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황금의제국 고수-손현주, ‘추적자’의 못다한 이야기?

바람을가르다 2013. 6. 21. 10:43

 

 

 

지난 해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였던 드라마 ‘추적자 더 체이서’의 제작진인 조남국PD-박경수작가와 손현주-박근형-장신영-류승수 등 출연진들이 의기투합하고 고수-이요원 등이 가세해 ‘황금의 제국’으로 돌아온다. ‘장옥정 사랑에 살다’ 후속으로 7월 1일 첫방송하는 SBS 새월화드라마 ‘황금의제국’은 1990년대 초부터 20여 년에 이르는 한국경제의 격동기에, 가족 사이에 벌어지는 왕위 쟁탈전을 그린다.

 

18세기 유럽의 왕가에서 벌어지던 왕위 쟁탈전을 2013년 대한민국에서 재현한다는 큰 그림아래, 하나 뿐인 제왕의 자리를 두고 벌이는 형제간의 음모, 자매간의 배신, 남매간의 이합집산, 부부간의 애증, 숙부와 조카의 암투를 담는다. 거대 자본을 둘러싸고 가족의 식탁에서 벌어지는 뜨거운 욕망과 치열한 전쟁이 드라마 ‘황금의제국’속에 녹아들 예정이다.

 

 

 

 

신도시 개발과 부동산 광풍, IMF와 구조조정, 벤처의 신화와 거품, 글로벌 금융 위기까지 두루 다루게 될 ‘황금의제국’은 결국 돈(자본)얘기다. 그리고 돈에 관한 이야기만큼 재밌는 것도 없다. 하지만 돈, 경제라는 흥미로운 소재와 현실을 반영하는 사실적인 구도가 얼마나 드라마틱하게 구현될 수 있는가는 별개다.

 

즉 밑그림보다 부분을 메우는 터치, 스토리라인이 안타까움에서 짜릿함, 통쾌함에 이르기까지 시청자의 감정을 흔들 수 있는가. 안타깝게도 시청자는 그렇지 못한 드라마를 더 많이 봐왔다. 이것이 돈얘기인지, 사랑얘기인지, 산타는 얘기인지. 인물과 스토리가 제대로 섞이지 못한 불분명한 드라마.

 

 

 

 

하지만 새 월화드라마 ‘황금의제국’은 뭔가 다를 거란 기대감이 앞선다. 바로 조남국PD-박경수작가의 전작인 ‘추적자’를 보면 알 수 있다. ‘추적자’는 권력의 더러움앞에 억울하게 딸과 아내를 잃은 소시민 백홍석(손현주)의 복수를 담았다. 그리고 반대편에 탐욕에 찌든 대선후보 강동윤(김상중)과 재계를 주름잡는 서회장(박근형)이 있었다. 목적을 이루려는 주인공 백홍석-강동윤-서회장의 팽팽한 삼각구도가 형성되면서, 드라마 ‘추적자’는 재미와 완성도를 높였다.

 

‘추적자’의 성공에는 부성애가 빛난 백홍석의 이야기도 재밌었지만, 더 많은 힘을, 권력을 가지려는 강동윤과 서회장의 매치업도 엄청난 파괴력을 뿜었다. 돈, 권력, 그 리얼하면서도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강동윤과 서회장이 각을 세우면서 흥미진진하게 전개될 수 있었다. 그렇다. 드라마 ‘황금의제국’을 기대하는 건, 재미를 자극했던 ‘추적자’속 서회장일가 이야기의 세밀하고 치열한 확장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예감때문이다.

 

 

 

 

여기에 드라마 ‘추적자’속 인물들의 변신도 눈길을 끈다. 전화한통으로 정계, 재계, 법조계와 언론까지 장악했던 무소불위의 권력자 서회장 역의 박근형은 드라마 ‘황금의제국’에선 성진그룹의 쇠약해진 회장 최동성 역을 맡았다. 손현주의 변신은 더 놀랍다. 성진그룹 최동진 부회장의 큰아들 최민재로 냉정하고 날카롭다. 그러나 성진그룹의 주인이 되려는 야망으로 비뚤어질 수밖에 없는, 때문에 ‘추적자’속 서회장이 젊어져서 돌아온 것 같은. 그렇게 최민재(손현주)는 장태주(고수)-최서윤(이요원)과 후계자 자리를 놓고 대립각을 세운다.

 

드라마의 특성상 사랑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황금의제국’으로 통하는 성진그룹을 빼앗으려는 야심찬 사내 장태주. 수려한 외모, 명석한 두뇌, 강인한 열정, 유쾌한 웃음. 사내가 가질 수 있는 모든 것을 가졌지만, 단 하나 돈을 가지지 못했기에, 치욕과 모멸을 견뎌야 했던 남자. 가난때문에 아버지는 잃었지만, 가난때문에 꿈조차 잃을 수는 없었던 남자로 그려진다. 흡사 ‘추적자’의 강동윤(김상중)이 떠오르는.

 

 

 

 

장태주를 사랑했지만, 그와 적이 될 수밖에 없는 성진그룹 최동성(박근형)회장의 둘째딸 최서윤. 도도하다. 당당하다. 온 몸에서 풍기는 자신감은 향수보다 진하다. 하지만 성진그룹 회장딸이 아닌 평범하고 소박한 인생을 살고 싶던 여자. 그러나 철없는 언니와 무능력한 오빠를 보며, 결국 성진그룹을 책임질 사람은 자신뿐임을 깨닫는다.

 

전 국민이 황금의 투전판에 뛰어들었던 욕망의 시대. 그 욕망의 싸움터에 뛰어든 청년 장태주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씨줄로, 국내 굴지의 재벌, 성진그룹의 가족사와 후계다툼을 날줄로, 우리 모두의 부끄러웠던 지난 20년의 욕망을 배경으로 그려낸 장쾌하고 비극적인 현대판 서사 영웅담이 될 ‘황금의제국’은 과연 ‘추적자’의 신드롬을 재현할 수 있을까. 만약 드라마 황금의제국속에 장태주가 강동윤(김상중)이고, 최민재를 서회장(박근형)으로 볼 수 있다면, 드라마 ‘추적자’에서 못다한 이야기, 강동윤과 서회장의 재대결, 확장판이란 시선을 동반해도 또 다른 재미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