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옥정 사랑에 살다, 김태희 연기력 논란의 핵심은?
김태희 주연의 월화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가 화려한 패션쇼로 안방 문을 열었다. 첫방송은 역사 속 희대의 요부 장희빈(김태희)을, 왕실의 옷과 이불을 만드는 침방나인으로 궁 생활을 시작하는 조선시대 패션디자이너로 접근한 기획의도에 충실했다. 여기에 장희빈과 인현왕후(홍수현), 숙빈 최씨(한승연)의 궁중암투를 암시했고, 그 배후에 장희빈의 당숙 장현(성동일)과 인현의 부 민우중(이효정)의 악연을 담았다. 그리고 장희빈과 숙종 이순(유아인)의 운명적인 만남과 사랑을 예고하며 방점을 찍었다.
월화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 1회는 등장인물의 캐릭터,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의 관전포인트를 조목조목 짚어냈다. 내용적으로 많은 것을 담았다. 때문에 LTE급 전개가 가능했다. 하지만 그만큼 등장인물이 과다 출연하고 에피소드가 분산돼 산만할 수 있었다. 아무리 장희빈이란 스토리가 시청자에게 익숙하긴 하나, 현대극이 아닌 사극임을 감안하고 접근하면, 장옥정 1회의 전개속도가 다소 빠른 감이 없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옥정’ 1회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건, 자칫 전개의 속도감에 휩쓸려 산만할 수 있는 스토리를, 흩어진 여러 에피소드를 잡아 준 배우들의 연기력이었다.
1. 김태희 연기력 논란의 핵심은?
첫방송에서 시청자의 시선은 ‘장옥정’의 타이틀 롤 김태희에게 쏠린다. 2년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김태희의 미모는 물론이고, 사극에 도전하는 그녀의 연기력은 어떨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특히 김태희는 톱스타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줄곧 연기력 논란에 휩싸인 대표 여배우였기에 더욱. 그렇다면 장옥정 1회에서 김태희의 연기는 어땠을까.
김태희는 장희빈의 강단있는 캐릭터를 똑부러지게 연기했다. 또한 사극에 어울릴만한 발성과 발음으로 기대이상이었다. 김태희에게 연기력논란이 있었다는 게 의심스러울 정도로 발전된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연기력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여지도 남겼다. 바로 김태희 특유의 멍때리는 듯한 눈빛과 약간 벌린 입이 그렇다. 입만 다물어도 좋은 데, 장면마다 김태희는 습관적으로 입을 약간씩 벌리곤 한다. 그것이 김태희의 한층 안정된 연기력과 별도로 고정된, 마이너스 이미지를 낳고 있다.
드라마 장옥정에서 김태희가 소화할 장희빈을 아무리 조선시대 패션디자이너로 접근해도, 결국엔 권력다툼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다. 장희빈의 카리스마가 필요하다. 그래서 눈빛은 보다 냉정함과 강렬함이, 입은 가급적 다무는 게 좋다. 장옥정 1회 초반에 김태희가 인현왕후 홍수현과 대립각을 세울 때 보여줬던 눈빛이, 표정이, 강인함이 바탕이 돼야 장희빈이란 캐릭터가 산다. 김태희가 불필요한 연기력논란에서 보다 자유로울 수 있다.
2. 유아인-홍수현의 안정감
숙종 이순 역에 유아인은 매력적이다. 기존 드라마에서 다뤄졌던 우유부단하고 나약한 숙종은 없었다. 유아인이 표현한 숙종 이순에게는 절대 군주가 될 강인함, 야망이 숨을 쉰다. 백은대감과의 따뜻한 독대장면이나 민유중과의 차갑게 대립하는 장면에서 볼 수 있듯이, 연기의 안정감도 돋보인다. 뿐만 아니라, 6살 연상 김태희와의 어울림도 기대이상이다.
인현왕후 홍수현 또한 최적의 캐스팅이다. 나약하고 그늘진 인현왕후가 아니다. 똑똑하고 솔직하다. 장희빈 못지않은 강단을 품었다. 하지만 요부 이미지가 강한 장희빈과 다른 귀여운 스타일의 여성스러움을 잘 표현해,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극과 극을 향한다. 향후 장희빈과 인현왕후의 충돌이 기대이상의 상당한 시너지효과를 낼 것임을 예고한다.
3. 성동일의 미친존재감
장희빈을 권력 중심에 놓고 조선을 삼키려는 장현 역에 성동일은 찬사가 아깝지 않다. 왜 배우 성동일하면 ‘미친 존재감’을 떠올리는지 알 수 있다. 장옥정 1회는 디자이너 장희빈의 직업적 특수성에서 출발해, 천출인 어머니와 묶인 신분제도의 모순과 한계, 장희빈-숙종-인현황후-동평군(이상엽)으로 엮인 러브라인을 거쳐, 세자 이순을 둘러싼 정치적 역학구도를 그렸다.
70분 동안 스토리는 상당히 복잡 다양한 과정을 거친다. 그래서 장옥정의 아역(강민아)을 통해 과거로 거슬러 간 후반부엔 산만함을 더 부추길 수 있었다. 이를 상쇄시키고 몰입도를 높여준 인물이 장현 역에 성동일이다. 딸 홍주의 억울한 죽음앞에서 꿈틀대는 장현의 복수와 야망을 성동일이 기막히게 표현하면서, 극의 재미와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성동일의 연기는 미친존재감 그 자체였다.
첫방송에서 ‘장옥정’이 기대감을 높일 수 있었던 건, 많이 풀어놓은 내용만큼 산만할 수 있는 극의 흐름을 잡아준 배우들의 역량과 조화에 있다. 덕분에 향후 전개에 상당한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월화드라마 경쟁이 불붙었다. 첫방송 시청률만 놓고 보면, 장옥정-직장의신-구가의서는 치열한 혼전 양상을 띠고 있다. 김태희를 중심으로 높게 형성된 장옥정의 경쟁력이 초반에 얼마만큼 힘을 낼 수 있을까. 과연 치열한 경쟁을 뚫고 누가 먼저 웃게 될까. 월화드라마는 내용이상으로 시청률경쟁도 흥미진진한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