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의교실, 고현정이라서 가능한 일드?
‘선덕여왕’ 미실, ‘대물’ 서혜림이 초등학생을 상대하는 선생님으로 돌아왔다. ‘남자가 사랑할 때’ 후속으로, 6월에 첫방송되는 MBC 새 수목드라마 ‘여왕의 교실’에서, 고현정은 초등학교 담임선생님 마여진 역을 맡았다.
3년여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하는 카리스마 여배우 고현정의 선택이 동심에 어울리며 녹아들어야 할 초등학교 선생님이라? 다소 의외라는 생각이 앞설 수도 있지만, 드라마 여왕의교실이 ‘까탈스럽고 차가운 성격’의 여교사 마여진(고현정)을 그린다. 그녀는 학생들로부터 ‘마녀’, ‘구미호’, ‘싸이코패스’ 등 무섭고 악랄한 여선생님으로 묘사된다. 즉 ‘여왕의교실’ 아이들에게 고현정은 미실의 귀환이 되는 셈이다. 때문에 고현정의 카리스마는 마여진 캐릭터를 소화하기에 맞춤복같은 인상마저 준다.
그렇다면 새수목드라마 ‘여왕의교실’ 줄거리가 어떻길래, 마여진은 반아이들에게 마녀선생으로 통하는 걸까. 6학년 3반에 부임한 마여진 선생은, 학생들에게 동심과 희망대신, 부조리한 사회와 냉정한 현실세계로 인도한다. 협박과 이간질 등, 극단적인 처방을 마다 않는 마여진의 교육방식에 불편하고 두려워진 학생들은 반발하고 저항하며 각을 세운다.
일반적으로 선생님하면 떠오르는 사랑과 배려를 마여진에게선 찾을 수 없다. 드라마 학교2013의 장나라와는 완전히 상반된 캐릭터. 마여진인지 마녀진인지, 또 한명의 악녀탄생을 예고한다. 다만 이유없는 악녀가 주인공일 순 없다. 드라마 여왕의교실 마여진에게도 마녀선생이 된 계기 그리고 이유가 있다. 만일 마녀가 된 이유가 아이들이 미워서가 아닌, 아끼고 사랑하기 때문이라면?
‘여왕의교실’은 2005년도 일본에서 방영된 드라마다. 즉 원작이 있는, 일드를 리메이크한 드라마. 그래서 기본적으로 스토리는 안정된, 탄탄한 반면, 내용은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알려진 단점이 공존한다. 그렇다면 아마미유키가 아닌 고현정 주연의 드라마 ‘여왕의교실’ 경쟁력은 어떨까.
매년 여러 편의 일본드라마를 리메이크하지만 성적표는 들쑥날쑥이다. ‘하얀거탑’, ‘꽃보다남자’, ‘공부의신’ 등 성공한 케이스가 있지만 소수에 불과하다. 특히 지난해엔 ‘닥터진’, ‘아름다운그대에게’ 등 일드는 거의 힘을 쓰지 못했다. 그런데 올해는 다른 양상이다. 일드 ‘사랑따윈 필요없어, 여름’을 리메이크한 ‘그 겨울, 바람이 분다’와 ’파견의 품격‘을 리메이크한 ’직장의신‘이 기대이상의 성적을 올렸다.
소재의 신선함,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열연이 시너지효과를 내며, 안방에서 외면받던 일드가 재차 주목받고 있다. 때문에 자연스레 ‘여왕의교실’도 기대를 모은다. 마녀로 불리는 여선생님과 순수해야 할 초등학생들의 치열한 대결구도는 상당히 신선하다. 하지만 마녀 여선생 마여진이 고현정이 아닌 다른 여배우였다면, ‘여왕의교실’의 신선한 소재와 구도가 드라마를 보고 싶게 만드는 힘, 매력, 기대감으로 얼마나 이어질 수 있었을까.
사실 드라마에서 어른과 아이(초등학생)의 싸움은 흥미를 낳기엔 부족할 수 있고 심지어 유치하게 보일 수도 있었지만, 고현정이란 배우가 중심에 놓이다보니, 그 유치할거란 편견마저 사라지고 뭔가 다를 거란 기대감이 앞선다. 주인공의 캐스팅만으로도 드라마의 힘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또 고현정에게 맞서는 서신애, 김새론, 김향기 등 검증된 아이들의 캐스팅도 힘을 보탠다. 여기에 윤여정-최윤영-리키김 등 개성있는 선생님라인도 가세한다.
새수목드라마 ‘여왕의교실’이 올해 불고 있는 일드의 강세를 이어갈까. 드라마의 간판 마여진을 소화하고 강하고 어필할 여왕 ‘고현정’이 시청률보증수표임을 또 다시 입증할까. 드라마의 내용과 별도로 이목을 끄는 대목이다. 하지만 고현정이란 여배우가 있기에 일드 ‘여왕의교실’이 리메이크 될 수 있었다고 볼 때, 안방에 드라마의 소재나 장르를 넓힌 것만으로도 긍정적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