의 생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다른 다수의 기업가들처럼 불법도 마다않는다. 강지혁과는 대척점에 서 있다. 게다가 자신의 비리를 강지혁에게 덮어씌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 치밀하고 교묘하게. 그동안 강지혁을 파멸로 이끌려 했던 기존의 강회장(엄효섭)과 도상호(한상진)와는 다르다. 훨씬 세련됐고 무섭다. 시청자에게 단번에 강지혁이 위험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게끔 만든다. 강동석의 존재만으로.
둘째, 소미라(이다희)가 달라졌어요
소미라에게 강동석은 첫사랑이다. 강동석에게도 소미라는 그렇다. 둘은 서로 사랑하고 심지어 부모님(현성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까지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 그런데 강지혁이 둘사이를 비집고 나타난 셈이다. 소미라는 강지혁의 인간미에 끌리기 시작했고, 그가 위험에 빠져 있음을 알고 늘 좌불안석이다. 그래서 빅맨 5회 말미에서는 강지혁을 둘러싼 거짓과 음모에 대해 밝히려 했다. 강지혁이 위험에 빠지는 걸, 그것도 강동석을 대신해 죄값을 치룬다는 걸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소미라가 달라졌다. 사실 소미라는 강동석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강지혁의 숨통을 끊으려했던 여자다. 지혁의 산소호흡기를 떼려 했다. 사랑에 눈이 멀어서. 그런 그녀가 지금은 강지혁을 살리겠다고 물불가리지 않는다. 강지혁을 살리는 건, 강동석이 위험해질 수 있음을 알고도 말이다. 이렇듯 소미라가 달라진 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단순하게 소미라도 강지혁을 사랑하기 시작했다로 결론. 그걸 소미라가 아직 확신하지 못할 뿐이다. 다만 강동석이 나타나면서 지혁을 향한 미라의 마음도, 행동도 좀 더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강동석이 나타나면서 미라는 또 다른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셈이다. 강동석이 있을 땐 강동석만, 강지혁이 있을 땐 강지혁만 생각하면 됐다. 하지만 이제는 강동석과 강지혁이 함께 그녀의 앞에 있다. 소미라는 더 이상 소극적일 수 없다. 그녀를 보다 적극적으로 만든다.
드라마 빅맨에서 강동석은 강지혁과 대립한다. 일(현성그룹)과 사랑(소미라)에서. 그리고 포지션상 강지혁이 선이라면, 강동석은 악일 수밖에 없다. 그것이 비록 절대적이 아닌 상대적인 관점에서 일지라도. 그렇다면 시청자는 분명해진다. 강동석이 아닌 강지혁을 응원하게 된다. 일도 사랑도 강지혁이 성취하는 그림을 바라게 된다. 다만 그 과정이 수월하지 않기를, 아주 힘들게, 치열하게. 그렇게 얻어지길. 그러기 위해 강동석이 강해야 한다. 강지혁과는 다른 차원에서.
그 모습을 빅맨 5회에서 강동석이, 최다니엘이 보여줬다. 강동석은 샤프하다. 시크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야비한 느낌에 네가지가 없다. 네가지가 없어서 그를 응원할 수 없다. 네가지가 없어서 소미라가 강동석과 연결되길 바라지 않게 된다. 소미라가 좀 더 자유로워졌고, 첫사랑 강동석이 아닌 그를 배신하고 강지혁에게 간다해도 납득가능해졌다. 오히려 당연히 그래야 하는. 강지혁을 놓치고 강동석에게 남는다면 소미라가 불행해 질 것 같은 인상을 남겼다.
강동석은 네가지가 없지만 두가지가 있다. 강회장이나 도상호가 갖지 못한 영리함, 힘, 능력을 지녔기에 강지혁에게 실질적인 맞수의 자격이 있다. 네가지가 없기에 여주인공 소미라에게 선택권을 부여한다. 덕분에 수동적이 아닌 능동적인 여주인공으로 탈바꿈하는 계기가 된다. 사랑이 움직이는 거라면, 움직일 수 있는 여지를 준다. 물론 소미라가 강동석이 아닌 강지혁을 선택한다면, 강동석이 가만있진 않겠지만.
드라마 빅맨은 5회를 기점으로 강동석, 최다니엘이란 천군만마를 얻었다. 강동석의 존재감은 강지혁을 위기다운 위기로 또 다시 내몰고, 강지혁의 업그레이드, 변신을 이끌 전망이다. 소미라 또한 덩달아. 강동석으로 인해 부풀려질 재미가 제대로 탄력을 받는다면, 9회말 달빛요정이 오기도 전에 역전만루홈런이 터질 것 같은 예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