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출생의비밀 성유리, 부담스런 캐릭터 살려낼까

바람을가르다 2013. 4. 26. 07:49

 

 

 

 

종영한 ‘돈의 화신’ 후속으로, 27일 첫방송을 예고한 SBS 새주말드라마 제목이 ‘출생의 비밀’이다. 그런데 드라마 속 출생의 비밀하면 떠오르는 불륜, 강간, 아기 바꿔치기와 같은 막장에피소드가 없다? 제작진은 드라마 ‘출생의비밀’에는 소위 말하는 출생의 비밀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그렇다면 출비없는 드라마 ‘출생의비밀’은 도대체 무슨 내용을 담고 있을까.

 

자살로 생을 마감하려는 남녀가 자살포인트에서 만나, 죽음을 포기하고 함께 살게 된다. 사랑을 하고 부부가 되어 딸을 낳고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말도 없이 사라졌다. 남편은 아내를 찾지 못하고 상처를 입는다. 절망한다. 하지만 어린 딸을 보며 일어선다. 한 때 자살을 생각했던 남자에게 딸은, 어린 생명은 삶의 원동력이자, 의지가 되고 희망이 된다.

 

 

 

그렇다면 여자는 왜 말없이 사라졌을까. 어디로 갔을까. 그녀는 해리성 기억장애를 앓고 있다. 정신을 잃을 때는 17세(김소현)였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27세(성유리)가 되어 있다. 즉 여자에게 지난 10년은 기억에서 사라졌다. 당연히 남편에 대한 기억도, 딸에 기억도 없다. 단지 10년 전과 달라진 환경, 주변사람들, 자신의 모습에 그녀 스스로도 혼란스럽다. 하지만 빠르게 적응해 나간다. 그리고 또 시간이 흐른다. 30대에 접어든 어느 날 미친(?) 남자를 만난다. 자신이 남편이라고 말하는 남자를.

 

주말드라마 ‘출생의비밀’은 해리성 기억장애로 사랑하는 남자 홍경두(유준상)와 딸 홍해듬(갈소원)에 대한 기억을 잃은 여자 정이현(성유리)의 기억찾기를 다룬다. 동시에 천재 딸 해듬을 대하는 무식한 아버지 홍경두의 눈물 어린 부성애도 담는다.

 

 

 

드라마 ‘출생의비밀’에 출생의 비밀은 없다지만 그에 버금가는 기억상실증 코드가 극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그렇다면 드라마를 식상함의 늪에 빠뜨리기 쉬운 기억상실증이란 소재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 극의 이끌어야 할 주인공 유준상-성유리는 캐릭터를 어떤 매력과 연기력으로 표현할 것인가. 드라마의 재미, 성패와 직결된다.

 

일단 유준상이 맡은 홍경두란 캐릭터는 매력적이다. 자신은 무식한데 아내는 천재고. 딸도 아내를 닮아 천재다. 가난하지만 순박한 남자에게 그런 아내와 딸은 어떤 존재로, 느낌으로 다가올까. 그리고 아내가 사라졌다. 천재 딸을 대하는 무식한 아버지의 눈물 어린 부성애를 다루기에, 주인공 홍경두는 아주 용이한 포지션을 놓인 셈이다.

 

 

 

작가가 인기드라마 ‘피아노’를 쓴 김규완이다. 드라마 ‘피아노’하면, 고수-김하늘-조인성의 아버지 역할을 했던 조재현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깡패출신의 무식한 아버지 조재현의 눈물겨운 부성애가 빛난 작품이다. 때문에 드라마 ‘출생의비밀’이 스토리의 한축으로 내세운 ‘부성애’가 잘 녹아들었을 거란 기대감을 낳는다. 여기에 유준상이란 배우의 안정감. ‘넝쿨당’의 국민남편에서, ‘출생의비밀’의 국민아빠로 거듭날 수 있을지 흥미로운 대목이다.

 

성유리가 맡은 정이현이란 캐릭터는 어떤가. 해리성 기억장애로, 잃어버린 10년을 감당해야 한다. 정이현이 머릿속에서 삭제된 기억을 복원하면 끔찍한 비극이 도사리는 설정을, 기억을 되찾지 못하면 사랑했던 남자와 자신이 낳은 아이를 기억하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일단 여주인공 정이현(성유리)의 딜레마 자체는 흥미롭다. 문제는 일반드라마와 달리, 기억상실증 에피소드가 3,4회 안에 종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극 전체를 관통하는 기억상실증 코드를 진부하지 않게, 극적 재미와 긴장감을 조성하며 총 20회를 담아내야 한다. 때문에 ‘기억을 잃어버린’ 천재, 여자, 아내, 엄마를 다각도로, 흡인력있게 표현해야 할 성유리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정이현이란 캐릭터에서 출발하는 위기와 갈등이 홍경두를 비롯한 극중 인물들에게 퍼져 나가기 때문이다. 그것이 기억상실증이란 코드에서 출발하기에 더욱. 그만큼 성유리가 구현하게 될 정이현의 매력에 따라, 드라마 ‘출생의비밀’의 재미와 감동의 깊이도, 폭도 달라질 전망이다. 즉 성유리의 부담은 커지겠지만, 반대로 기대이상의 캐릭터 소화력으로 또 한번의 연기변신에 성공한다면, 배우로서 성유리는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드라마 외적으로 보면, 동시간대 경쟁작이 ‘백년의유산’이다. ‘백년의유산’ 여주인공이 유진이란 점에서, ‘출생의비밀’ 성유리-이진과의 번외대결도 흥미롭다. 걸그룹 1세대인 SES 유진과 핑클 성유리-이진이 주말드라마에서 격돌한다. 특히 여주인공인 유진과 성유리는 연기력을 필두로 여러모로 비교대상에 오를 수 있어, 관심을 유발할 순 있겠지만 그만큼 부담도 작지 않다. 현재 시청률 20%를 웃돌며 순항중인 ‘백년의유산’ 유진에 비해, 이제 첫방송하는 ‘출생의비밀’ 성유리에겐 더욱.

 

주말드라마 ‘출생의비밀’ 여주인공 성유리가 크고 작은 부담감을 떨치고, 정이현이란 캐릭터로 시청자에게 강하게 어필할 수 있을까. 배우 성유리의 재발견이란 수식어를 동반하는 인상적인 연기력을 선보일 수 있을까. 드마라 ‘출생의비밀’에서 과연 성유리 효과는 어떻게 드러날지, 출생의 비밀만큼 흥미로운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