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옥정 사랑에 살다, 아이들의 오글로맨스 필요했나?
9일 방송된 월화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 2회는, 1회에 이뤄진 디자이너 장옥정(김태희)의 패션쇼와 장옥정-숙종(유아인)의 운명적인 재회를 뒷받침하기 위해, 아역시절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갔다. 그리고 2회는 빠른 극전개로 어수선할 수 있었던 1회의 내용을 탄탄하게 보강하며, 장옥정 3회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는 데 일조했다.
그러나 월화드라마 ‘장옥정’ 2회는 내용을 품었지만 시청률까진 품진 못했다. 동시간대 경쟁작인 ‘구가의서-직장의신’에 밀려 3위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분명 ‘장옥정’ 2회는 1회같은 산만함이 없었다. 몰입도가 높았다. 내용면에서도 숙종과 장옥정을 비롯해, 주요 캐릭터들에게 개연성을 부여하며 극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충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은 오히려 하락했다. 왜 일까.
장옥정 2회는 기대치가 높은 김태희-유아인이 아닌, 아역 장옥정(강민아)과 세자 이순(채상우)이 전체 분량을 감당했다. 그리고 아역인 강민아-채상우는 기대이상의 연기력으로 화답했다. 즉 제 역할에 충실한 아역들을 탓할 수 없다. 또한 ‘장옥정’ 초반 아역분량은 성인연기자가 위주인 동시간대 경쟁작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질 수 있었다. 시청률이 박빙구도로 전개될 땐 초반이 고비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왜 장옥정의 제작진은 이러한 결과를 예상하고도 아역들을 굳이 투입했을까. 그것은 드라마 ‘장옥정’은 장희빈(김태희)을, 초반부엔 왕실의 옷과 이불을 만드는 침방나인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뛰어난 패션감각과 재능으로, 엄격한 신분제에 얽히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나가는 조선시대 디자이너로 시작한다. 숙종 이순(유아인) 또한 장희빈을 다룬 기존 드라마와 달리, 여자에게 휘둘린 나약한 왕이 아닌 ‘짐은 곧 국가다’를 연상시키는 절대군주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
그래서 장옥정이 어떤 연유로 침방나인의 길을 걷게 됐는지, 디자이너 장옥정이 가진 천부적 감각과 재능은 무엇인지를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 숙종 또한 왜 그가 왕권강화에 집착하는지, 인현의 부 민유중(이효정)과는 왜 서슬퍼런 대립각을 세우게 됐는지를 시청자에게 보여줌으로써 극의 개연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었다. 때문에 아역들의 출현은 불가피하고, 장옥정 2회는 이에 충실했다.
문제는 아역들의 로맨스다. 2회의 옥에 티는, 바로 아이들의 풋풋한 설레임을 성인수준으로 끌어올린 ‘오글로맨스’의 과정과 연출에 있었다. 대표적으로 시장에서 어른들 간에 패싸움이 일어날 때, 그 사이에 낀 이순(채상우)과 장옥정(강민아)이 싸움을 피하려 든 몸부림이 마치 왈츠를 추는 듯한 모양새로 그려졌다. 혼란속에 왈츠는 성인배우 김태희-유아인이 표현해도 시청자입에서 '예쁘다, 멋지다'란 말이 나오기 쉽지 않다. 그런데 아이들이 마치 성인을 흉내내듯 왈츠를 추고 있으니, 채널을 돌리고 싶을 만큼 오글거릴 수밖에 없다.
우연을 가장한 아역들의 뽀뽀는 양반이다. 장옥정의 저고리 안을 훔쳐보는 어린 이순의 불편한 시선. 옥정의 가슴에 꽂힌 이순의 이글거리던 눈빛. 옥정의 ‘속살’을 운운하며 잠을 못이루는 어린 세자의 속내까지. 이를 표현하고 감당한 아역들도 민망했겠지만, 보는 시청자도 민망하고 불편할 수 있었다. 왜 아이들에게 성인들의 오글로맨스를 입히려 들었는지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또한 장희빈과 숙종 이순을 굳이 어린 시절의 ‘첫사랑’으로, ‘운명적인’ 사랑이란 이름으로 묶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볼 대목이다. 설정이 지나치게 상투적이기 때문이다. 장희빈과 숙종이 어린 시절 운명적인 ‘만남’을 가질 수는 있다. 그 만남을 진부하게 사랑으로 연결할 필요가 있는가. 사랑이란 감정은 그들이 성인이 되어 느껴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첫사랑이란 감정을 쑤셔 넣기 위해 운명적인 만남이 이뤄지고 서로를 기억하는 것보다, 사랑이란 감정없이도 서로를 기억할 만한, 기억해야 하는, 진부함을 피할 수 있는 에피소드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드는 대목이다. 그랬다면 적어도 아역들은 오글로맨스를 연기하지도, 성인로맨스를 흉내내지도, 시청자가 지루하거나 민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월화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의 1,2회는 아쉬움보다는 기대감을 높인다. 1,2회를 통해, 장옥정의 패션디자이너 입문과 성장과정이 장희빈의 캐릭터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들고 재미의 기대감을 높였다. 숙종의 캐릭터에 카리스마를 부여하면서 그를 이용하려는 장현(성동일)-민유중(이효정)과 팽팽한 삼각구도가 형성됐다. 즉 단순히 장희빈(김태희)-숙종(유아인)-인현왕후(홍수현)의 사랑과 전쟁이 전부가 아니라, 명랑처자 장옥정의 디자이너 성공기도 있고, 숙종의 정치게임도 있다. 이러한 장점과 스토리가, 김태희-유아인이 본격 등장하는 3회부터 균형있게 녹아든다면, ‘장옥정’이 시청자를 사로잡는 데엔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