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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네 후속드라마 ‘참 좋은 시절’, 기대하는 이유

바람을가르다 2014. 2. 17. 06:17

 

 

 

 

<왕가네식구들>후속으로, 오는 22일 첫방송되는 이서진-김희선 주연의 KBS2TV 새 주말연속극 <참좋은시절>의 예고편을 본 시청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드라마 <참좋은시절>은 어떤 내용, 줄거리를 품고 있을까.

 

가난한 열여덟 살 소년이 떠나왔던 그 고향 집을, 검사라는 직업을 가진, 꽤 잘 나가는 어른이 돼서 15년 만에 돌아간다. 15년 만에 찾은 고향. 반가울까. 설레일까. 아니다. 주인공 강동석(이서진)은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고향이라 말한다. 왜?

 

그 곳엔 손자 동석의 목숨을 살린 대가로 10여년이 넘게 자리를 보존하고 누워 계시는 할아버지(오현경)가 있다. 여자를 빼면 인생을 논할 수 없는 난봉꾼 아버지도 있다. 평생을 내 자식이나 쌍둥이 시동생이나 남의 자식이나, 매한가지 아픈 손가락으로 키워 낸 바보천사 어머니(윤여정)도 계시고, 아버지의 첩이자 세상에서 제일 외롭고 서글픈 어머니, 하영춘(최화정)여사님도 계신다.

 

 

 

 

 

족발집 주방장과 초등학교 행정실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쌍호 삼촌과 쌍식이 삼촌도 있다. 여전히 정신 못 차리고 아직도 꿈을 먹고 사는 애 딸린 돌싱남 동탁(류승수)이형도 있고, 볼 때마다 부채감과 죄책감으로 힘든 7살 지능의 쌍둥이 누나 동옥(김지호)도 있다. 주먹질도 재능이라고 그걸로 밥 벌어먹고 사는 상남자 동생 동희(옥택연)도 있고, 그런 동희의 쌍둥이 아이들 동주와 동원이도 있다. 그리고 상처만 주었던 첫사랑 해원(김희선)이가 그곳에 있다.

 

그런데 돌아가고 싶지 않다? 그렇다. 동석의 눈에 가족은, 첫사랑은 여전히 창피하고 아프고 도망치고 싶을 만큼 불편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주인공 동석이 또 다시 가족을, 사랑을 외면하고 도망친다면? 예전처럼 상처만 주고받고, 결국 남보다 못한 사이로 그렇게 차갑게 등을 돌린다면?

 

 

 

 

 

드라마 ‘참 좋은 시절’은 주인공 동석이 15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와, 불편할 수 있는 가족, 첫사랑, 이웃들을 만나면서, 또 다시 화내고 전보다 더 큰 상처를 주고 받을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어쩌면 처음으로 용기를 내 고마웠다는 말을 하고, 미안했다는 말도 하며, 당신들 때문에 마음 아팠다는 말도, 사랑한다는 말도 할 지 모른다에 주목한다. 거친 어머니의 손을 잡아 드리고, 형이랑 동생과 처음으로 소주잔도 기울여 보고, 누나와 함께 마을길도 산책하고, 조카들에게 근사한 장난감도 사주고...

 

어쩌면 그들과 함께 한 시간, 시절이 도망치고 싶었던, 불행하고 창피했던 시절이 아닌, 내 인생의 가장 아름다웠던, 참 좋은 시절이었다는 걸, 비로소 깨닫게 될 지도 모른다에 희망을 품는 것이다.

 

 

 

 

 

설정이 쉽고 단순하다. 심지어 개천에서 용된 주인공도 그렇고, 캐릭터, 배경 등, 드라마의 전반적인 톤이 꽤 올드하다. 그럼에도 <참좋은시절>은 오히려 기대감을 업시킨다. 주말 저녁 온 가족이 함께 시청하기엔 쉽고 단순한 설정이 효과적이다. 또 고향(시골)에 올드한 분위기는, 그동안 넝쿨당-내딸서영이-최고다이순신-왕가네식구들로 이어지며 물든 KBS주말드라마의 현대적, 도시적인 컬러와 배치돼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온다. 

 

출연진은 어떤가. 주인공에 이서진-김희선이다. 설명이 필요 없다. 기대를 안 할 수가 없는 커플이다. 오랜만에 브라운관으로 복귀한 김지호도 반갑다. 극중 김지호는 7살 지능을 가진 이서진의 쌍둥이 누나로 등장해, 연기변신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참좋은시절>은 시청률이 기본적으로(?) 30%는 나와 주는 KBS-2TV 주말 저녁 황금시간대에 편성됐다. 시청률 40%도 이제는 놀라움보단 익숙한. 국민드라마란 평가를 받은 ‘넝쿨당’-‘내딸서영이’가 거쳐 갔고, 실패에 가깝다는 ‘최고다이순신’조차 시청률 30%를 찍었을 정도로 노다지시간대이다. 문영남작가는 ‘수상한삼형제’에 이어 ‘왕가네식구들’로 시청률 40%대 드라마를 또 다시 배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시청률 50%에 육박했던 <왕가네식구들>를 보면 개운치 않다. 황금시간대와 막장드라마의 궁합이 너무 좋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시청률 2~30%가 보장된 시간대에 주말, 가족을 감안하면, 불쾌할 정도의 자극적인 막장공식은 가급적 피하고, 얼마든지 신선하고 훈훈한 내용으로 승부해도 좋지 않을까란 생각이 아쉬움을 낳는다.

 

 

 

 

 

그래서 더 <참좋은시절>을 기대하는 것이다. 가난한 소년이었던 한 남자가 검사로 성공한 뒤, 15년 만에 떠나왔던 고향에 돌아오게 된 이야기를 중심으로 가족의 가치와 사랑의 위대함, 내 이웃의 소중함과 사람의 따뜻함을 담아낼 예정이기 때문이다. 또 이를 보증하는 게 작가 이경희다. 그녀의 대표작으로 ‘미안하다 사랑한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 등 멜로가 주로 거론되지만, 또 다른 성공작 ‘고맙습니다’나 ‘꼭지’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람, 사랑, 가족, 이웃의 이야기를 따뜻하고 재미나게 그려낼 수 있는 작가로도 손꼽힌다.

 

KBS주말연속극은 참 좋은 시간대에, 참 좋은 내용으로, 참 좋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를 많이 배출했다. 새주말드라마 <참 좋은 시절>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요즘에 매몰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고, 기대를 부풀리는 건 오히려 올드, 아날로그다. 요즘 드라마의 공식이 아닌, 설사 예전 드라마의 공식을 쫓더라도, 가족이 함께 봐도 불편하지 않고 재밌게 시청할 수 있는 ‘참 좋은 드라마’ 기대해도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