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의비밀 김소현, '유준상-성유리' 케미에는 악수?
유준상-성유리 주연의 SBS 새주말드라마 ‘출생의 비밀’이 27일 첫방송됐다. 그렇다면 ‘출생의비밀’ 1회는 어땠을까. 제목이 주는 오해와 편견을 불식시켰다. 출비하면 떠오르는 막장드라마와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유준상의 코믹한 연기와 김소현의 생기발랄한 분위기로 채운 시작은, 설레임과 기대감을 불어넣어야 할 드라마 1회로써 적절했다.
드라마 출생의비밀 1회가 더욱 인상적인 건, 급하게 서두르지 않은 데에 있다. 대신 주인공인 홍경두(유준상)와 정이현(김소현-성유리)의 캐릭터를 시청자가 알기 쉽도록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야 드라마의 가장 큰 줄기이자 사건의 시발점인 정이현(성유리)의 해리성 기억장애, 그녀가 지난 10년의 기억을 잃어버린 상황과 우는 아기를 안고 밤늦도록 오지 않는 아내 정이현을 불안한 표정으로 기다리는 홍경두를 대비시킴으로써, 2회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출생의비밀’ 1회에서 기억해야 할 것은, 첫 번째 주인공의 캐릭터다. 홍경두는 가난하고 무식하고 순박하다. 반면 정이현은 천재다. 보이는 것은 모두 기억하는 포토그래픽 메모리의 소유자다. 미국 유학을 준비중이고 돈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평생 모르고 지냈던 아버지 최국(김갑수)교수를 처음으로 찾아간다. 동시에 최국은 자신에게 딸 정이현이 있었다는 걸 아는 계기가 된다.
두 번째는 주인공에게 벌어진 사건이다. 정이현의 잃어버린 10년. 정이현은 왜 길가에 잠들어 있었고, 깨어나선 지난 10년을 기억하지 못할까. 도대체 정이현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어 그녀의 기억상실증은 고스란히 홍경두에게 영향을 미친다. 1회에 드러난 캐릭터상 전혀 안 어울릴 것 같은, 이루어질 수 없는 홍경두와 정이현이, 어떤 계기로 부부가 되어 둘 사이에 아기까지 생겼을까.
이렇듯 주말드라마 ‘출생의비밀’ 1회는 생각보다 쉽고 단순하다. 남녀주인공이 살아온 환경, 성격, 능력 등 캐릭터를 명확하게 그렸고, 사건의 축이 되는 여주인공 정이현의 ‘해리성 기억장애’를 다루며, 앞으로 펼쳐질 인물간의 위기와 갈등을 예고했다. 드라마의 밑그림으로 ‘출생의비밀’ 1회는 한마디로 깔끔하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바로 유준상과 김소현의 만남이다. 유준상은 홍경두를, 김소현은 정이현을 표현하는 데에 무리없는 연기력을 선보였다. 문제는 그들이 부부가 된다는 설정이다. 유준상과 김소현의 나이차가 심해도 너무 심하게 나기 때문이다. 특히나 김소현은 미성년자이다. 그런데 유준상과 김소현이 커플이 되고, 부부가 될 것이란 이미지를 시청자에게 각인시켰으니, 악수로 보일 수밖에 없다.
물론 극중 김소현은 성유리의 아역으로 일시적으로 등장한다. 홍경두 유준상과 결혼하는 정이현도, 김소현이 아니라 성유리다. 하지만 유준상과 김소현이 마주치는 장면이 1회에서도 몇차례 등장해, 성인이 된 정이현을 연기하는 성유리에게서, 시청자는 김소현의 잔상을 읽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드라마 초반엔 더욱.
또한 김소현을 비롯한 또래 아역 연기자들사이에 유준상이 등장함으로써, 유준상이 그들 사이에서 붕떠버릴 정도로, 물과 기름같은 느낌을 주고 말았다. 즉 유준상-성유리 커플에 온전히 몰입해야 할 시청자에게, 김소현이란 존재는, 아역이 남긴 이미지는 어색함과 불편함으로 남을 수 있었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드라마 ‘출생의비밀’에 굳이 김소현을 비롯한 아역을 등장시킬 필요가 있었을까. 성유리가 고등학생 역할을 소화하기에 크게 무리라고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그것 또한 무리수라면, 정이현을 고등학생이 아닌 대학생으로 설정하고 성유리를 등장시켰어도, 극에 큰 지장을 초래한다고 볼 수 없었다. 그래서 더 아쉬운 것이다.
이미지란 무서운 것이다. 보여지는 이미지. 각인되는 이미지. 한 번 고정되면 쉽게 바뀌지 않는 게 이미지다. 그래서 첫인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드라마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랑을, 멜로를 다루는 드라마에서, 남녀주인공의 어울림, 케미는 중요하다. 드라마 출생의비밀에서 유준상-성유리의 케미는 무리가 없다. 하지만 성유리가 표현할 정이현속에 김소현의 잔상이 남을 수 있다. 극 초반 유준상-성유리커플의 애틋한 사랑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시청자는 아저씨가 딸같은 여자를 사랑하는 불편한 설정으로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말드라마 ‘출생의비밀’ 1회는 내용 측면에선 성공적인 출발에 가깝지만, 유준상-김소현커플이 남긴 이미지 측면은 실패로 볼 수 있다. 때문에 향후 전개될 내용과는 별도로, 유준상-성유리커플이 사랑했던, 사랑하는 연인의 느낌을 얼마만큼 빠르게 시청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가도 중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