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희-정유미-홍수현, 주목해야 할 3인방
4월 드라마대전을 앞둔 지상파 3사의 월화드라마 라인업은, KBS ‘직장의신’-MBC ‘구가의서’-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로 짜여졌다. 김혜수-오지호 주연의 ‘직장의신’이 만능 계약직사원 미스김(김혜수)을 중심으로 좌충우돌하는 로맨틱코미디라면, 이승기-수지 주연의 ‘구가의서’는 반인반수 최강치(이승기)가 인간되기 위한 고군분투를 다룬 판타지 무협 사극이다. 반면 김태희-유아인 주연의 ‘장옥정, 사랑에살다’는 실존인물 장희빈을 조선시대 패션디자이너로 접근한 팩션사극이다.
즉 장르가 다르다. 덕분에 시청자의 선택권은 다양하고, 무슨 드라마를 볼 것인지 행복한 고민에 빠질 시점이다. 물론 아직까진 드라마가 방영전이라 시청자의 관심도는 호기심수준에 머물고, 관련기사도 주로 드라마의 내용보다는, 주연인 ‘김혜수-수지-김태희’나 ‘오지호-이승기-유아인’의 출연을 놓고, 그들의 스타성, 비주얼, 연기력 등의 측면에서 비교하며 접근하기 마련이다. ‘내용’적인 측면보다는, ‘주연’들의 인지도나 스타성과 같은 힘의 논리에 가장 민감한 시기이기도 하다.
물론 주인공이, 메인커플이 몸통이 될 수는 있겠지만 전부는 될 수 없다. 드라마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역시 머리가 되는 스토리고 연출이다. 이를 토대로 주인공이 역동성을 가지고 시청자에게 매력을 어필할 수 있다. 동시에 주인공과 공존하며 드라마의 팔다리가 되는 인물들. 모두가 함께 조화를 이뤄야 드라마가 제대로 설 수 있다. 그렇다면 주인공만큼 주목해야 할 대표인물은 누가 있을까.
직장의 신 정유미
드라마 직장의신에서 정유미가 맡은 역할은, 3개월 계약직 신입사원 정주리다. 정주리는 삼류대, 만년 쏠로, 계약직 쓰리콤보 암울한 청춘이지만, 외로워도 슬퍼도 한번만 울고 훌훌 털자를 신조로 삼는다. 언뜻 소심해 보여도, 순수하고 열정이 있다. 그녀에겐 자신과 다른 성향인 당당한 계약직 사원 미스김(김혜수)이 부러움의 대상인 동시에, 롤모델로 인식된다.
‘직장의신’은 타이틀 롤인 미스김 김혜수의 원톱드라마다. 김혜수를 써포트하는 두축이 오지호와 정유미다. 그리고 이들도 사실상 주연으로 분류된다. 그래서 드라마 직장의신이 성공하기 위해선 미스김과 사사건건 충돌할 사나운(?) 장규직(오지호) 못지않게, 같은 여자, 같은 계약직이지만 미스김과 전혀 다른 캐릭터인 정주리(정유미)가 얼마나 자연스럽고 매력있게 조화를 이뤄낼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담백한 연기, 연기내공이 상당한 정유미라면 김혜수와의 시너지효과도 기대해 볼만하다.
구가의서 이연희
드라마 구가의서에서 이연희가 맡은 역할은 이승기 엄마 윤서화다. 극중에서 윤서화는 정권다툼의 희생양, 역모죄를 뒤집어쓴 윤기수의 딸로, 아버지가 비명횡사한 뒤 관기가 되는 인물이다. 기생이 된 윤서화는 아버지를 역모에 빠뜨린 조관웅(이성재)으로부터 도망친 후, 자신을 구해준 수호신 구월령(최진혁)을 만나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구가의서’에서 이연희는 초반 약 2회 정도 등장하는 특별출연이다. 그럼에도 이연희를 주목하는 건, 그녀의 미모와 스타성이고 매번 불거지는 발연기 논란 때문이다. 모든 신작드라마가 그렇듯, 초반 4회까지가 상당히 중요하다. 경쟁작과의 실질적 승부는 4회안에 이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제작진도 드라마의 사활을 걸고 초반에 전력투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구가의서’와 같은 판타지 장르의 경우, 중간 유입이 상대적으로 쉽지 않을 수 있어, 초반에 어느 정도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회를 거듭할수록 고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데 ‘구가의서’는 초반 승부수로 이연희를 앞세운 것이다. 이연희의 스타성과 연기력논란은 단점보단 장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홍보가 중요한 초반에 상당히 매력적이고 효과적인 카드가 이연희가 될 수 있다.
구가의서에서 이연희의 연기력이 일취월장한 모습을 보여 시청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도 좋고, 예전같은 연기력논란에 휩싸인다고 해도 특별출연이기 때문에 조기 하차가 예정된 터라 ‘구가의서’에 별 타격은 없다. 오히려 예고에서 볼 수 있듯이, 선정성이 가미된 이연희의 노출과 베드신에, 기생이란 캐릭터, 애낳는 장면까지 이슈될 만한 요소가 많다. 최소한 구가의서가 손해보는 일은 없을 것이고, 특별출연이긴 하나 이연희로선 성장한 모습, 배우로서의 임팩트를 보여줄 기회다. 반대가 되면 곤란하겠지만.
장옥정, 사랑에 살다 홍수현
드라마 장옥정에서 홍수현이 맡은 역할은 인현왕후다. 인현왕후는 숙종(유아인)을 놓고 장희빈(김태희)과 갈등 구도를 형성한다. 하지만 그동안 드라마에서 다뤄진 인현왕후는 숙적, 라이벌이란 무색하게도, 장희빈에게 주로 당하는 캐릭터였다. 장희빈이 강한 여성, 팜므파탈로 그려질 때, 인현왕후는 순종적이고 자애로운 조선의 여인상을 대표했다.
그런데 드라마 ‘장옥정’에서 인현왕후는 달라진다. 유약한 이미지, 수동적인 캐릭터를 벗고, 자신의 신념과 사랑에 따라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캐릭터로 변신한다. 장희빈을 향한 시기와 질투도 서슴지 않는다. 조선시대의 고전적인 조강지처 이미지를 탈피하고, 내 것에 관한, 합리적인 자기 주장도 피력할 줄 아는 현대적인 사고방식을 장착한 셈이다.
드라마 ‘장옥정’ 장희빈이 단순한 악녀가 아니라, 뛰어난 패션감각과 재능을 가진 조선시대 패션디자이너에, 엄격한 신분제에 얽히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 진취적인 현대여성으로 변신한 만큼, 인현황후도 현대적인 감각에 맞게 업그레이드 된 것이다. 때문에 장희빈과 인형왕후의 갈등과 위기가 쌍방향에서 증폭되고, 난타전에서 가까운 빅매치도 예상할 수 있다.
그만큼 덜 악한 장희빈 김태희만큼이나, 덜 착한 인현왕후 홍수현의 변신이 ‘장옥정’이란 드라마의 색깔을 상당부분 좌우할 전망이다. 그래서 홍수현이 중요하다. 드라마 ‘공주의남자’ 경혜공주(홍수현)처럼, 시청자에게 인현왕후가 장희빈 버금가는 매력을 어필할 때,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도 보다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