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의신 김혜수, 학교2013 신드롬 가능할까
김혜수가 신(神)이 됐다. 직장의 신. ‘광고천재 이태백’ 후속작인 KBS 새월화드라마 ‘직장의신’에서 김혜수가 부장님도 쩔쩔매는 ‘슈퍼갑 계약직’사원 미스김 역할을 맡았다. 본격 로맨틱 생존 코미디 드라마를 표방하는 ‘작장의신'은, 계약직 사원인 주인공 미스김을 둘러싼 직장인들의 일과 사랑을 차별화된 리얼 에피소드 안에서, 유쾌하고 발랄하게 그려낼 예정으로 4월 1일 첫방송된다.
지금까지 공개된 드라마 ‘직장의신’의 티저영상 예고편과 관련 뉴스 등을 종합해 보면, 계약직사원 미스김(김혜수)은 컴퓨터 자격증은 기본이고, 한식-양식-일식-중식 조리사 자격증, 중장비 기사 자격증 등 총 124개의 자격증을 보유한, 그야말로 쓰임새가 다양한 만능사원이다. 인재파견업계의 신적인 존재로 통할만한 능력자. 반면 능력면에서 2%가 아닌 20%는 족히 부족해 보이는 정규직사원 장규직(오지호)은 미스김에 대한 불신이 얼굴에 가득하다. 미스김과 사사건건 부딪히게 될 것임을 예고한다.
계약직사원이나 능력자인 여자VS정규직사원이나 무능력한 남자, 이것만으로도 로맨틱코미디의 밑그림이 그려진다. 문제는 풀어가는 방식이다. 다행히(?) 드라마 ‘직장의신’은 원작이 있다. 일본드라마의 리메이크작이기 때문이다. 소문난 만능 파견사원의 활약상을 코믹하게 그려낸, 시노하라 료코 주연의 일드 ‘파견의 품격-만능사원 오오마에’. 2007년 방영 당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만큼 일드 ‘파견의품격’은 인기가 있었다. 그렇다면 과연 2013년 한국판 ‘파견의품격’도 통할까.
일단 공간적배경이 회사고, 주요 등장인물들은 샐러리맨이다. 만약 드라마 ‘직장의신’이 전작인 ‘광고천재 이태백’처럼, 신데렐라를 탄생시키기 위한 스토리를 쫓는다면 성공가능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샐러리맨이 신데렐라가 되는 드라마는 현실감이나 공감대가 떨어지는 건 둘째치고, 식상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나 쉽게 먹혔을 스타일이고 지나간 트렌드란 이야기.
이것은 샐러리맨의 성공, 신데렐라스토리를 다룬 드라마가 줄줄이 실패를 거듭중인 현재의 드라마판과 달리, 웹툰 윤태호의 ‘미생’이 대중에게 각광받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그만큼 직장이란 공간적 배경에서, 대중은 판타지보다는 리얼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웹툰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가 신데렐라로 포장됐다면, 미생이 성공할 수 있었을까. 장그래는 슈퍼맨도 아니고, 신데렐라도 아니다. 덕분에 쉽게 공감대가 형성된다. 친근감을 느끼고 응원하게 된다.
그래서 드라마 ‘직장의신’을 주목하는 것이다. 샐러리맨의 성공신화, 신데렐라 스토리에서 살짝 비켜간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왜 능력자 미스김은 정직원이 아닌 계약직사원을 고집하는가. 이것이 ‘직장의신’의 화두이다. 그렇다면 드라마의 전반적인 톤을 발칙한 유쾌함으로 포장하더라도, 그 이면에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왜곡된 기업문화, 구조적 모순을 얼마만큼 현실감있게 터치해 조화를 이룰 것인가에서 드라마의 완성도가 좌우될 전망이다.
완성도와 별개로, ‘직장의신’이 넘어야 할 산도 있다. 바로 경쟁작인 월화드라마 ‘장옥정’과 ‘구가의서’다. 메인커플만 놓고 보면, ‘장옥정’ 김태희-유아인, ‘구가의서’ 이승기-수지에 비교할 때, ‘직장의신’ 김혜수-오지호는 충분한 경쟁력을 담보한다. 일당백 김혜수는 물론이고, ‘내조의여왕’-‘환상의커플’ 등에서 본인보다 여주인공을 빛나게 만들 줄 아는 남자주인공으로 오지호는 이미 검증된 배우다.
문제는 김혜수-오지호의 정형화된 캐릭터와 이미지다. 김혜수라는 배우가 최근 몇년사이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보여줬던 일관된 강한 이미지와 캐릭터가 직장의신에서도 이어진다고 가정할 때, 과연 득이 될 수 있을지 물음표다. 오지호의 허당스러운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즉 시청자에게 강하게 인식된 김혜수-오지호의 기존 캐릭터를 상쇄하고, 드라마 ‘직장의신’에서 새로운 변주를 끌어내지 못한다면, 식상함이란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높다.
때문에 단순히 드라마의 내용이나 배우들이 연기를 잘하는 것과 별도로, 드라마 직장의신 주인공인 김혜수와 오지호가 극복해야 할 최대 과제는 본인들의 캐릭터를 다른 각도에서 얼마나 시청자에게 신선하게 어필할 수 있느냐에서, 초반에 나타날 드라마의 경쟁력 수위도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드라마가 신선하냐, 식상하냐는, 결국 주인공인 배우가 초반에 보여주는 캐릭터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새 월화드라마 ‘장옥정-직장의신-구가의서’의 라인업만 놓고 보면, 올 상반기 ‘마의-학교2013-야왕’의 구도를 연상시킨다. 현재로선 안방에서 강한 장희빈 ‘장옥정’이 마의가 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가운데, ‘직장의신’이 과연 ‘학교 2013’의 신드롬을 재현할 수 있을까. 학원물의 필패속에서 학교라는 공간을 현실감있게, 따뜻하게 그려낸 드라마 학교2013의 성공을, 회사라는 공간에서 ‘직장의신’이 보여줄 수 있다면 희망적이다. 월화드라마 직장의신이, 과연 4월 드라마대전 최대 복병으로 이름값을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