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나쁜남자가 되는 여러가지 이유들?

바람을가르다 2013. 5. 26. 08:56

 

 

 

‘Bad(나쁜)’는 대중문화 트렌드를 주도하는 대표키워드로 꼽힌다. 드라마도 예외는 아니다. 드라마 속 ‘나쁜남자’는 신드롬을 거쳐, 남자주인공 캐릭터로서 대세가 되었고, ‘나쁜여자’ 악녀도 여자주인공을 괴롭히던 서브녀의 포지션을 벗고, 이제는 당당히 극을 이끄는 주인공으로 대접받기 시작했다.

 

나쁜 건 나쁜 것이다. 나쁜 건 불쾌하고 불편한 것이다. 불안하고 두려운 것이다. 그런데 궁금하다. 금기에 대한 호기심같은 것. 하지만 직접적으로 부딪히기엔 껄끄럽고 조심스럽다. 나쁜 건 위험과 우려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쁘다’와 ‘픽션’이 자유자재로 결합할 수 있는 드라마는 매력적이다. 대중이 느끼는 일정부분의 호기심을 간접적으로 해소시켜주기도 하고, 때로는 판타지를 품게끔 만들기도 한다.

 

 

 

 

드라마는 ‘나쁘다’는 단어 자체가 가진 속성을 뛰어넘는 상상과 창조를 기반으로 삼기 때문이다. 즉 픽션인 ‘드라마’와 호기심을 낳는 ‘Bad(나쁜)’의 궁합은 좋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쁜남자도, 악녀도 시청자를 쉽게 잡아끄는 매력을 지닌다. 하지만 그 ‘나쁜’ 매력도 차별이 없고 변화가 없다면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때문에 드라마 속 남자주인공이 나쁜남자가 되는 이유도 제각각이다.

 

‘추억속 나쁜남자 - 나쁜남자 속 나쁜남자 변천사’

과거의 나쁜남자는 주로 두부류로 나뉜다. 돈많은 재벌2세이지만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애정결핍 남자이거나, 집안에 돈은 없지만 머리는 수재에 성공하고 싶은 욕망은 사랑보다 큰 남자다.

 

 

 

 

전자의 경우가 주인공커플을 갈라놓는 서브남이 되면, 진짜 나쁜 남자의 포스를 발휘한다. 대표적으로 ‘얼마면 돼?’ 드라마 <가을동화>의 원빈을 필두로, <세상끝까지> 김호진 등, 사랑을 돈으로 사려는 남자들이다. 반대로 후자의 경우는 돈에 사랑을 파는 남자들로 주인공이 많다. 대표적으로 <청춘의덫>의 이종원, <태양은가득히>의 유준상 등이 그렇다.

 

즉 드라마 속에서 나쁜 남자가 되는 케이스가 ‘돈’ 때문이었다. 돈이 많아서 돈없는 여자를 함부로 대하거나, 돈이 없어서 돈없는 여자를 함부로 버리거나. 때문에 돈이 너무 많은 대신 개념이 없어서 나쁜 남자도 있었고, 돈이 없으면 없는 대로 불만과 욕심이 폭발한 나쁜 남자도 있었다. 공통점은 하나같이 여자주인공의 사랑을 받지 못하거나, 심지어 오뉴월 한을 품은 여자의 복수대상이 되어 추락의 길을 걷는다.

 

 

 

 

물론 이러한 돈과 나쁜남자의 상관관계에 균열을 깬 캐릭터도 있다. 대표적으로 드라마 ‘별은내가슴에’의 안재욱이다. 극중에서 안재욱은 돈많은 나쁜남자였지만, 캔디 최진실을 사랑하고 또 사랑을 받게 된다. 처음엔 돈으로 사랑을 사려했지만, 결국 돈이 아닌 진심으로 사랑을 구하게 되는.

 

이후 가난한 여주인공을 사랑하는 남자주인공으로 재벌2세에 쿨하고도 나쁜남자 캐릭터는 쏟아졌다. 정말 나쁜 남자가 맞는지 정체성이 의심될 정도로 경제력은 기본, 출중한 외모에 능력있고 센스까지 갖춘 완벽에 가까운 나쁜남자. 예전이나 지금이나 무난하게 안방에서 통하는 재벌2세 나쁜남자. 때문에 ‘발리에서 생긴 일’에 나약한 재벌2세 나쁜남자 조인성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하지만 돈때문에 나쁜남자로 구분되는 것이 식상해질 무렵, 돈이 아닌 가족의 ‘복수’를 위한 나쁜남자가 대세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미안하다사랑한다’ 소지섭, ‘나쁜남자’ 김남길 등이 그렇다. 김남길은 새 월화드라마 ‘상어’에서도 이와 유사한 캐릭터를 소화할 예정이다. 이들은 ‘돈’이 아닌 불행한 ‘가족사’의 아픔을 씻지 못해 복수를 택하고 나쁜남자가 된다. 그 과정에서 여자주인공과의 위험하고 안타까운 사랑이 스며든다.

 

최근엔 사랑했던 여자에게 배신당한 남자가 나쁜남자로 돌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것은 악녀를 자처하는 여주인공과 궤를 같이 한다. 대표적으로 '착한남자' 송중기. '야왕' 권상우, '남자가 사랑할때' 송승헌 등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원래는 착한남자였는데, 여자의 배신, 사랑의 아픔을 견디지 못해 분노하고, 너무나 사랑했던 여자를 파멸로 몰아가려 한다. 풀어가는 방식은 다를지언정 큰 틀에선 <청춘의덫>의 남자버전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이렇듯 ‘나쁜남자’를 다루는 드라마에서, 대개 돈, 성공에 대한 집착, 가족에 대한 복수, 믿었던 사랑에 대한 배신 등은 ‘나쁜남자’를 탄생시킨 배경으로 작용한다. 물론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차별화가 나타난다. 아주 좋은 예로,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조인성캐릭터 오수다. 오수는 돈많은 재벌2세도 아니고, 돈이 없다고 해서 사귀던 여자를 배신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하려는 욕망을 품고 있지도 않다. 그런데 나쁜남자였고 오영(송혜교)을 만나 착한남자가 됐다.

 

그렇다. ‘그겨울’ 오수처럼 나쁜남자 캐릭터는 얼마든지 변신이 가능하다. 그리고 그 변신을 가능하게 만드는 건, 역시나 스토리의 힘이다. 나쁜남자건, 착한남자건 캐릭터는 결국 스토리에 맞춰지기 때문이다. 나쁜남자가 흔한남자가 되지 않기 위해선, 캐릭터의 형태보단 다양한 스토리의 발굴이 시급하고 중요하다. ‘여명의눈동자’ 최재성이나 ‘모래시계’ 최민수도 나쁜남자였다. 그런 대작속에 숨쉬는 나쁜남자는 언제쯤 다시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