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 논문표절보다 충격적인 건?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 김혜수가 논문을 표절하고 석사학위를 취득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의외였다. 누구보다 자존감이 강하고, 늘 당당했던 김혜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충격적이진 않았다. 국회의원들을 비롯한 정치인들을 비롯해, 소위 말하는 대한민국에서 한 자리하는 사람들중에 논문표절 안한 사람을 찾기가 어디 그리 쉬운가. 작정하고 쑤셔보면 알사탕처럼 줄줄이 엮일 사람들은 아마도 부지기수일 것이다.
그래서 유력인사의 부정한 논문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 관례가 됐다. 관련 증거가 입수된 한 명을 조사하면, 당사자는 말한다. ‘왜 나만 갖고 그래?’ 나를 조사하는 당신도 알지 않냐는 것이다. 논문표절로 문제될 고위층이 부지기수라는 것. 그러니 논문표절로 이러쿵저러쿵 따지지 말고 적당히 넘어가자는 타협. 그만큼 자신의 힘으로, 능력으로 제대로 된 논문을 작성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걸 우린 알고 있다. 그리고 표절한 논문의 힘으로 꿀을 빠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많다는 것도.
김혜수는 지난 2001년 성균관대 언론대학원에서 받은 석사 학위논문의 상당부분이 표절된 것으로 드러났다는 언론보도와 관련, 소속사를 통해 표절 사실을 공식 인정하고 사과했다. 소속사 관계자는 김혜수 본인이 표절 사실을 인정하며, 한창 바쁘게 활동하던 시기에 썼던 논문이라, 당시 표절의 심각성에 대한 의식이 부족했다. 겸허히 반성하겠다는 김혜수의 공식입장을 대신 전했다.
그렇다. 김혜수는 논문 표절시비가 일었던 다른 유력인사들과 달리, 사실관계를 놓고 시간을 끌거나 변명을 하지 않았다. 밝혀진 잘못에 대해 지체없이 사과했다. 그것만큼은 현명한 대처였다는 사실에 의문부호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잘못을 시인했다고 해서, 잘못에 대해 반성하고 죄값을 치룬 것은 아니다. 논문 표절이 관행이기 때문에 덮어줘야 한다면, 이전 그리고 이후에 발생할 논문표절에 대해서도 관대한 시선을 보내야 형평성에 맞는 것이 된다.
즉 김혜수가 의도적으로 걸렸든, 재수없게 걸렸든, 그녀가 논문을 표절해 석사학위를 취득한 것은 변하지 않는 진실이다. 논문표절은 엄연히 범죄고, 그렇다면 이에 상응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게 원칙이다. 유명연예인이고, 호감도와 인지도가 높은 연예인이라고 해서 이해해줘야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즉각적으로 죄를 인정하고 사과했다고 해서 봐줘야 한다?
혹자는 얘기한다. 김혜수가 석사학위를 바탕으로 경제적 이득을 취하지 않았기에, 과하게 문제 삼을 일은 아니라고. 상당히 순진한 얘기다. 김혜수가 석사학위를 받은 시점에서부터, 그녀의 브랜드는 업그레이드되는 것이다. 상품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석사배우 김혜수를 대하는 주변, 함께 작업하는 제작진부터 방송 언론인들의 태도가 달라진다. 유무형의 대접을 어떤 형태로든 좀 더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능력과는 별도로, 고졸사원과 대졸사원을 대하는 태도가 다른 것처럼, ‘석사’ 김혜수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것이 과연 경제적 이득과 관련이 없을까. 덕분에 김혜수이 본인이 누렸을 만족도는, 대가는?
여기에 더 짜증나는 건, 논문을 표절한 김혜수 못지않게, 앞다투어 그녀를 옹호하는 듯한 일부 언론의 개념없는 태도다. 김혜수의 논문표절이상으로 충격적이다. 기사 타이틀이 ‘김혜수의 논문표절엔 왜들 쿨한 걸까’부터, 김혜수의 진정성, 솔직함 등 역겹기 그지 없다. 도대체 왜 그럴까? 요즘 인터넷 신문 기사를 보면, 표절이 난무한다. 남의 글을, 기사를 복사해 붙이거나, 교묘하게 자신의 글인양 포장하며 쓰는 게 비일비재하다. 기자 본인들이 복사를 하고 표절을 하다 보니, 김혜수의 논문표절에 우호적이고, 동병상련마저 느끼는 것 같다.
김혜수는 잘못을 했다. ‘김혜수만 논문 표절을 했나.’ 그런 식의 접근은 제2. 제3의 김혜수를 낳을 뿐이다. 김혜수가 진정성있는 사과를 하려면, 소속사가 아닌 본인이 직접, 본인의 입을 통해 대중에게 사과해야 맞다. 그것이 망신스러울 수 있겠지만, 망신을 당해도 싸다. 정치인이든, 연예인이든, 기자든, 작가든, 일반인이든, 누구든 표절을 하면, 남의 글을 허락없이 도둑질하면 망신을 당하고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소속사를 통해 즉각적으로 사과를 했다? 역시 김혜수다? 쿨하다? 질질 끌고 변명하는 김미화보다 낫다? 표절하면 다 똑같다. 잘못한 일에 대해 당연히 해야 할 사과를 두고, 쿨하다? 진정성있다? 막 갖다 불이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