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빅맨 강지환, 발연기를 할 수밖에 없다

바람을가르다 2014. 5. 7. 11:06

 

 

 

6일 방송된 KBS 월화드라마 '빅맨' 4회에서도 강지혁(강지환)의 활약은 계속됐다. 현성유통 사장으로 취임한 강지혁은 노조파업을 막은 데 이어, 성사 확률 제로였던 프로젝트를 성공한다. 현성유통이 추진했던 마트를 재래시장에 들어설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여기엔 애초 마트 건립을 반대했던 시장사람들을 일일이 설득한 지혁의 진심이, 노고가 담겨 있다.

 

이처럼 무식해서 가진 거라곤 몸뚱아리 하나뿐인 강지혁이 현성유통 사장에 취임하자마자 불어 닥친 두 번의 위기를 극복한 원동력은 진심이었다. 사람을 진실하게 대하는 것. 파업을 시도한 노조원들에게 그랬고, 마트 건립에 반대했던 시장상인들에게 그랬다. 강지혁은 불거진 문제에 대해 용역회사(폭력배)를 동원하거나, 돈으로 매수한다거나, 지킬 수 없는 약속을 남발하면서 성과를 올리지 않았다. 오직 진실한 마음으로 상대방의 닫힌 마음을 열었다.

 

 

 

 

‘빅맨’이란 드라마가 강지혁을 통해 보다 명확해진다. 진실을 말하고 그것이 불러오는 선순환의 효과가 강지혁을 통해 빛난다. 그러나 강지혁의 주변을 보면 모두가 거짓말을, 거짓연기를 하고 있다. 자신을 지혁의 애비라고 말하는 강성욱(엄효섭)회장을 필두로, 도상욱(한상진)도 그렇고, 심지어 지혁이 사랑하는 소미라(이다희)마저 그렇다. 강지혁을 끌어들인 원인제공자 강동욱(최다니엘)도 5회 예고에서 알 수 있듯이 강지혁 바보만들기에 동참할 예정이다.

 

강지혁이 참, 진실이면, 강지혁 주변은 모두 거짓인 상황이다. 강지혁은 진짜 가족이라고 믿는 사람들과 고마운 동료라고 생각한 사람들사이에서 실질적으로 왕따인 셈이다. 아무도 강지혁에게 진실을 말해주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강지혁앞에서 작정하고 거짓 연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연기마저 스스로 거짓이라고 느끼지 못할 만큼 익숙해져 연기자체가 자연스럽다. 시청자입장에서도 이제는 그들이 하는 거짓연기가 더 이상 연기로 보이지 않을 정도다.

 

 

 


그런데 재밌는 건, 그렇게 뭣도 모르고 당하는 강지혁도 빅맨 4회에서는 거짓연기를 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사랑하는 소미라앞에서. 소미라가 좋아서 미라의 집옆으로 이사를 왔음에도 아닌 척. 자전거를 탈 줄 알면서도 탈 줄 모른다면서, 미라에게 가르쳐달라는 연기도 거짓이다. 즉 강지혁이 하는 거짓연기란 짝사랑하는 소미라의 마음을 얻기 위한 것이다. 사람 목숨가지고 장난질한 현성가 사람들의 거짓연기와는 차원이 다른, 귀여운 애교수준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강지혁의 거짓연기는 발연기다. 소미라가 강지혁의 마음을 눈치채기 딱 좋은 수준의 발연기. 그렇다. 강지혁은 현성가의 강회장이나 도상욱처럼 거짓연기가 능숙하지 못하다. 그래서 발연기를 한다. 미라에게 진심을 자주 들키곤 한다. 거짓연기를 하는 상황도 다르지만 거짓연기를 하는 연기력에서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캐릭터와 사건이 낳은 극단적 대비효과.

 

 

 

 

그래서일까. 소미라앞에서 자전거를 타고 넘어지던 강지혁의 발연기가 상당히 코믹하면서도, 한편으론 짠하고 안쓰럽다. 그렇게 거짓연기도 잘 못하는 순진한 강지혁이란 인물을 상대로 주변사람 모두가 거짓연기를 하고 있으니. 심지어 소미라까지 너무 자연스럽게 강지혁을 현성가의 아들, 현성유통의 사장으로 대하고 있다. 현재 현성그룹에서 강지혁이 가장 믿고 따르는 소미라가 완벽한 거짓연기를 하고 있으니, 그도 현상황을 곧이곧대로 믿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지난 빅맨 3,4회를 통해 소미라에게서 변화가 포착됐다는 점이다. 그녀도 강지혁의 인간미에 조금씩 빠져 들고 있음에 혼란스러워했다. 남자는 강동석밖에 모르던 그녀의 마음안에 강지혁의 자리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더 갈등했다. 강지혁이 위기에 빠질 때마다. 4회 말미에서도 소미라는 강지혁을 구하려 했다. 강동석이 그녀의 눈앞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드라마 빅맨의 전체적인 라인은 참(강지혁)과 거짓(현성그룹)의 대결이다. 그리고 빅맨의 통쾌함은 진실에서 빅재미는 거짓말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사실 빅재미 거짓말속에는 강지혁이란 캐릭터가 품은 슬픔이 녹아있다. 가난해서 버려진, 고아로 자란, 외로움이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는 강지혁에게 가족이 주는 의미. 그래서 알지도 못하는 동생 강동석을 위해 가족은 아니지만 가족같은 시장상인들에게 무리한 부탁을 했던 것이다.

 

강회장(엄효섭)이, 최윤정(차화연)이 강지혁을 “내 아들, 지혁아.”하면서 쉘라쉘라할 때, 강지혁은 슬픈 눈빛으로 흔들린다. 근데 그들의 완벽한 거짓말이 포복절도 코미디가 된다. 반면 강지혁이 소미라에게 하는 허술한 거짓말, 발연기는 웃음 더하기 안타까움을 동반한다. 허술한 발연기로 자신의 마음을 곧잘 들키는 순수한 강지혁에게, 치밀한 거짓말로 그의 숨통을 조여가는 상황은 어디까지가 코미디인지, 그 경계선마저 지운다.


 

 

 

강지혁은 거짓말을 동반할 땐 발연기를 할 수밖에 없다. 현성그룹(현성가사람들)이 거짓을 상징할 때, 강지환이란 캐릭터가 참, 진실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하는 또 한명의 캐릭터가 소미라다. 단순히 강지혁과 강동석사이에 선 삼각관계의 여주인공이라서가 아니라, 참과 거짓의 경계에 서 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동석이 가세하고 소미라의 내적갈등이 폭발하기 시작할 빅맨 5회가 더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