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앵글 김재중, 위기는 기회다
9.6%-9.4%-8.2%? 지난 주 월화드라마 MBC 트라이앵글-SBS 닥터이방인-KBS 빅맨의 시청률이다. 3사 드라마의 시청률을 합해도 28.7%로 종영한 기황후의 시청률에 미치지 못한다. 그렇다면 새월화드라마 ‘트라이앵글-닥터이방인-빅맨’은 시청자의 눈길을 확 사로잡기엔 부족한, 밋밋하고 고만고만한, 그럭저럭 수준의 작품에 불과한가.
오히려 반대다. 3작품 모두 재미가 있다. 저마다 매력이 있다. 모두 상당한 흡인력을 갖췄다. 때문에 골라보는 재미가 있고, 시청률도 거의 균등하게 분할돼 난형난제의 모습을 하고 있다. 단지 시청자에게 선보인 건 1,2회(빅맨은 3,4회)에 불과하기 때문에 생각만큼 시청률이 붙지 못한 것이고, 그것은 곧 어떤 드라마라도 힘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충분히 치고 나갈 여지가 있음을 알린다.
드라마 트라이앵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아이돌출신의 배우 김재중이다. 극중 주인공 허영달을 열연중인 김재중은 단연 돋보인다. 튀는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에서 가장 튀지 않고 화면안에 녹아드는 인물이 허영달이고 김재중이다. 그만큼 김재중은 캐릭터에 완전히 녹아든, 너무나 자연스러운,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펼치고 있다. 이범수가 안 보일 정도니까.
트라이앵글 1,2회는 허영달(김재중)중심으로 극을 전개해 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는 심심했다. 왜 일까. 드라마 트라이앵글은 세 형제가 불행한 일로 헤어진 후 큰 형 장동수(이범수)는 경찰, 둘째 장동철(김재중)은 폭력 조직원, 셋째 장동우(임시완)는 부유한 집에서 자란 뒤 서로를 모른 채 만나는 줄거리를 품고 있다. 즉 삼형제를 다루다 보니 스토리가 분산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을 초반 최소화하기 위해 1,2회는 허영달 위주로 극을 전개했다. 제작진의 선택은 옳았다. 다만 허영달에게 닥친 위기가 생각만큼 위협적으로 다가오지 않았고, 오정희(백진희)와의 관계도 생각보다 조용했다. 즉 허영달을 좀 더 효과적으로 구현하지 못했다. 분명 허영달이란 캐릭터도, 이를 연기하는 김재중도 엄청난 파괴력을 지녔는데, 그 파괴력은 1,2회엔 반밖에 쓰지 못한 느낌이랄까.
동시간대 경쟁작인 ‘닥터이방인’과 차이점이 여기서 발생한다. 닥터이방인에서 주인공 박훈(이종석)과 송재희(진세연)는 그들의 관계도(사랑)나, 캐릭터가 2회만에 모두 강렬하고 입체적으로 구현됐다. 심심하다고 느낄 겨를도 없이 빠르고 긴박하게 전개됐다. 주인공에게 위기다운 위기가 발생했고 달성하기 힘든 목적이 부여됐다. 단지 닥터 이방인인지, 닥터 아이리스인지 장르가 헷갈릴 정도로, 메디컬과 첩보액션의 결합이 시청자에게 신선하다는 긍정이 될지, 낯설고 부산스럽다는 부정의 신호가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대목이지만.
트라이앵글 1,2회가 닥터이방인 1,2회에 비해 간결하고 깔끔한 맛은 있다. 다만 카지노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가 예전만큼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첨병역할은 하지 못한다. 드라마 모래시계나 올인의 성공이후, 카지노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가 너무 많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배경보단 인물, 카지노보단 주인공 허영달(김재중)에게 좀 더 강한 자극이 필요해 보였다. 그것이 위기든 사랑이든. 다행히 3회 예고가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트라이앵글은 빅맨이나 닥터이방인에 비해 체감 전개속도가 가장 느긋하다. 그건 주인공에게 닥친 위기의 차이에 있다. 빅맨의 김지혁(강지환)이나 닥터이방인의 박훈(이종석)에 비해, 트라이앵글의 허영달(김재중)에게 닥친 위기는 상대적으로 무게도 가볍고 연타로 몰아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위기는 기회다. 그 좋은 캐릭터에, 그 좋은 연기력 아끼면 뭐 할 건가. 트라이앵글에서 허영달이 카지노에서 카드를 쪼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시청자 눈엔 딱봐도 질 게임, 패를 빨리 깠으면 좋겠는데 질질 끈다. 지금은 좀 더 빨라야 한다. 알토란같은 전개를 위해 카드 쪼는 시간마저 아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