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 김태희 노출보다 시원한 건?

바람을가르다 2013. 4. 30. 10:03

 

 

 

예고대로 김태희가 벗었다. 29일 방송된 월화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 7회에서, 침방나인으로 궁에 입궁한 장옥정(김태희)은 숙종(유아인)의 승은을 입게 하려는 대왕대비 조씨(이효춘)의 명에 따라 꽃잎 띄운 통속에서 목욕을 했다. 그리고 장옥정과 숙종은 운명적으로 재회했고, 두 사람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대왕대비 조씨가 기대했던 숙종 이순과 장옥정의 합방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숙종은 장옥정을 단단히 오해하고 있었다. 그동안 수차례 만났던 장옥정과의 인연이, 우연이 아닌 계획된 만남이라고 판단했다. 권력을 탐한 또 다른 누군가가, 무리가 장옥정의 배후에 존재한다고 믿었다. 때문에 장옥정에게 모진 말을 쏟아내며 승은대신 상처를 입혔다.

 

 

 

숙종의 판단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장옥정의 배후에는, 이순과 인연이 있는 옥정이를 이용해 왕권에 버금가는 권력을 쥐고자하는 대왕대비 조씨를 비롯해, 장현(성동일)-조사석 등이 존재한다. 다만 그 사실을 침방나인으로 궁에 들어온 장옥정만 모르고 있다. 때문에 숙종이 자신과의 모든 만남을 의도적이며 불순한 계책으로 오해하고 몰아붙여 억울할 수밖에. 물론 장옥정도 반격을 가했다. 당신은 왜 왕이 아닌 내금위장으로 자신을 속였냐며. 하지만 그 말조차 숙종의 싸늘한 분노를 키울 뿐이었다.

 

숙정과 장옥정의 합방은 실패로 돌아갔다. 서로에게 오해와 불신 그리고 상처만 남겼다. 그러나 그것은 서로의 진심과 진실이 왜곡되어 나타난 결과물이었다. 때문에 진실이 밝혀지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과정만 밟는다면, 비온 뒤 땅이 굳어지듯이 두 사람이 느끼게 될 미안함은, 숨겨왔던 사랑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숙종과 장옥정이 궁에서 재회해, 서로를 오해하고 극단적일 정도로 틀어진 건, 다음에 이어질 내용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두 사람이 과연 어떤 식으로 오해를 풀고 사랑을 느끼게 될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이다. 또 서로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는 것도, 복잡했던 상황을 좀 더 단순화시키고 재미와 갈등을 효과적으로 전개시킬 수 있는 틀을 완성시킨다.

 

역모에 실패한 복선군(이형철)과 무리들이 참수형을 당했다. 장옥정 김태희 목욕신보다 시원했던 상황이고 장면이다. 사실 그동안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는 등장인물이 지나치게 많았다. 때문에 스토리가 사방팔방으로 흩어져, 산만함을 부추기고 집중력을 떨어뜨렸다. 지난 6회 동안 이것저것 이야기를 풀어 놓기 바빠, 드라마가 무거워지고 앞으로 나아가질 못한 격이다.

 

 

 

디자이너 장옥정의 성장기가 있었다. 멜로로 넘어가면 장옥정과 숙종 이순의 운명적인 사랑도 그렸다. 여기에 인현왕후(홍수현)와 인경왕후(김하은)가 엮이고, 동평군 이항(이상엽)도 거든다. 앞으로 현치수(재희)와 숙빈 최씨(한승연)도 가세해야 한다. 정치는 숙종 이순과 민유중(이효정)의 대립, 장현(성동일)과 민유중의 대립, 현종-대비김씨-대왕대비 조씨 등 여러 사람이 얽혀 역학구도를 형성했다. 그리고 그동안 복선군이 꾸준히 역모를 구상했다.

 

궁중사극의 특성상 출연진이 많은 건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초반 ‘장옥정’의 실패는 많은 등장인물의 분량을 효과적으로 안배하지 못했다는 데에 있다. 최대한 곁가지는 쳐내고 빠르게 전개해야 했는데, 작은 배역의 캐릭터에도 개연성을 부여하느라 스토리는 늘어졌다. 한 회당 너무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고, 너무 많은 얘기를 풀어놓다보니 집중력이 분산되고 시청의 몰입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복선군의 역모가 실패로 돌아간 ‘장옥정, 사랑에 살다’ 7회가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복선군의 역모스토리가 빠지니, 무거웠던 드라마가 훨씬 가벼워진 느낌이다. 정치쪽 분량은 본격적으로 숙종이순-민유중-장현의 구도로 좀 더 뚜렷하고 심플하게 가져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여기에 인경왕후가 두창(천연두)으로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인경왕후가 8회에 죽게 될까. 두창으로 죽게 된다면 아쉽지만 다행이다. 분명 인경왕후의 캐릭터는 매력적이고, 김하은은 짧은 분량에도 존재감이 있었다. 하지만 인경왕후로 인해, 정작 세심하게 다뤄야 할 인현왕후가 제대로 그려지지 못했다. 존재감이 미비했다. 드라마 장옥정에서, 멜로부분은 장희빈-숙종-인현왕후 구도로 가야 극적 긴장감과 재미가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데, 인경왕후가 있는 한 인현왕후가 포지션을 잡을 수가 없다. 때문에 인경왕후의 하차는 빠를수록 좋은 셈이다.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 7회는 시청률이 반등하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내용면에선 짜임새가 있었고 재미면에서도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그보다 지지부진하게 끌어왔던 복선군의 역모가 실패한 점, 인경왕후가 두창에 걸려 죽음의 고비를 맞은 점이 장옥정의 기대감을 높인다. 덕분에 드라마가 훨씬 가벼워졌기 때문이다.

 

드라마 장옥정의 제작진이 염두해야 할 것은, 장옥정 김태희를 벗기고 노출신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다. 정작 벗겨야 할 것은, 불필요한 내용을 주워 담아 드라마를 무겁게 하는 짐스런 에피소드와 등장인물이다. 드라마를 좀 더 쉽고 단순하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 드라마의 중심이 되는 인물들이 효과적으로 활약할 수 있는 구도. 그것이 시청자가 기대하는 스토리라인이며, 흥미를 느끼며 몰입하기 좋은 그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