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애의모든것vs남자가사랑할 때, 이민정-신세경이 중요한 이유
수목드라마에 새판이 짜여졌다. 기존의 KBS ‘아이리스2’에, 종영한 ‘7급공무원’의 바통을 이어받는 송승헌-신세경 주연의 MBC새수목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와 종영을 앞둔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후속작으로 신하균-이민정을 앞세운 SBS새수목드라마 ‘내 연애의 모든 것’이 이번 주부터 가세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동욱-송지효 주연의 ‘천명’이 아이리스2에 이어 4월말 합류할 예정이다.
3일 첫방송되는 MBC새수목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는, 인생의 한 순간 뜨거운 열풍에 휩싸인 주인공들의 사랑을 그린 치정 멜로드라마다. 남자주인공 한태상(송승헌)은 학창시절 수재였지만 불우한 청소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조직폭력배가 된다. 보스의 신임으로 승승장구하지만 동시에 보스의 배신으로 죽을 고비를 맞는다. 때문에 보스를 제거하고 자신이 보스가 된다. 이후 대부업으로 성공한 사업가 반열에 오른다.
대부업으로 큰 돈은 벌었지만 거친 삶은 살아온 한태상은 누구보다 외롭다. 그런 그가 서미도(신세경)란 어린 여자와 사랑에 빠졌다. 그가 문화사업을 시작한 것도 사랑하는 여자, 서미도때문이었다. 불우했던 시절부터 한태상에게 도움을 받았던 서미도는, 그의 오랜 배려가 사랑으로 느껴지며 결혼까지 생각하지만,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또래 남자 이재희(연우진)에게 운명적인 사랑을 느낀다.
자존심이 강하고 근사하게 살고 싶은 욕망이 가득한 여자 서미도. 스스로 속물이라 말하는 그녀는, 가난이 싫다. 이기적이다. 도발적이다. 때문에 자신에게 올인한 한태상을 배신하고, 유능하고 착해 보이지만 이면엔 다른 욕망이 꿈틀대는 이재희와 쉽게 사랑에 빠지는 지도 모른다. 덕분에 한태상은 모든 걸 잃을 위기에 놓인다.
4일 첫방송되는 SBS새수목드라마 ‘내 연애의 모든 것’은, 정치적 신념이 다른 상황에서 서로 다른 정당에 소속된 남녀 국회의원들의 비밀 연애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남자주인공 김수영(신하균)은 전직 판사출신의 보수당 초선의원으로 독설과 비아냥이 전공인 냉소적인 남자다. 여자주인공 노민영(이민정)은 당소속 의원이 달랑 두명인 진보당의 초선의원이자 당대표.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한 언니의 죽음을 계기로, 생각도 안 해봤던 정치인의 길로 나선다.
정치판에서 서로 으르렁대는 보수당의 남자와 진보당의 여자가 사랑에 빠진다? 그 사실을 국민들에게 속인 채 비밀연애를 시작한다. 한마디로 정치판 로맨틱코미디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그렇다. 새수목드라마 MBC ‘남자가 사랑할때’와 SBS ‘내연애의 모든 것’은 장르도 차이가 있지만, 드라마 내용을 설명하는 것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남자가 사랑할때’는 직접 보기 전에는 전개방향이나 캐릭터 등에 대한 자질구레한 설명이 필요하다. 약간 복잡하다. 반면 ‘내연애의 모든 것’은 쉽고 단순해 굳이 설명이 필요없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정치판 로맨틱코미디버전 끝.
즉 드라마 ‘내 연애의 모든 것’은 굳이 안 봐도 처음부터 결말까지 밑그림이 쫙 그려진다. 쉽고 단순하다는 건, 기본적인 재미만 유지해도, 시청자의 중간유입이 상대적으로 상당히 수월하다. ‘남자가 사랑할 때’는 대충은 알아도, 과정이 어떻게 흘러갈 지 궁금증을 낳는다. 특히 서미도란 여자 때문에, 그녀가 느낄 사랑이란 감정때문에 극이 요동친다. 무슨 사건이 일어날 지 예상하고 쫒아가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때문에 ‘남자가 사랑할 때’는 송승헌이 맡은 예상가능한 캐릭터 한태상이란 남자주인공보다는, 신세경이 맡은 예측불허 캐릭터 ‘서미도’가 중요하다. 또한 캐릭터만큼이나 브라운관에서 보여질 신세경의 연기력과 매력이 높게 혹은 낮게 형성되느냐에 따라, 드라마의 성패에도 상당부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예상가능한 스토리라인과 캐릭터를 품고 있는 ‘내 연애의 모든 것’은, 실질적으로 주인공인 배우 신하균과 이민정의 힘과 매력의 의존도가 매우 높게 작용한다. 캐릭터가 어떻다는 것보단, 그 캐릭터를 얼마나 효과적이고 매력적으로 표현해 낼 것인가. 여기서 다양한 인물묘사가 가능한 신하균의 신뢰도는 높게 형성되지만, 이민정의 경우 기존의 로맨틱코미디에서 보여 왔던 그녀의 스타일을 재현할 경우, 드라마가 함께 식상함에 빠질 우려가 있다. 때문에 이민정이 노민영을 얼마만큼 신선하고 매력적으로 구현하느냐가 성패의 관건이다.
최근 수목드라마는 지난해 송중기-문채원의 ‘착한남자’를 필두로, ‘보고싶다’를 거쳐 ‘그 겨울 바람이 분다’까지 정통멜로드라마가 상당히 강세를 보였다. ‘남자가 사랑할 때’의 작가가 ‘적도의 남자’와 ‘태양의 여자’를 히트시킨 김인영이란 사실도 기대감을 낳는다. 문제는 멜로가 강세인 가을과 겨울이 지나고, 사람이 들뜨기 쉬운 봄이란 계절엔 쉽고 가벼운 로맨틱코미디가 힘을 받기 좋다는 사실이다. 계속된 멜로드라마에 지친 시청자라면 더욱.
그렇다고 ‘내 연애의 모든 것’이 ‘남자가 사랑할 때’보다 쉽게 비교우위를 점할 수 있을까. 로맨틱코미디가 현실 정치를 풍자한다? 여의도 정치라는 소재자체도 비호감이지만, 정치가 배우를 통해 가볍게 다뤄질 때 시청자의 눈에 자칫 드라마가 허술하고 값싸 보일 수 있다는 게 아킬레스다. 때문에 장단점이 뚜렷한 상황에서 경쟁을 시작할 새수목드라마 ‘내 연애의 모든 것vs남자가 사랑할 때’의 초반이 박빙으로 흐를 경우, 틈새가 벌어질 승부처는 여주인공 이민정-신세경의 매력, 캐릭터대결에서 엇갈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