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빅맨 이다희, 배신해도 사랑스러울까

바람을가르다 2014. 4. 30. 11:38

 

 

 

MBC 인기 월화드라마 ‘기황후’가 29일 종영했다. 마지막 51회는 28.7%라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주중 시청률로는 압도적이라 할만하다. 덕분에 상대적으로 외면받은 작품이 있다. 기황후와 동시간대 방영된 강지환-이다희 주연의 KBS2 새 월화드라마 ‘빅맨’이다. 29일 방송된 ‘빅맨’ 2회는 비록 시청률이 4.8%에 불과했지만, 재미면에서는 48%의 시청률을 기록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 즉 이제 겨우 2회를 마친 신작드라마이기 때문에 ‘빅맨’의 향후 시청률은 급반등도 가능해 보인다.

 

드라마 빅맨은 고아로 자라 밑바닥 인생을 살았던 한 남자 김지혁(강지환)이 재벌인 현성그룹의 장남 강지혁이라는 새 삶을 얻었지만, 그로 인해 다치고 부서지며 자신과 자신이 지켜야 할 소중한 사람을 위해 세상의 부조리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리고 빅맨 1,2회에선 밑바닥 인생 주인공 김지혁이 재벌그룹 장남 강지혁이 되는 과정이 그려졌다. 낯선 드라마를 시청자에게 얼마만큼 쉽게 이해시키느냐, 개연성은 충분히 담보되었는가에 답이 1,2회에 판명된다.

 

 

 

 

‘빅맨’의 제작진은 이 과정을 상당히 세심하고 매끄럽게 진행시켰다. 드라마이기 때문에 억지스러울 수 있음에도, 억지보단 그럴듯하다,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으로 이끈다. 소재나 설정에도 무리가 없다. 전개는 군더더기가 없다. 드라마의 캐릭터, 스토리를 시청자에게 알기 쉽게 전달하면서도, 전개의 속도를 내야할 땐 낼 수 있었고, 긴장감이 필요할 땐 이를 한껏 끌어올렸다. 김지혁이 의식불명에서 깨어나는 순간이나 자동차추격씬 등은 드라마가 줄 수 있는 긴장의 재미의 극대화시킨 대표적인 케이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웃음을 이끄는 방식도 탁월했다. 자신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노출된 지도 모른 채 강지혁이 된 김지혁이, 가짜 부모 강성욱(엄효섭)의 집을 찾아가, 강성욱과 최윤정(차화연)과 재회하고 진지하게(?) 핏줄확인에 들어갔을 땐 코미디가 따로 없다. 2회 마지막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고 강성욱에게 따지러 간 강지혁이 현성유통 사장이 되는 극적 반전까지. 확실히 빅맨 1,2회는 잘 빠졌다.

 

 

 

 

배우들의 조합은 어떤가. 강지환, 이다희, 정소민, 한상진, 엄효섭, 차화연 등 주조연할 거 없이 등장하는 캐릭터는 뚜렷하고 이를 받치는 연기력도 탄탄했다. 여기에 김지혁을 강지혁으로 만든 원인제공자, 심장이식수술을 앞둔 또 다른 주인공 강동석(최다니엘)이 본격적으로 가세할 경우, 극의 재미는 더욱 업그레이드될 전망이다. 강동석의 가세가 왜?

 

밑바닥인생에서 재벌이 된 남자가 세상의 부조리와 맞서는 건 흥미롭다. 하지만 미니시리즈의 주인공이 세상의 부조리와만 싸운다면 드라마의 재미는 반감될 것이다. 러브스토리가 빠질 수 없다는 얘기. 그것도 아주 치열한. 한 여자를 놓고 피터지는 두 남자의 이야기, 시청자 애태우는 삼각관계면 금상첨화다. 드라마 ‘빅맨’에서도 이러한 삼각관계를 예고하는데, 바로 김지혁과 강동석이 소미라(이다희)를 놓고 격하게 대립할 예정이다.

 

 

 

 

누가 봐도 러브매치의 승자는 강동석이 아닌 김지혁이 될 거라 생각하기 쉽다. 드라마 빅맨의 타이틀롤이 김지혁이다. 드라마의 역학구도상 당연히 여자주인공 소미라는 남자주인공 김지혁의 여자가 되는 게 정상이다. 드라마의 방향도 그렇게 잡혔다. 그런데 캐릭터에 부여된 극 초반 설정, 현실은 김지혁에게 생각만큼 호의적이지 않다.

 

일단 강동석과 소미라는 어릴 적부터 알고 지냈고, 연인관계로 발전했다. 게다가 소미라에게 강동석은 첫사랑이자 동경의 대상이다. 물론 현성그룹의 후계자 강동석과 현성그룹 FB(FAMILY BUSINESS) 팀장 소미라의 사이에는 분명 사랑만으로 넘기 힘든 벽이 존재한다. 강동석의 집안에서 현성의 운전기사 딸인 소미라를 며느리로 곱게 받아줄 리 만무하다. 이를 강동석도 알고 소미라도 알고 있다. 그렇다해도 강동석이 소미라를 진심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연인의 끈을 이어갈 수 있고 결혼까지도 꿈꿀 수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 둘 사이를 비집고 김지혁이 나타난 것이다. 소미라는 김지혁이 왜 강지혁이 됐는지 알고 있다. 현성그룹에서 강동석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김지혁의 심장을 원했고, 때문에 그를 강지혁으로 둔갑시켰다는 것도. 세상엔 김지혁이 현성그룹의 숨겨진 장남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언제든 그가 살해당할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됐다는 것도.

 

재밌는 건 소미라가 그런 김지혁을 사랑하게 될 것이란 점이다. 소미라에겐 강동석이 있다. 모든 걸 다 갖춘 남자. 그녀만 사랑해주는 남자. 그래서 심지어 미라는 지혁을 살해하려 했다. 동석을 살리기 위해서. 그런데 지혁을 미라가 사랑하게 된다? 그것도 동석의 사랑을 뿌리치고? 언뜻 보기엔 이러한 설정은 무리로 비칠 수도 있다. 첫사랑이자 현재의 연인에게서 돌아서는 여주인공의 배신이 있다. 서로를 잘 알지 못하였을 때지만, 뭔가에 홀린 듯 지혁을 살해하려고도 했다. 그런데 그의 사랑을 받고, 그녀도 그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다소 무리한 이런 설정마저 이해시키는 힘을, 제작진은 빅맨 1,2회를 통해 이미 보여줬다. 1회 말미에 지혁의 산소호흡기를 떼려했던 미라가 2회에선 고층아파트에서 떨어질 뻔한 지혁을 엉겁결에 살렸다. 또 도상호(한상진)가 지혁을 살해하라는 지시를 내린 통화를 우연히 엿듣고 그녀는 지혁을 살리려 했다. 뿐만아니라 그와 함께 차를 타고 가, 그녀의 목숨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노출됐었다.

 

이 과정이 부자연스럽지 않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을 보인 소미라의 캐릭터도 이해를 동반시킨다. 그래서 흥미롭다.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를 실천할 소미라라는 캐릭터도. 소미라를 두고 갈등을 빚게 될 김지혁과 강동석도. 하지만 역시나 삼각관계에선 여주인공이 중요하다. 강동석밖에 모르던 여자 소미라의 마음이 다른 남자에게 옮겨 간다. 배신이다. 배신해도 사랑스러운 여주인공이 가능할까? 가능할 듯 싶다. 빅맨 1,2회에서 소미라라는 캐릭터가, 이를 연기하는 이다희가 충분히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김지혁과 소미라에겐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두 사람이 운명적으로 엮었음을, 사랑할 수밖에 없음을 깨닫는 시간이. 소미라가 강자 강동석이 아닌 약자 김지혁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시간이, 과정이 필요하다. 밑바닥인생 김지혁을 벗고 대기업 현성유통 사장이 된 강지혁. 기업대표로서 좌충우돌도, 자신의 목숨을 노린 현성가를 향한 그의 반격도 기대되지만, 급물살을 탈 김지혁과 소미라의 러브라인도 3회로 접어드는 드라마 ‘빅맨’ 빅재미의 한축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