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

일밤이 개고생하는 건 ’우결’때문이다

바람을가르다 2009. 10. 6. 14:22

대한민국 대표 버라이어티 MBC<일밤>이 시청률 5% 언저리에 머물며 애국가시청률이란 비아냥을 듣고 있다. 일요일 저녁이라는 황금시간대에 천회라는 금자탑을 세운 바라이어티의 살아있는 역사 <일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SBS<일요일은 좋다>패밀리가 떴다 KBS<해피선데이> ‘12이란 코너 사이에서 전혀 힘을 쓰지 못하는 오빠밴드노다지에게 1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상대적으로 재미가 없으면 시청자는 떠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들 코너는 차치하고 <일밤>이라는 브랜드가 10%도 아닌, 5%의 시청자들 조차 붙잡지 못한다는 것은 충격과 공포가 아닐 수 없다. ‘남자의 자격골미다마저 시청률 10%를 넘긴다는 점에서 3%까지 추락한 <일밤> MBC예능국의 미운오리새끼가 되었다.

 

<일밤>이 이렇듯 개고생을 하는 원인은 '1박2일'과 같은 상대프로그램이 워낙 강세라는 이유도 크게 작용하지만, 5%이하로 추락한 근본적인 원인은  지난해 재미를 톡톡히 본 <일밤>의 간판코너 우리 결혼했어요’. 바로 우결 <일밤>안에 편성한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앤솔 및 상추커플 등이 등장했던 우결의 시즌1, 한 때 12, 패떴과 삼각구도를 형성하며, 엎치락뒤치락하는 힘의 균형을 이룬 적도 있었다. 가상신혼부부이라는 우결의 포맷은 신선했고, 주로 젊은 시청자들의 호응속에 상당한 인기를 구가한다. 그러나 우결이란 포맷을 일밤에 편성한 것은 명백한 실수였다. 그동안 쌓아올린 일밤의 이미지를 전부 갉아먹었으며, 시청자가 품어왔던 일밤의 신뢰를 한방에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일반적으로 해피선데이는 몰라도 출발드림팀‘12은 안다. 일요일이 좋다는 몰라도 패떴을 알고 골미다를 안다. 반대로 오빠밴드대단한도전은 몰라도 <일밤>은 안다. 다시 말해 코너보다 우월한 브랜드가 일밤이다. <일밤>은 일밤 러브하우스’, 일밤 이경규가 간다식으로 프로그램 앞에 일밤이란 타이틀이 시청자의 뇌리속에 각인되어 있다특히나 요즘 젊은 세대들보다 어릴 때부터 일밤을 보아온 30대 이후 세대들에게 더욱 그러한 잔상이 강하다. 여기에는 천회를 거치며, 그동안 <일밤>이 보여주었던 주옥같은 코너들 덕분임은 말할 것도 없다. <일밤>은 오락 못지않게 공익을 강조했고, 10대부터 장년층까지 전세대를 아우르는 포맷을 추구했다. 

 

그래서 <일밤>이란 브랜드가 주는 신뢰는 강하다. <일밤>에서 내놓는 프로그램은 일단 보게 되는 것이다. 과거에 보여준 것이 있기 때문에 그만큼의 믿음이 동반된다. 그러나 <우결>을 일밤에 간판으로 내놓으면서 중장년층은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젊은 세대는 호응했을지 모르나,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채널은 돌아간다. 문제는 젊은층의 리모컨 주기가 짧다는 것이다. 쉽게 식상함을 느끼는 만큼 변화에 대한 욕구가 크다. 12일과 패떴에 밀리기 시작한 우결을 커버하기 위해, <일밤>대망소녀시대공영소등으로 또다시 젊은층에 어필하려 들지만 악수가 된다.

이것은 12일과 패떴이 반복되는 식상한 포맷을 가지고도 변치 않는 사랑을 받는 것과 대조적이다. 젊은층은 재미가 없으면 채널이 돌아간다. 그러나 장년층은 재미보단 친근감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쉽게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지 않는다.   

 

우결은 분명 성공한 포맷이다. 더군다나 토요일로 자리를 옮기자 다시금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일밤>에 편성해서는 안 될 포맷이었다. 평소에 TV를 거의 보지 않는 사람들도 일요일저녁의 예능프로그램은 본다. 특히 중장년층들은 더욱 그러하다. 그들에 대한 배려를 늘 해왔던 일밤이, 단기적인 시청률에 눈이 멀어 우결을 <일밤>의 간판으로 내놓으면서 그동안 쌓아왔던 신뢰에 금이 갔다.

 

반대로 여걸식스꼬꼬관광이 아닌, ‘불후의 명곡’, ‘12’, ‘남자의 자격등으로 변신한 <해피선데이>‘X’, ‘기승사가 아닌 패떴’, ‘골미다로 진화한 <일요일은 좋다>는 철저히 10대위주에서 탈피한 느낌이다. 

일밤의 색깔이 사라졌다. 평범한 버라이어티로 전락한 것이다. 차별화된 기획으로 전세대를 아우르며 웃음뿐 아니라, 재미와 감동을 선사했던 일밤이, 연예인의 신변잡기에 치중했던 기존의 <일요일은 좋다> <해피선데이>를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일밤이란 브랜드를 죽여버렸다. 뒤늦게 <오빠밴드> <노다지>로 옛모습을 찾으려고 애써보지만, 급하게 핸들을 꺽다보니 재미와 완성도가 떨어진다.

 

더 큰 문제는 강호동, 유재석이란 브랜드파워가 <일밤>을 앞질렀다는 것이다.

주병진, 이경규는 콩트가 대세인 예능판을 뒤엎고, <일밤>이란 브랜드로 버라이어티의 장을 열었다. 특히나 이경규는 <몰래카메라>, <양심냉장고>, <이경규가 간다>, <대단한 도전>등을 히트시키며 <일밤>의 간판 역할을 해온다. 그와중에 당대 최고였던 <인생극장>이휘재, <국민투표>김국진, <러브하우스>신동엽, <브레인서바이버>김용만 등이 합세하며 <일밤>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데 한몫 거든다.

 

탄탄했던 일밤을 위협하는 MC가 있었다면 바로 강호동과 유재석이다. 그들은 <쿵쿵따> <X>에서 호흡을 맞추며 일밤을 괴롭혔고, 현재는 <12> <패떴>으로 일밤을 사지로 몰아넣었다. 재밌는 건 그들이 예능계를 양분하고, 젊은층뿐 아니라 중장년층까지 흡수하는 국민MC로 입지를 단단히 할 수 있었던 건 <무릎팍도사> <무한도전>이란 MBC예능프로그램의 덕이 컸다는 점이다. 현재 국민MC인 그들이 국민예능프로그램 <일밤>을 압도하는 형국이다. <일밤>보다 그들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훨씬 커졌다는 점에서 <일밤>이 어떤 코너를 내놓는다 하더라도 힘겨운 싸움을 할 수 밖에 없게 만든다.

현재 <일밤>에는 특별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 <오빠밴드>는 점차 좋아지고는 있으나, 초반에 너무 실망감을 주었고 일단 멤버들이 기존의 가수출신이라 <천하무적야구단>이 될 수가 없다. 지금은 음악이 주는 힘을 어떠한 스토리텔링으로 살려야 할지를 고민하는 수밖에 없다. 아쉬운 건 신구조화라는 명목으로 성민, 서인영 등을 합류시킨 것이다. 신동엽을 중심으로 같은 또래들이 뭉쳐 <오빠밴드>가 아닌 <아저씨밴드>로 출발했다면, 멤버간에 호흡은 물론이고 비쥬얼이나 내용전개에 있어 훨씬 더 할 얘기가 많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노다지>의 경우, 일단 컨셉이 식상하고 전개가 지루하다. 확실한 가이드라인이 없이 일단 내놓고 보자는 성공할 수 없다. 또한 MC김제동을 비롯한 출연진들의 파괴력이 떨어져 채널이 고정되질 않는다. 일요일저녁을 책임지기엔 역량자체가 부족하다. 길게 끌고 갈 프로그램이 못된다.

 

현재 평범한 버라이어티로 전락한 일밤에 예전같은 프리미엄이 없다. 국민MC 유재석과 강호동은 물론이고, 터줏대감 이경규와 김용만도 없다. 그야말로 시멘트바닥에 씨를 뿌려야 하는 상황이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김영희PD <일밤>에 복귀할 것이란 점이다. 지금은 시청률에 연연하기 보단 <일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다. 덧붙여 장기적인 안목으로 겨울이란 계절을 공략할 수 있는 소재를 찾아 기획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