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옥정, 사랑에 살다’ 김태희 2년만의 효과는?
4월 드라마대전 최대 격전지라 평가받는 월화드라마 경쟁에 막이 올랐다. 지난 주 먼저 스타트를 끊은 김혜수 주연의 ‘직장의신’이 3회로 접어든 가운데, 종영한 ‘마의-야왕’의 후속작 ‘구가의 서-장옥정, 사랑에 살다’가 8일 첫방송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가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처음으로 맞붙는 월화드라마 3편을 놓고, 시청자의 다수는 어디로 향할까.
현재로선 김태희-유아인 주연의 ‘장옥정, 사랑에 살다’가, ‘직장의신’이나 ‘구가의서’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위에 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만큼 드라마 ‘장옥정’이 초반 돌풍을 일으킬만한 요소가, 내외적인 여건이 아주 잘 세팅됐기 때문이다. 무엇이, 왜?
월화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는 사극이다. 한동안 사극열풍이 강하게 불었고, 브라운관엔 사극이 쏟아졌다. 그러나 과한 공급이 오히려 수요를 끊게 만드는 부메랑이 됐다. 시청자는 사극에 흥미를 잃기 시작했고 피로도가 쌓였다. 때문에 사극의 제작편수도 최근 주춤했다. 그러나 여전히 사극은 매력적인 장르고, 언제든 수요가 폭발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
드라마 ’장옥정‘의 타이밍이 좋은 게, 현재 주중 드라마 중 사극이 없다는 사실이다. 마의가 있었지만 종영했다. 그리고 2주일이란 공백이 있었다. 시청자의 머리를 식혀 주고, 사극에 대한 관심을 다시금 불어넣기에 적절한 시간과 공백. 그리고 월화드라마에 장옥정과 구가의서가 나란히 합류한다.
MBC드라마 ‘구가의서’가 마의 종영 후 바로 이어져 방송되지 못한 건, 야왕이 최종회를 앞두고 있어 자칫 초반부터 묻히고 손해 보는 건 아닐까란 우려도 있었겠지만, 전작인 ‘마의’가 사극이었기 때문에 같은 사극 ‘구가의서’를 연이어 방송한다는 것도 부담일 수 있었다. 극의 내용과 별도로, 시각적으로 식상함 혹은 피로도를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방송사는 드라마를 편성할 때 대체적으로, 전작과 후속작의 장르를 다르게 가져감으로써 분위기를 전환한다. 예를 들어, 전작이 정통멜로면, 후속작은 로맨틱코미디 혹은 사극 등으로. 이 공식은 SBS수목드라마 ‘대풍수-그 겨울 바람이 분다-내 연애의 모든 것’, MBC수목드라마 ‘보고싶다-7급공무원-남자가 사랑할 때’로 이어진 라인업만 봐도 알 수 있다.
‘구가의서’는 한 주 쉬면서, 같은 사극인 전작 ‘마의’와 약간의 텀을 주었고, 인기드라마 ‘야왕’을 피해가는 1석 2조의 효과를 얻었다. 문제는 ‘장옥정’과 동시에 첫방송한다는 부담감마저 피할 순 없었다는 사실. 더군다나 ‘구가의서’는 반인반수 구미호(이승기)를 다룬 판타지사극인 반면, ‘장옥정, 사랑에 살다’는 장희빈(김태희)이란 실존인물을 재해석한 팩션사극이란 점이, 시청자가 선호하는 장르의 측면에선 상대적으로 불리함을 떠안고 시작한다.
‘구가의서’가 차라리 ‘직장의신’과 함께 첫방송했다면 어땠을까. 물론 ‘마의-야왕’이 주는 부담감은 있었겠지만, 이슈메이커 이연희를 앞세워 1,2회의 초반 이슈를 선점하고 3회부터 본격 등장하는 이승기-수지조합으로 ‘장옥정’의 첫방송과 초반 승부를 보는 게 나았을 수도 있다.
뒤집어 말하면, 드라마 ‘장옥정’입장에선 ‘구가의서’와 첫방송을 붙는 게 좀 더 유리하다는 얘기다. 사극 이슈도, 배우 이슈도, 스토리 이슈도 모두 선점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르가 다른 ‘직장의신’마저 김혜수의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나 화제성은 생각보다 미비한 편이다. 장옥정의 전작 ‘야왕’이 30%에 가까운 폭발적 시청률과 화제성으로 묶어둔 덕분에, 김태희의 ‘장옥정’은 초반부터 치고 나갈 여건까지 마련된 셈이다.
월화드라마 구도를 여주인공 ‘김태희-김혜수-수지’로 보는 시선이 적잖다. 그러나 이런 여주인공 구도는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 아무리 수지가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국민첫사랑의 닉네임을 가졌으나, 그 효과만으로 김태희와 김혜수에게 맞서기엔 아직 부족하다. 특히 김태희는 ‘마이프린세스’이후, 2년만에 브라운관 복귀다. 김태희에 대한 관심, 그것이 미모든, 연기력이든, 스타성이든, 김태희표 장희빈의 대중적인 관심은 초반 장옥정의 상당한 플러스요인이다.
수지가 등장하기 전, 이연희선에서 사실상 승부가 끝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구가의서’ 1, 2회는 특별출연 이연희를 중심으로 스토리가 전개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가의서’는 여주인공 수지만큼이나 이연희가 중요하다. 초반에 이연희가 어느정도 버텨주지 못하고 ‘장옥정’과 ‘직장의신’에 밀려버리면, 판타지드라마의 특성상 이승기-수지가 더욱 힘겨울 수 있다. 이연희가 시청률에서 어느정도 균형을 맞춰줘야, 월화드라마는 제대로 진검승부가 가능한 상황이다.
현재 월화드라마는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장옥정, 사랑에 살다’의 상황이 너무 좋다. 주중에 사극이 들어가는 타이밍이 좋다. 드라마 야왕이 시작할 때처럼 마의나 학교2013같이 고정된, 탄탄한 시청자층을 빼와야 하는 힘겨운 승부도 아니다. 오히려 장옥정은 ‘야왕’덕에 예고편을 통해 한달 전부터 많은 시청자에게 꾸준히 홍보할 수 있었다. 장희빈을 다룬 드라마가 안방불패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그 장희빈을 2년만에 드라마로 복귀하는 김태희가 주인공이란 사실까지, 초반 흥행을 위한 밑그림이 채워졌다. 냉정하게 말해, 문제는 동시간대 1위가 아닌 격차로 보인다. 첫방송에서 장옥정이 상대작과 얼마나 격차를 벌리면서 출발하느냐, 내용은 얼마나 매력적인가에 따라, 장옥정이 초반 독주태세를 구축할 수도, 구가의서-직장의신이 뒤엎을 여지도, 월화드라마의 판세가 보다 뚜렷하게 그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