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과꽃 엄태웅-김옥빈, ‘공주의남자’ 인기 재현할까
칼은 운명, 꽃은 사랑...
‘천명’ 후속으로 7월 3일 첫방송하는 KBS 새 수목드라마 ‘칼과 꽃’의 티저영상 예고편은, 극의 내용을 효율적이면서도 강렬하게 표현했다. ‘칼과꽃’은 고구려 영류왕(김영철)의 딸 무영(김옥빈)공주가 아버지를 죽인 연개소문(최민수)의 서자 연충(엄태웅)과 사랑에 빠진 뒤, 복수와 사랑사이에서 갈등하는 줄거리를 담기 때문이다.
642년 고구려, 연개소문과 영류왕 둘 다 고구려를 사랑했지만 국가를 운영하는데 있어 가치와 철학이 달랐다. 그래서 적이 될 수밖에 없는 심각한 갈등을 빚었고, 급기야 연개소문은 영류왕을 살해하는 정변을 일으켰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에, 영류왕의 딸 무영, 연개소문의 서자 연충이라는 가공인물을 더해, 운명적 사랑과 복수의 비극적 서사를 녹여낼 작품이 ‘칼과꽃’이다.
모티브만 놓고 보면 ‘칼과꽃’은 2년 전 방송했던 ‘공주의남자’를 연상시킨다. 수양대군(김영철)이 왕위를 찬탈하기 위해, 단종을 보좌했던 김종서(이순재)등을 제거한 계유정난이란 역사적 배경속에, 김종서의 아들 김승유(박시후)와 수양대군의 딸 이세령(문채원)의 운명적 사랑이란 픽션을 가미한 드라마 공주의남자. 조선판 로미오와 줄리엣이었던 ‘공주의남자’는, 당시 상당히 높은 시청률로 안방극장을 평정했다.
그래서 새 수목드라마 ‘칼과꽃’은 ‘공주의남자’와 비교될 수밖에 없다. 조선과 고구려라는 역사적 배경, 남자주인공과 여자주인공의 포지션이 바뀌었을 뿐, 큰 틀에서는 유사한 구조를 품고 있다. 때문에 포지션이 바뀐 남녀주인공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내용의 차별화, ‘칼과꽃’만의 색깔, 매력을 어필하는 게 중요한 성공포인트.
그렇다면 연개소문에게 아버지 영류왕을 잃고 복수를 꿈꾸는 무영의 캐릭터는 어떨까. 구김살 없이 밝다. 공주의 신분에도 불구하고 변복을 하고 저자에 드나들 정도로, 남자 못지않게 능동적이다. 때문에 왕위를 계승하게 될 남동생보다 아버지 영류왕의 신뢰와 사랑을 더 받는다. 하지만 연개소문의 아들 연충과 사랑에 빠지면서 비극의 중심에 서는. 드라마 여주인공의 캐릭터로 상당히 매력적이다. 이를 표현하게 될 김옥빈의 연기력도 기대를 모은다.
아버지 연개소문에게 아들로 인정받지 못했던 서자 연충. 하지만 누구에게도 무시당하지 않는 지위를 얻기 위해 왕궁 무사시험에 지원하고, 공주의 호위무사가 된다. 아버지 연개소문과 아버지에게 복수하려는 사랑하는 여자 무영사이에서, 갈등하고 선택을 강요받게 될 연충. 여자이기 때문에 활동범위가 좁아지고 수동적일 수밖에 없었던 공남의 이세령에 비해, ‘칼과꽃’의 연충은 적극성을 부여받고 극을 이끌어감에 있어 수월함을 담보한다. 연충을 연기할 엄태웅에 대한 신뢰도도 높게 형성된다.
여기에 연개소문으로 또 한번 카리스마를 뿜어 낼 최민수, 사극에서만큼은 언제나 주연급 존재감 김영철이 든든하다. 이밖에도 모설 박수진, 시우 이정신, 온주완, 주진모 등이 주요 배역진으로 포진해 극에 시너지 효과를 낼 전망이다.
문제는 주인공 엄태웅과 김옥빈의 멜로다. ‘칼과꽃’은 사극이지만, ‘공주의남자’처럼 멜로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비극적인 운명 그리고 사랑에 놓이게 될 엄태웅과 김옥빈이 시청자에게 얼마나 애절함을, 어울림을 어필할 수 있느냐가 드라마의 성패를 가르는 실질적인 키로 볼 수 있다. 과연 ‘칼과꽃’ 엄태웅-김옥빈커플이 ‘공주의남자’ 박시후-문채원커플의 성공을 재현할 수 있을까.
최근 사극은 안방극장에서 예전만큼의 힘을 보여주지 못했다. 작년은 물론, 올해만 해도 기대작이었던 장옥정-천명-대왕의꿈 등 줄줄이 쓴잔을 마시는 상황이고, 그나마 성공한 ‘마의’조차 사극계의 미다스손 이병훈PD의 예전 명성에는 미치지 못했다. 물론 ‘구가의서’가 선전하고 있으나, 장르면에서 전통적인 사극의 성공과는 거리가 있다.
때문에 사극의 부활과 침체의 분기점에서, 문근영-이상윤 주연의 MBC 새 월화드라마 ‘불의여신 정이’와 엄태웅-김옥빈 주연의 KBS 새 수목드라마 ‘칼과꽃’의 성공여부가 주목된다. 특히 ‘칼과꽃’의 경우, 동시간대 경쟁작으로 이미 탄력을 받은 이보영-이종석 주연의 ‘너의 목소리가 들려’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하기에, 다소 힘겨운 초반이 되겠지만, 조급함을 버리고 시청자에게 내용을 알기 쉽게 전달해 자리를 잡아간다면 의외의 결과도 기대해 봄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