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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큼한 돌싱녀 이민정, 어떤 특별함을 보여줄까

바람을가르다 2014. 2. 19. 07:18

 

 

 

최근 30대 미시 여배우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별에서 온 그대’ 전지현, ‘따뜻한 말 한마디’ 한혜진에 이어, ‘태양은 가득히’ 한지혜, ‘참 좋은 시절’ 김희선, ‘신의 선물 -14일’ 이보영 등이 새롭게 시작하는 드라마에 여주인공을 맡았다. 그리고 또 한명, 지난 해 이병헌과 결혼한 이민정이 ‘미스코리아’ 후속, MBC 새수목드라마 <앙큼한 돌싱녀>를 통해 안방극장에 복귀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드라마 <앙큼한 돌싱녀>는 이혼녀 이야기다. 그리고 이민정은 타이틀 롤을 맡았다. 유부녀가 된 후, 첫작품이다. 복귀작 캐릭터가 처녀가 아닌 이혼녀라는 점이 현명한 선택으로 비친다. 다만 그녀의 전작이었던 로맨틱코미디 ‘빅’과 ‘내 연애의 모든 것’이 시청자에게 철저히 외면받았음을 고려할 때, 이번 ‘앙큼한 돌싱녀’의 성패는 배우 이민정에게 상당한 중요하다.

 

 

 

 

 

물론 ‘빅’과 ‘내 연애의 모든 것’이 이민정때문에 실패했다고 볼 순 없다. 그러나 좋은 작품을 선택하는 것도 배우의 능력이며, 해당 작품이 시청자에게 외면을 받았다는 건 주연배우에게도 일정부분 책임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30대 미시배우라고 해서 전부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계속적인 기회 보장을 의미하진 않는다. 여주인공으로 믿고 쓸 만한 경쟁력을 보여줘야 한다. 30대 여배우들이 포화상태로 접어드는 현 시점에선 더욱 그렇다. 그래서 더 이민정을, ‘앙큼한 돌싱녀’의 성패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새수목드라마 <앙큼한 돌싱녀>는 어떤 줄거리를 품고 있는가. 이혼 후 백마 탄 돌싱남과의 로맨스를 꿈꾸던 여주인공 나애라(이민정). 그러나 그녀의 바람과 달리 매번 실패를 거듭하고, 이혼한 전 남편 차정우(주상욱)는 벤처사업가로 성공해 나타난다. 드라마는 재벌이 된 전 남편과 다시 사랑을 시작하려는 돌싱녀의 앙큼하고도 처절한 작업기를 다룰 예정이다.

 

단순 줄거리만 보면 ‘앙큼한 돌싱녀’는 앙큼보단 끔찍이다. 여주인공이 돌싱녀인 건 괜찮다. 무슨 사연으로 이혼했는지 알 수 없지만, 전 남편과 재결합을 꿈꾸며 앙큼한 작업을 거는 것도 기대할 만하다. 문제는 전 남편의 설정이다. 돌싱남이 된 후, 벤처사업가로 성공해 재벌이 된다. 전 남편이 재벌이 되자, 이혼한 아내는 전 남편을 유혹한다. 뺨에 점이라도 붙일 작정인가?

 

 

 

 

 

비단 <앙큼한돌싱녀>만의 문제는 아니나, 아니 어떻게 된 게 우리나라 로맨틱코미디는 재벌이 없으면 안 될까. 스토리를 짤 수가 없나. ‘하다하다 이젠 이혼한 남편을 갑작스럽게 재벌로 만드네?’라는 생각부터 든다. 덕분에 문득 떠오르는 드라마가 있다. 주인공 부부가 이혼을 했다. 여전히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지만 재결합하기엔 너무 깊은 상처를 안고 있다. 드라마 ‘연애시대’는 재벌이 나오지 않아도 충분히 사랑스럽다.

 

<앙큼한 돌싱녀>에서 전 남편을 재벌로 설정했기에, 속물 여주인공의 앙큼하고 처절한 작업에 당위성을 부여받고 탄력을 받을 수 있겠지만, 그만큼 드라마가 진부하고 가벼워질 거란 느낌도 지울 수 없다. 돌싱남, 돌싱녀로 대표되는 주인공인 만큼, 최소한 돌싱인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사는 내용이 에피소드 안에 많이 녹아든다면, 굳이 전 남편을 재벌남으로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란 아쉬움도 있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이, <앙큼한돌싱녀>에만 재벌남이 등장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재벌남이 등장하지 않는 게 이상한 국내 로맨틱코미디의 특수성(?)을 감안할 필요도 있다. 대신 재벌이 된 전 남편에게 작업을 거는 돌싱녀 캐릭터는 비호감에 노출되기 쉽다. 로맨틱코미디에서 가장 사랑스러워야 할 여주인공 캐릭터가 말이다.

 

그래서 <앙큼한돌싱녀>는 남자주인공 주상욱보단 상대적으로 여자주인공 이민정의 어깨가 무겁다. 여주인공이 어떤 비호감스러운 행동을 해도 시청자 눈엔 그건 귀여운, 앙큼한 것이고, 심지어 사랑스럽게 비쳐야 한다. 그래야 시청자를 붙들 수 있다. 대본의 완성도와는 별도로, 배우 이민정의 역량이 시청자에게 재평가받는다.

 

 

 

 

 

지난 해 부터 수목드라마는 로맨틱코미디가 강세를 보였다. 공교롭게도 <앙큼한돌싱녀>의 동시간대 경쟁작은 KBS<감격시대>, SBS<쓰리데이즈>. <앙큼한돌싱녀>에겐 부담인 동시에 기회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주군의 태양’, ‘별에서 온 그대’ 등이, 단지 로맨틱코미디이기 때문에 성공한 건 아니다. 시청자를 끄는 특별한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건 대본에서도, 배우에게서도 나올 수 있다. 과연 새수목드라마 <앙큼한돌싱녀>는, 미시 이민정은, 특별한 로맨틱코미디를 선보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