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사랑할 때 ‘카르멘’의 복선, 신세경이 송승헌을 버릴 때?
1일 방송된 수목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 9회 마지막에, 서미도(신세경)와 이재희(연우진)가 우연처럼? 운명처럼! 만났다. 버스영업이 종료된 늦은 밤에. 서미도는 버스에 두고 내린 다이어리를 찾으러 왔고, 이재희는 그녀의 다이어리를 찾아주기 위해 버스종점을 찾았다.
서미도에게 잃어버린 다이어리는 단순한 일정이 적힌 수첩에 불과하지 않다. 그녀의 꿈이 담겨 있다. 공연기획자로 성공하고픈 그녀의 꿈을 상징한다. 그 꿈을 이재희는 서미도에게 아낌없이 조언과 격려로 여러차례 일깨우고, 관련 서적 등을 구해주며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다. 못다핀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그리고 서미도가 잃어버린 다이어리를 찾아주며 도움의 방점을 찍었다. 마치 내(이재희)가 있는 한, 당신(서미도)의 꿈은 시들지 않는다를 보여주듯이.
서미도의 입장에선 자신의 꿈을 지지하고 지켜주는 이재희가 당연히 고마울 수밖에 없다. 그것이 이재희가 자신에게 보내는 호감이며 시랑의 메시지라는 것을 알면서도, 거부할 수 없다. 오히려 그의 사랑은 순수하게 느껴진다. 자신의 조건이나 배경따위는 보지 않고, 나 서미도란 여자만 생각해주기 때문이다. 내 주변을 읽으려 하지 않고, 나라는 존재만을 읽으려 한다. 그래서 서미도는 이재희를 만나면 편안해진다. 나 이외에 다른 걸 생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서미도는 가난한 집안 형편으로 늘 돈에 구애를 받았다. 가난때문에 꿈도 포기했던 게 사실이다. 그리고 한태상(송승헌)이란 남자를 만났다. 그 덕분에, 돈의 구속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었다. 대신 한태상이란 남자에게 구속된다. 물질적인 그의 도움은 갚아야 할 마음의 빚이었다. 그 빚을 사랑으로 갚을 생각따윈 없었다. 그런데 한태상은 자신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사랑한 적 없는 남자의 갑작스런 청혼, 결국 서미도는 돈이 아닌 남자(사랑)라는 덫에 걸리고 만다.
이후 한태상의 적극적인 애정공세에 서미도는 조금씩 흔들렸고, 그를 사랑할 수도 있겠다는 마음의 변화가 일기 시작한다. 다만 그에 대한 사랑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힌태상이라는 남자를 사랑하기엔 그의 조건이나 주변이 너무나 신경쓰인다. 한태상이 조폭출신이란 점. 그의 주위를 늘 맴돌며 신경을 곤두서게 만드는 백성주(채정안)란 여자. 구용갑(이창훈)이란 조폭출신 사업가. 출소한 이창희(김성오)란 한태상의 친동생같은 남자 등등.
이재희가 서미도의 주변을 보지 않고 오직 서미도란 여자만 바라보는 것과 대조적으로, 서미도는 한태상의 주변을 신경쓰며 오직 한태상을 바라보지 못한다. 그 상황에 한태상은 결혼을 서두른다. 서미도는 불안함을 느끼며 갈등할 수밖에 없다. 사랑이란 감정은 마음먹기에 따라 언제든지 벗어날 수 있는 구속이지만, 결혼은 그 자체로 구속이다. 서미도가 한태상의 프로포즈에 쉽게 답할 수 없는 이유이다.
‘남자가 사랑할 때’ 9회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건, 한태상과 서미도가 함께 본 오페라 <카르멘>이다. 소설 카르멘의 줄거리나 등장인물이,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때’의 내용과 일정부분 닮아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태상이 고른 오페라 <카르멘>은, 향후 드라마의 전개를 암시하는 일종의 복선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오페라 카르멘은 어떤 내용을 품고 있는가.
보수적인 성격의 기병대 하사 돈 호세는, 폭행죄로 체포된 집시 카르멘이란 여자를 후송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카르멘의 유혹에 빠진 호세는 그녀와 도주한다. 카르멘을 찾아 온 자신의 상관마저 죽인 호세는, 어쩔 수 없이 집시들과 함께 밀수와 강도짓을 하며 살아간다. 유랑 생활과 범법자 신세로 전락한 호세는 불안과 회의를 느끼고, 카르멘은 호세가 자신과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는다.
한편 카르멘에게 반한 또 다른 남자 투우사 에스카미요가 등장한다. 카르멘은 그의 유혹에 끌린다. 상처입은 호세는 질투와 증오로 카르멘을 위협한다. 하지만 호세의 약혼녀였던 미카엘라에게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말을 전해듣고 일단 고향으로 떠난다. 어머니의 장례식을 마치고 카르멘이 있는 투우장으로 돌아온 호세는, 그녀에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애원하지만 차갑게 거절하는 카르멘에게 이성을 잃고 그녀를 칼로 찔러 죽인다. 그리고 호세는 사형선고를 받는다.
오페라 <카르멘>에서 돈호세는 한태상, 카르멘은 서미도, 에스카미요는 이재희, 미카엘라는 백성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금껏 진행된 수목드라마 ‘남자가 사랑할때’ 주요인물의 캐릭터와 스토리라인이 소설 ‘카르멘’과 흡사함을 알 수 있다. 때문에 드라마 ‘남사’의 향후 전개도, 전체적인 맥락에서 카르멘과 유사하게 흐를 거란 예상도 가능하다. 그리고 ‘남사’의 치정멜로는, 9회 엔딩 버스종점에서 서미도와 이재희의 만남을 한태상이 눈치 채며 서막을 열었다.
그렇다면 ‘남자가 사랑할때’에서 서미도가 과연 한태상을 버릴 수 있을까. 버린다면 어떤 이유에서 일까. 소설 카르멘에서 카르멘이 돈호세의 구애를 끝내 거절했던 건, 투우사 에스카미요를 사랑해서가 아니었다. 바로 집시의 여인 카르멘에게 사랑보다 중요했던 건, 구속이 아닌 자유였기 때문이다. 즉 '사랑'이란 이름으로 서미도에게 결혼을 종용하며 '구속'하려 하는 한태상에게서, 서미도는 결코 행복할 수 없는 여자다. 만일 서미도가 한태상을 버린다면, 그 계기가 이재희에서 시작될 순 있겠지만 그것이 그에 대한 사랑이라기 보단, 누구에도 구속받고 싶지 않은 서미도란 여자의 본능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