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사랑할 때 송승헌-신세경, 나는 돌직구스타일?
“같이 살자. 결혼하자고.”
드라마 2회 만에 남자주인공 한태상(송승헌)이 여자주인공 서미도(신세경)에게 청혼했다. 종영한 ‘7급공무원’ 후속으로, 4일 방송된 송승헌-신세경 주연의 MBC새수목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 2회에서, 캔디 서미도의 키다리 아저씨를 자처한 성공한 사업가 한태상이 사랑의 돌직구를 날렸다. 자신을 향한 한태상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읽고 있었던 서미도조차 순간 얼음이 될 수밖에 없는, 그녀의 심장 한가운데 꽂히는 남자의 강력한 프로포즈.
수목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는 올드하다, 진부하다는 평을 듣는다. 전체적인 스토리라인이 그렇고, 등장인물들의 관계도가 그렇다. 특히 남자주인공 한태상은 두뇌는 명석하나 불우한 가정환경으로 조폭이 된 후, 대부업으로 성공한 사업가코스를 밟는다. 하지만 한 여자(서미도)를 목숨 걸고 사랑할 수 있을 만큼 순정파. 전형적인 조폭 남자주인공 캐릭터. 여자주인공 서미도는 예쁘고 능력있지만 가난함을 벗지 못한다. 하지만 외로워도 슬퍼도 자존심과 강인함을 잃지 않는 캔디.
실제 ‘남자가 사랑할 때’ 1회는, 드라마 속 전형적인 조폭에피소드를 차용해 중간부분이 매우 식상했다. 사채 빚을 감당할 수 없는 서미도와 마찰을 빚고,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는 한태상의 모습은 시청자에게 낯설지 않았다. 하지만 2회만에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에게 갑작스럽게, 폼나게 청혼함으로써, 이전에 느낀 올드함이 지워진다. 3회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린다.
또 ‘남자가 사랑할 때’ 1,2회가 다소 진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몰입도가 높았다는 게 매우 긍정적이다. 극의 짜임새가 상당히 촘촘하다. 연결과정이 매끄럽다. 에피소드에 개연성이 따라붙고 자연스럽게 극중 캐릭터가 뚜렷해진다. 때문에 전개속도가 빠르게 느껴지고 재미는 탄력을 받는다. 자칫 딱딱하거나 무거울 수 있는 정통멜로드라마임에도, 극의 흐름이 자연스럽다보니 보기에 가볍고 시청에 있어 수월함을 가져온다.
무엇보다 수목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의 장점은 캐릭터를 잘 굴린다는 데에 있다. 시청자가 원하는 눈높이를 맞출 줄 안다. 전형적인 캐릭터일지라도, 시청자가 기대하거나 그 이상의 만족도를 주면 식상함의 극복이 가능한데, ‘남자가 사랑할 때’는 극복의 지점을 확실히 꿰뚫고 있다. 역시 ‘적도의남자’를 쓴 김인영작가의 힘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90년대 캐릭터를 끌어와, 2013년 돌직구 캐릭터로 개조할 줄 아는 능력. 느닷없이 청혼한 한태상도 그렇지만, 시종일관 서미도가 그렇고, 백송주(채정안)가 그렇다. 도대체 ‘남자가 사랑할 때’의 캐릭터가 어떤 스타일이길래?
+한태상(송승헌) 스타일
나는 사나이, 불의엔(여자를 위해선) 보스도 깔아뭉갤 줄 아는 사나이.
유리컵정도는 한손으로 깰 줄 아는 사나이.
시청자를 위해 수시로 옷을 벗고 식스팩을 공개하는 사나이.
남주다워, 허세스러워~ 한태상, 그래 한태상.
서미도 집 사채 빚을 탕감해준 사나이.
서미도 대학등록금, 용돈을 막 퍼주는 사나이.
카드전성시대에도 기본적으로 현금 이백만원 정도는 지갑에 늘 가지고 다니며, 서미도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 레스토랑에서 이백정도는 뿌릴 줄 아는 사나이.
기본 슈트빨이 있음에도 서미도에게 잘 보이고 싶어 코디에 엄청 신경쓰는 사나이.
서미도스타일의 여자 다루는 방법을 아는 유머와 센스, 재력마저 갖춘 사나이.
+서미도(신세경) 스타일
대낮에 조폭들과 1:8로 싸울 줄 아는 깡다구있는 여자.
사채 이천 칠백만원을 하룻밤 잠자리로 때우려는 세상물정 모르는 여자.
초대장없이 파티에 가서, 제 맘에 안 들면 깽판 놓을 줄 아는 여자.
여주다워, 착각 심해~ 서미도, 그래 서미도.
한태상에게 자신을 왜 도와주냐고 따지러 가서, 따지고만 오는 여자.
한태상에게 돈받고, 받은 족족 쓰면서도 감사할 줄 모르는 여자.
한태상이 취직시켜줘도 떡복이도 안 사고 얻어먹는 여자.
효녀가 분명 맞는데 효녀 느낌 안 나는 여자.
가난한 여자 자존심을 말로만 보여주는 여자.
+백송주(채정안) 스타일
조폭두목의 여자면서, 한태상을 마음에 품은 이기적인 여자.
한태상에겐 자신의 이용가치가 없음을 아는 주제 파악할 줄 아는 여자.
치명적인 척하지만 치명적으로 보이지 않는 여자.
안 치명해, 조연스러워~ 백송주, 그래 백송주.
이층 창문 부수고 뛰어내린 체대나온 여자.
한태상을 누구보다 잘 아는 눈치 빠른 여자.
한태상에게 ‘여보’라며, 세뇌교육에 주변 불란 조장하는 여자.
뭔 짓할 지 모를 여자.
수목드라마 ‘남자가 사랑할때’의 1,2회는 한태상-서미도-백송주의 캐릭터가 그들만의 스타일로 시청자에게 뚜렷하게, 매력있게 각인됐다. 이 밖에 인상적인 조연 의리있는 이창희(김성오)도. 여기에 서미도와 사랑에 빠질 서브 남주 이재희(연우진)가 앞으로 어떤 매력을 어필하느냐에 따라, 극적 재미가 요동칠 전망이다. 일단 출발이 좋다. 2회만에 시청률이 두자리수에 진입했다. 앞으로 2회와 같은 재미와 스타일만 유지할 수 있어도, 수목드라마 경쟁에서 ‘남자가 사랑할 때’가 ‘그겨울’에 이은 멜로드라마의 강세를 이어갈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