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사랑할 때 송승헌, 3대 착한남자 어떡할거야?
최근 안방극장은 ‘착한남자’ 신드롬을 낳고 있다. 지난 해 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 강마루(송중기)를 필두로, ‘야왕’ 하류(권상우)에 이어, ‘남자가 사랑할때’ 한태상(송승헌)까지, 그야말로 착한남자 전성시대다. 계산이나 밀당? 착한남자는 그런 거 모른다. 이들은 하나같이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뒷바라지를 마다 않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준다. 착하다고만 하기엔 무모하고 바보스러울 정도로.
그렇다면 새수목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의 주인공 한태상은 어떤가. 3대 착한남자 한태상은 강마루와 하류의 장점을 갖추고 업그레이드됐다. '한태상-강마루-하류'는 가정형편상 불우한 청소년기를 보냈지만, 성인이 된 한태상은 사업으로 성공해, 강마루와 하류에겐 없었던 부(돈)를 축적했다. 뿐만 아니라 한태상은 강마루처럼 머리가 비상한 수재고 하류처럼 몸짱이다. 여기에 마음까지 태평양이다.
하지만 한태상이 아무리 ‘착한남자’ 업그레이드 모델이라 해도, 결국 사랑하는 여자앞에서 속수무책이란 사실은 강마루-하류와 다르지 않다. 알고 보면 이 남자들이 너무 착해서, 계산적이지 않아서 자초한 불행으로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그래서 한태상을 바라보면 불안한 것이다. 여자때문에, 사랑때문에 망가지는 또 한명의 착한남자를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일명 ‘착한남자 죽이기’. 과연 한태상은 어디까지 망가지고 무너질 것인가.
10일 방송된 수목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 3회를 보면, 한태상(송승헌)의 불행을 예고한다. 한태상은 서미도(신세경)에게 사랑고백을 하고 청혼까지 했다. 처음 봤을 때부터 사랑했다고, 7년 동안 한번도 잊은 적 없다고. 내 인생을 바꿔 놓은 사람이 서미도 너라고. 나를 바꾼 너는 대단한 여자라고. 이제 너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내 옆에서 하고 싶을 것, 갖고 싶은 것, 다 누리며 살라고. 그러니 같이 살자고, 결혼하자고.
서미도는 거절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태상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한태상이 자신과 자신의 가족에게 아낌없이 돈을 써가며 잘 해준 건 알고 있다. 그러나 키다리아저씨처럼 모습을 감췄다가, 7년만에 나타나 결혼하자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애초에 연인관계가 아니었다. 채무관계였다. 데이트 한번 안 해봤다. 여자 서미도가 남자 한태상에게 사랑이란 감정을 느낄 만한 시간도, 사연도 없었다. 그녀가 한태상의 프로포즈를 거절한 건 어쩌면 당연했다.
하지만 서미도는 한태상이란 남자가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안다. 그의 회사에 취직한 후, 그를 곁에서 지켜볼수록 진국 느낌이 난다. 게다가 괌으로 해외여행도 보내준다. 이벤트도 잘 해준다. 아플 땐 약도 챙겨준다. 이 남자의 배려는 장난이 아니다. 한태상에 대한 호감의 마일리지가 쌓이고, 서미도는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런데 한태상이 보내 준 괌여행에서, 또래의 유능하고 멋진 남자 이재희(연우진)를 만났다. 그에게 강하게 끌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한태상 어쩔거야, 이거? 그동안 고생하며 살았던 서미도에게 해외여행도 하며 머리도 식히고 세상 보는 시선도 넓히고, 자신의 소중함을 느껴보라고 보냈더니, 딴 남자랑 눈 맞았네? 한태상은 하루종일 전화통을 붙잡고 서미도에게 연락을 취해보지만, 서미도는 이재희와 먹방찍고, 놀러다니고, 춤추고 있었다. 한태상이 서미도와 못해본 것을, 이재희는 다 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재희는 한태상이 유학까지 보내며 후원을 마다 않았던 절친한 동생이 아니던가.
물론 한태상은 이재희와 서미도의 관계를, 이재희는 한태상과 서미도의 관계를 모른다. 하지만 삼자대면이 이뤄진다면, 놀라게 될 이재희나 서미도도 그렇지만, 한태상 이 남자 어떡할거야? 오리알 한태상 어떡할거야? 서미도 믿어도 되는 거야? 젠장 믿음이 안 가. 게다가 체대 나온 여자 어떡할거야? 체대 나온 백성주(채정안) 어떡할거야? 하니 엿먹이는 나애리같은 여자 어떡할거야 이거? 사람관계는 맺고 끊는 게 중요한데, 한태상의 최대 실수는 보스의 여자였던 백성주와 친구 먹은 것은 아닐까.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 한태상은 강마루나 하류와는 다르다? 뭐가 달라, 다 그놈이 그놈이구만. 정통멜로, 치정멜로라는 이름으로 착한남자 엿먹여도 되는 거야? 그러면서도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를 쉽게 놓을 수 없다. 재밌는데 어떡할거야. 재밌는데. 시청자가 죄지, 뭐. 그저 지금은 3대 착한남자 한태상은 과연 어디까지 추락하는지, 서미도를 향한 그의 사랑은 통할지, 보상받을 수 있을지, 시청자가 지켜볼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