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화신 오윤아, 새드엔딩 만든 고퀄의 연기력
이차돈(강지환)의 정의는 통했다. 주말드라마 ‘돈의 화신’ 마지막회 결말은 권선징악의 과정을 밟았다. 이차돈은 정의의 이름을 왜곡하며 죄를 일삼았던 지세광(박상민)과 권재규(이기영)-고호(이승형)에게 그들의 죄를 물었다. 참된 정의로, 진실의 이름으로 그들을 심판했다. 그래서 지세광일당은 저마다 무거운 죄의 대가를 치루게 됐다. 그렇게 이차돈은 길고 아팠던 악연의 종지부를 찍었고 복수는 완성됐다. 이차돈의 승리다. 복수도 깔끔했다. 하지만 통쾌하진 않았다. 왜 일까.
주인공인 이차돈은 진실에 근거한 정의로, 법으로 그들을 심판했을 뿐, 그의 손으로 죄를 집행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권재규가 자신의 아들 권혁(도지한)을 살해한 지세광에게 분노해 총을 쏘거나, 절망한 은비령(오윤아)이 자신과 지세광이 마실 술잔에 독을 타고, 지세광이 자신의 머리에 총알을 박은 것처럼, 그들의 죄를 직접적으로 집행한 건, 이차돈이 아닌 권재규-은비령-지세광, 그들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집행을 동반하지 않는 이차돈의 복수는 깔끔하지만 통쾌함은 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차돈은 일관되게 ‘신의 법’을 통한 복수를 얘기했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다. 정의를 구현하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을 함부로 악용하지 않는 것이다. 오직 진실을 규명하는 절차를 밟는 것이다. 복수가 아니라 진실과 순리를 쫓는 것이다. 그래서 이차돈은 지세광과 다르다.
물론 명품드라마 ‘돈의화신’ 마지막회도 아쉬움은 있었다. 이차돈이 전지후(최여진)검사를 설득하는 과정이었다. 이차돈이 법으로 지세광을 심판할 결정적 키인, 지세광의 스위스은행 계좌번호를 전지후가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전지후는 고민하고 갈등했다. 지새광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갈등을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전지후가 죄인 지세광을 보호하고 싶을 정도로 그동안 그들의 사랑이 밀도있게 진행되진 않았기에, 전지후가 이차돈에게 스위스은행 계좌번호를 넘기는 건 반전으로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전지후의 길어진 갈등은 극을 지루하게 만들었다. 뒤집어 얘기하면, 그 이전에 전지후와 지세광의 사랑이 좀 더 비중있게, 밀도있게 다뤘다면 어땠을까란 아쉬움이 드는 대목이다.
그리고 그 아쉬움 전혀 다른 아쉬움(?)으로 발전해, 은비령(오윤아)의 죽음에서 정점을 찍는다. 이차돈이 이강석이란 사실을 알게 된 은비령은, 그동안 자신을 속인 이차돈에게 전화를 걸었다. 믿었던 그에 대한 은비령의 애증이 폭발했다. 이에 이차돈은 그녀의 입장을 이해하고 용서해주었다. 이차돈의 인간미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때문에 은비령도 눈물을 쏟으며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다.
그리고 은비령은 지세광을 설득해 한국을 뜨려 했다. 하지만 이차돈으로 인해 모든 걸 잃었다고 판단한 지세광은 끝내 이차돈을 죽이려 들었다.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복수의 끝을 달리는 미치광이 지세광을 보며 은비령은 절망했고, 결국 그와 자신의 술잔에 독약을 타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은비령의 전화로 뒤늦게 그들을 찾은 이차돈.
이차돈이 “비령씨.”를 외치며 죽어가는 은비령을 안았을 때, 은비령이 “용서해줘.”라며 말끝을 흐리며 죽어갔을 때, 복수드라마가 아니라 한편의 슬픈 멜로드라마가 완성된다. 만일 은비령이 이중만의 내연녀가 아니고, 이차돈과 은비령이 사랑했던 사이였다면, 그 장면은 아마도 역대급 드라마 엔딩신이 될 뻔했다. 그래서 다른 의미로 아쉬웠다.
그만큼 은비령 역 오윤아의 미모와 연기력은 마지막회에서도 빛을 발했다. 탁월했다. 리얼다큐스럽게 흐르던 마지막회를 드라마틱한 반전과 재미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오윤아의 고퀄리티 연기가 순간적으로 드라마의 장르를 바꾸고, 이차돈과의 관계를 지켜보는 데 혼선(?)을 주었을 뿐 아니라,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여주인공 복재인(황정음)의 존재감마저 무색하게 만들었다. 드라마 돈의화신은 권선징악의 해피엔딩임에도 은근한 새드엔딩 분위기를 자아낼 정도로, 파괴력있는 마침표를 찍은 주인공이 오윤아였다.
종영한 드라마 ‘돈의화신’은 짜임새있는 탄탄한 스토리와 저마다의 캐릭터를 맞춤복처럼 소화한 배우들의 역량이 조화를 이뤄, 잘 만든 드라마, 명품드라마의 표본으로 손색없다. 특히 희비극을 넘나드는 캐릭터를 폭넓은 연기스펙트럼으로 완벽하게 구현한 강지환과 오윤아란 배우의 발견은, 드라마 돈의화신이 남긴 최대 수확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