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비밀, 황정음표 멜로드라마 착한여자?

바람을가르다 2013. 9. 18. 08:54

 

 

 

사랑은 언제나 주는 것이라 생각하는 여자가 있다. 언제나 씩씩하고 해맑은 사랑스러운 여자. 구김살 없이 웃을 줄 아는, 하지만 마냥 순진하거나 답답하지 않은 여자. 그래서 그녀는 힘든 일이 닥쳐도 절망하지 않는 단단한 마음의 소유자다. 종영한 ‘칼과꽃’ 후속, KBS새수목드라마 ‘비밀’의 여주인공 강유정(황정음)이다.

 

강유정의 사랑을 받아온 남자가 있다. 유정이 본인보다 더 사랑한다고 말하는 남자. 명석한 두뇌에 수려한 외모의 검사 안도훈(배수빈)이다. 그는 부당해고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다 장애를 가진 아버지를 대신해 어려서부터 집안의 모든 기대를 받으며 컸다. 검사가 된 뒤 7년 간 뒷바라지해준 유정에게 청혼하며 그토록 바라던 행복한 가장이 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가장 행복했던 날 결정한 한 번의 선택이 그에게 가혹한 운명을 부른다.

 

 

 

 

수목드라마 ‘비밀’의 공개된 티저 예고영상에서 알 수 있듯이, 안도훈은 교통사고를 저지른다. 우발적이다. 하지만 그 사고로 조민혁(지성)이 사랑하는 여자가 죽는다. 당황한 안도훈을 위로하는 강유정. 그녀는 말한다. “일단 운전은 내가 했다고 말했어.” 이게 무슨 소리인가. 결국 도훈의 잘못된 선택을 부를 유정의 한 마디임을 예상할 수 있다. 도훈이 치룰 죄값을 유정이 대신 치루게 될 것임을.

 

그래서 조민혁은 강유정을 미워할 수밖에 없다. 강유정이란 여자때문에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가 죽었으니. 사실은 안도훈이 범인임에도. 결국 잘못된 선택은 여러 사람 피곤하게 만든다. 조민혁은 안도훈이 아닌 강유정에게 복수할 생각을 품는다. 하지만 조민혁은 끝내 강유정에게 복수할 수 없을 것이다. 복수가 웬 말? 조민혁은 강유정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왜냐고? 조민혁(지성)과 강유정(황정음)은 드라마 ‘비밀’의 주인공이니까.

 

 

 

 

그렇다면 여기서 잠깐. 조민혁은 어떤 남자인가. 재벌총수의 후계자, 게다가 멋진 외모를 갖고 태어났다. 그에게 사랑만큼 쉬운 일도 없었다. 일부러 노력하지 않아도 주어진 환경 탓일까, 그에게 사랑은 잠깐의 재미일 뿐 큰 의미가 없었다. 그래서 유일하게 마음을 열었던 여자 지희조차도 무기력하게 떠나보냈다. 지희가 차가운 시신으로 돌아오고 나서야 뒤늦은 후회를 해보지만 소용없다. 그래서 조민혁은 강유정에게 복수심을 품는다.

 

세상에 널린 게 여자다. 사랑은 엔조이. 진실한 사랑? 그런 건 없다. 있어도 개나 줘라는 마인드의 조민혁. 잘 생긴 재벌 2세에 까도남. 멜로드라마의 남자주인공으로 갖출 건 다 갖췄다. 착하고 해맑은 여자주인공, 강유정같은 여자를 만날 운명인 셈이다. 여기에 어릴 적부터 조민혁을 짝사랑하며 집착하는 미모의 여자도 빠질 수 없다. 신세연(이다희)이다. 4선 국회의원의 딸로, 매력적인 외모에 예술적 재능까지 가진 완벽한 여자. 여주인공 강유정과 자라온 환경과 성격이 극과 극으로 대비되는.

 

 

 

이렇게 KBS새수목드라마 ‘비밀’의 주인공들을 살펴보면, 드라마가 어떤 스타일과 줄거리를 가지고 나아가게 될지 대충 감을 잡을 수 있다. 속된 말로 안 봐도 비디오일 정도다. 그만큼 설정이나 캐릭터가 시청자에게 매우 익숙하다. 그동안 사랑에 배신당한 여자를 다룬 멜로드라마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지난해 ‘착한남자’부터 시작해 올해 ‘남자가 사랑할 때’까지 이어진 멜로드라마는 여자가 아닌 남자가 배신당하는 스토리로 옮겨졌었다.

 

드라마 ‘비밀’에선 ‘착한남자’의 분위기가 살짝 감지된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안도훈(배수빈)의 죄를 대신 뒤집어 쓸 착한 여자 강유정(황정음)에게서, 한재희(박시연)의 죄를 뒤집어썼던 착한남자 강마루(송중기)가 연상되기 때문이다. 사랑에 회의적이면서도 사랑이 고픈 까칠한 재벌 2세 조민혁에게선 서은기(문채원)의 향기가 풍긴다. 물론 풀어가는 과정은 ‘착한남자’와 다르겠지만, 주요인물의 캐릭터나 설정이 유사하다는 느낌도 부인할 순 없다.

 

 

 

 

‘비밀’이 식상함을 벗고 여타 멜로드라마와 차별화를 이루려면, 풀어내는 과정은 물론이거니와, 유사한 캐릭터를 다르게 구현할 수 있는 배우들의 연기내공이 가미되어야 한다. 때문에 지성과 황정음의 어깨가 무겁다. 다행이 지성-황정음은 연기력, 스타일면에서, 안정감도 있고 맡은 배역에 적절하다는 인상을 주기에 부족함은 없다. 문제는 커플의 시너지인데, 기대는 되나 어떨지는 미지수. 그들과 4각멜로를 펼치게 될 배수빈과 이다희 매력이 어느 정도 받쳐주느냐도 궁금한 대목이다.

 

봄, 여름이 로맨틱코미디의 계절이라면, 가을과 겨울은 정통 멜로드라마와 궁합이 좋다. 그래서 KBS새수목드라마 ‘비밀’이 방영되는 시점도 좋고, 기대감도 고점에서 형성된다. 다만 다소 익숙하다, 올드하다는 인상을 어떻게 벗겨낼 지가 드라마 비밀의 초반 시청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또한 지난 해 이맘때 쯤 흥했던 송중기표 ‘착한남자’와 2013년 황정음표 ‘착한여자’는 어떻게 다를 지 비교하며 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