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자들 이민호-박신혜, 정작 상속받아야 할 것은?
올해 수목드라마는 SBS의 강세가 눈에 뛴다. 비주얼 커플 조인성-송혜교 주연의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시청률의 여왕으로 떠오른 이보영과 패기의 이종석을 앞세운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 이어, 최근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인기리에 종영한 호러커플 소지섭-공효진의 ‘주군의 태양’까지. 지난 해 각시탈-착한남자 등 KBS가 압도했던 수목드라마 판세가 올해는 확실히 SBS로 넘어온 느낌이다.
그리고 지금의 여세는 다음 주 9일 첫방송되는 SBS 새수목드라마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 상속자들’에게 까지 옮겨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상속자들’은 ‘파리의 연인’, ‘시크릿 가든’, ‘신사의 품격’ 등을 집필한 김은숙 작가의 신작으로, 이민호-박신혜를 중심으로 ‘구가의 서’ 최진혁, ‘학교 2013’ 김우빈, 걸그룹 에프엑스의 크리스탈에 박형식, 강민혁 등 핫한 젊은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방영 전부터 화제를 낳고 있다.
그렇다면 드라마 ‘상속자들’은 어떤 줄거리를 담고 있을까. 부유층 고교생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리게 될 청춘 트렌디 드라마다. 부모세대로부터 막대한 부를 상속받게 될, 재벌 2세, 3세인 고교생들의 이야기다. 주인공 김탄(이민호)은 모든 것을 가졌지만 가지지 말아야 할 아픔까지 갖고 태어난 제국그룹 상속자다. 그렇다면 드라마의 법칙상 필연적(?)으로 가난할 수밖에 없는, 여주인공 차은상(박신혜)은? 그렇다. 제국그룹 가사도우미 딸로 가난 상속자로 등장한다.
두 주인공과 엮이게 될 주요 등장인물에는, 냉철한 카리스마를 겸비한 호텔 제우스의 상속자 최영도(김우빈), 김탄의 옛 연인으로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후계자 이보나(크리스탈), 김탄의 이복 형이자 대한민국 최고 기업 제국그룹의 젊고 능력있는 사장 김원(최진혁) 등이 기다린다. 대한민국 상위 1%라고 말하는 이들의 사랑과 우정, 오해와 갈등 그리고 아픔과 화해의 중심에서 어떤 극적 시너지를 낼 지가 드라마를 보는 1차 시청포인트라면, 2차 시청포인트는 주인공 이민호 그리고 그가 맡은 캐릭터 김탄에게 맞춰진다.
드라마 ‘상속자들’의 내용이 자칫 시청자에겐 2009년 방영해 히트를 친 ‘꽃보다남자’와 유사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 꽃남은 구준표(이민호), F4로 대변되는 고교생이자, 재벌 후계자들과 가난한 캔디 금잔디(구혜선)가 엮여 사랑과 우정을 이미 풀어놓은 바 있다. 그래서 ‘상속자들’의 주인공 김탄과 차은상은 꽃남 구준표와 금잔디를 쉽게 연상시키고, 주변인물들 또한 ‘꽃남’의 포지션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느껴지는 게 아킬레스로 작용한다.
‘상속자들’의 주인공 김탄 역에 이민호가 4년 전 ‘꽃남’의 구준표였다는 점도, 아무리 히트제조기 김은숙 작가의 작품이라 해도, 복사판의 우려를 낳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때문에 상속자들에서 이민호가 맡은 김탄이라는 캐릭터와 박신혜가 맡은 차은상이란 캐릭터가 꽃남의 구준표, 금잔디와 얼마나 다르게 구현되느냐에 따라, 드라마의 신선도, 궁금증, 기대감이 달라질 전망이다.
다행인 건, 티저 예고영상에서 볼 수 있듯이, 이민호의 김탄은 좌충우돌 혈기왕성한 구준표에 비해 유머러스하면서도 차분하고 뜨겁지만 냉철해 보인다. 고교생이 아니라 대학생으로 보일 만큼 성숙함이 느껴진다. 차은상 역에 박신혜도 금잔디와 비교할 때, 차분하고 성숙한 이미지를 풍긴다.
즉 주인공에서 알 수 있는 건, 드라마 ‘꽃남’이 만화같은 설정과 캐릭터를 앞세웠다면, ‘상속자들’은 지나치게 튀려하기 보단, 설정자체를 좀 더 현실성있게 접근하려는 의도, 인상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현실보단 판타지가 먹히는 로맨틱, 트렌디 드라마라는 관점에서, 부유하지만 남모를 상처를 가진 남자주인공과 가난하지만 재벌남이 파리처럼 꼬이는 여자주인공이란 진부한 설정마저 피할 순 없었겠지만 말이다.
과연 드라마 ‘상속자들’이, 이민호가 ‘꽃남’의 인기, 신드롬을 재현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에 앞서 ‘상속자들’이 정작 상속받아야 할 것은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새로움이고 빠져들 수밖에 없는 재미다. 부나 권력을 가지고 인기를 누렸던 정형화된 캐릭터가 아니라. 언뜻 보기에 설정이 유사하다해도 드라마 ‘꽃남’과는 캐릭터부터 이야기자체가 다르다는 걸 초반에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다면, 시청자의 기호를 잘 아는 김은숙 작가의 필력이나, 이민호-박신혜를 축으로 배우들의 비주얼, 연기 보는 맛도 탄력을 받기엔 부족함이 없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