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개과천선, 김명민효과란 게 정말 있었나?

바람을가르다 2014. 5. 2. 13:53

 

 

 

드라마의 시작은 늘 힘들다. 많은 고민을 동반한다. 드라마의 전체적인 개요를 어떻게 하면 시청자에게 알기 쉽게 전달할 수 있을까. 낯선 드라마를 어떻게 하면 친숙하게, 보고 싶게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답의 시작점은 의외로 간단하다. 재밌으면 된다. 재밌으면 보게 된다. 재밌으면 친숙해지고, 배우의 발연기조차 견딜 수 있다. 재밌으면.

 

인기에, 연기력마저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김명민이 브라운관에 복귀했다. MBC 새수목드라마 ‘개과천선’으로. 김명민이 출연한다는 자체만으로도 해당드라마는 시청자에게 친숙해진다. 보고 싶은 드라마로 각인된다. 즉 ‘개과천선’의 제작진으로선 능력 좋은 배우덕분에 고민이 덜어진다. 다만 배우의 연기력이 재미를 보장하진 않는다.

 

 

 

 

개과천선은 법을 다루는 법정드라마다. 남녀주인공도 변호사다. 당연히 법정씬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 사실을 감안하고 보는 데도 지루하다. 사건이 발생하고, 사건을 다루는 과정, 변론을 펼치는 상황 등. 일련의 과정을 다룬 대본은 상당히 탄탄함을 읽을 수 있다. 배우는 어떤가. 김명민이다. 거대 로펌의 에이스 변호사인 김석주(김명민)가 법정을 주도한다. 김명민의 연기도 빛을 발한다. 그런데 지루하다. 왜 일까.

 

대본도, 배우의 연기도 부족함이 없는데, 법정씬은 지루하다. 길면 길수록 더욱. 정적이기 때문이다. 드라마가 설명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덕분에 시청자는 설명을 이해하기 위해 불필요한 머리를 써야 한다. 게다가 사건의 사전 정보가 시청자에게 충분히 숙지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정씬이 드라마 후반이 아닌 전반부에 등장해 분량을 많이 잡아먹는다면 과연 리모컨에 손이 가지 않는 시청자가 얼마나 될까.

 

 

 

 

일반적으로 법정드라마에서 법정씬은 드라마 초반보단 후반, 사건을 정리하는 느낌으로 가급적 짧게 가는 경우가 많다. 드라마 초중반에 시청자는 이미 사건이 진행되고 발전하는 과정을 접했기 때문에, 결과를 대충 예측하고 법정씬을 바라보게 된다. 그래서 변호사의 변론이나 설명들에 대한 이해가 빠르다. 제작진은 법정에서 사건을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기에, 역동성이 떨어지는 법정씬을 짧게 편집함으로써 시청자가 쉽게 느낄 수 있는 지루함을 덜 수 있다.

 

그런데 드라마 개과천선 1,2회는 이와 다른 과정을 밟았다. 그건 1,2회에선 사건보다 주인공인 변호사 김석주와 인턴 이지윤(박민영)의 캐릭터를 시청자에게 알기 쉽게 각인시키는 데 주력했기 때문이다. 특히 개과천선의 김석주는 ‘이러이러한 인간이다.’라는 홍보가 1,2화에 발생한 사건의 진행보다 앞설 수밖에 없다. 단지 이마저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데에 효과적으로 쓰이지 못했기에 안타깝다. 러브라인 김석주와 이지윤이 얽히는 상황은 억지스럽기까지.

 

 

 

 

주인공 김석주는 1심에서 진 사건을 항소심에서 이기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국내 최고 로펌의 자타공인 에이스 변호사다. 약자를 동정하지 않는다. 승리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이러한 김석주의 성격이 잘 드러났다. 그런데 지루했다. 주인공 캐릭터에 대한 궁금증보단 뻔하다는 느낌이 지배한다. 김명민이 연기를 못해서가 아니었다. 문제는 바로 김석주란 캐릭터에 있었다.


‘개과천선’의 김석주란 캐릭터가 김명민의 전작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나 ‘드라마의 제왕’ 앤서니를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김석주란 캐릭터의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루할 수밖에 없다. 연기변신이 필요한 김명민에게 식상한 김명민을 시청자에게 내놓았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벌써 김명민효과를 앞세우고 있다. 과연 김명민 효과란 게 있었나. 김명민이 연기 잘하는 건 써봐야 손가락아프고, 특별한 효과란 게 있었다면 식상한 캐릭터가 준 역효과밖에 보이지 않는데 말이다.

 

 

 

 

국내에서 의학드라마는 성공하기 쉽지만, 법정드라마는 성공하기 힘들다라는 공식아닌 공식이 있다. 그런데 이 공식을 지난 해 ‘너의목소리가들려’가 무참하게 깨버렸다. ‘너목들’의 무엇이 시청자를 사로잡았는가. 첫째 국내법정물에서 보기 힘든 판타지 그리고 캐릭터다. 남자주인공 박수하(이종석)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초능력을 가졌다. 그리고 박수하의 초능력은 변호사 장혜성(이보영)을 돕는 데에 쓰인다. 둘째 연상연하커플인 박수하-장혜성의 러브스토리.

 

판타지와 신선한 캐릭터, 로맨스의 조합. 드라마로써 특별한 건 아니다. 하지만 법정드라마로는 특별했고 ‘너목들’은 흥했다. ‘개과천선’에도 사랑이 있다. 절대 어울릴 거 같지 않은 김석주와 이지윤의 로맨스를 제작진이 어떻게 풀어낼 지 흥미롭다. 판타지는 없다. 굳이 매칭하자면 2회 마지막에 사고로 김석주가 기억상실증에 걸린다는 것. 그리고 기억상실로 기존 김석주의 캐릭터가 180도 바뀐다는 점이다. 차갑고 계산적인 김석주가 따뜻한, 인간미 넘치는 변호사로 옮겨갈 것을 예고한다.

 

 

 

 

수목드라마 ‘개과천선’의 성공은 김석주에 달렸다. 김석주를 연기할 김명민에게 달렸다. 베토벤바이러스의 강마에를 연상시키는 개과천선의 김석주는 필요없다. 기억상실을 계기로 변할 수 있으면 많이 변할수록 좋다. 법정드라마의 색깔을 가급적 많이 뺄 수 있는. 일본드라마 ‘히어로’의 기무라 다쿠야처럼 변호사같지 않은 변호사. 하지만 실력은 최고. 드라마에선 ‘나 변호사야.’가 아니라, ‘나도 사실 변호사인데.’식으로 접근할 때 캐릭터는 더 매력적이니까.

 

MBC 새수목드라마 개과천선 1,2회의 시청률이 7%대에 머물렀다.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크게 의미를 부여할 순 없다. 하지만 시청자가 끌릴 만한 신선한 에피소드도, 캐릭터의 매력도 글쎄. 오히려 전반적으로 드라마가 정적으로 흐른 느낌이다. 때문에 개과천선 3회가 중요하다. 김석주가 얼마나 매력적으로 변했는가가 중요하다. 진짜 김명민효과가 드러날 캐릭터의 변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