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만 검찰조사, 불법도박에 빠진 결정적 이유
지난 19일 인기 MC 김용만이 불법도박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은 일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김용만은 5년전부터 ‘사설 스포츠토토’로 불리는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에 10억원이 넘는 돈을 베팅해 온 혐의를 받았고, 이에 대해 김용만은 대부분 사실을 인정했다고 알려졌다. 검찰은 김용만이 혐의를 인정한 점 등을 고려해 불구속 기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상황이다.
검찰 조사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5년 전인 2008년 매니저와 함께 취미로 도박을 시작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끊을 수 없게 됐고 돈도 수억원 잃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주로 영국 프리미어리그 등 해외 축구경기의 승패와 점수를 맞히는 데, 한 달에 수천만원씩 쓴 것으로 드러났다. 회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이 넘는 돈을 베팅했다고 알려졌다.
선한 이미지, 젠틀한 MC로 대중의 사랑을 받아왔던 김용만이 검찰조사를 받았다는 사실, 불법 스포츠도박으로 10억원이 넘은 돈을 탕진했다는 사실은 말 그대로 충격이다. 그동안 주식과 사업 등에서 매번 실패를 거듭해 스스로 MC가 천직이라며, MC로서 시청자에게 건강한 웃음과 정보 전달에 주력하겠다던 그가, 왜 안 어울리게 불법도박의 늪에 빠졌을까.
김용만이 사설 스포츠도박에 빠진 시점인 2008년은 공교롭게도 그의 슬럼프시점과 일치한다. 이전까지만 해도 김용만은 이경규와 함께 ‘일밤’을 책임지며 승승장구했다. 일밤에서 내놓았던 건강보감, 브레인서바이벌, 대단한 도전, 경제야 놀자 등은 김용만이 있기에 가능했던 히트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2007년부터 예능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유재석의 ‘무한도전’, 강호동의 ‘1박2일’ 등 야외 리얼버라이어티가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김용만-신동엽-남희석-박수홍 등 스튜디오에서 강한, 토크쇼 및 인포테인먼트에 강점을 보인 MC들의 부침이 심했다, 특히 김용만이 리얼버라이어티에 적응하지 못하고 극심한 슬럼프에 빠지기 시작한 시점이 2008년이다.
당시 김용만은 이경규-신정환-김구라 등과 함께 ‘라인업’으로 ‘무한도전’에 맞섰으나 조기종영의 아픔을 겪었고, 일밤 ‘대단한 희망’이란 코너에서 탁재훈-김구라-신정환 등과 재차 리얼버라이어티에 도전하지만 3개월 버티지 못하고 역시 조기종영의 철퇴를 맞았다. 일밤의 암흑기가 본격적으로 가속화된 시점이 대단한 희망, 일명 ‘대망’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김용만은 ‘일밤’의 터줏대감답게 일밤을 지킬 수 있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부여받는다. 다른 MC들이 일밤의 개편마다 잘려 나갈 때도, 김용만만큼은 퀴즈프린스-단비-룰루랄라 등 메인MC로 기용된다. 하지만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줄줄이 조기종영되는 아픔을 겪었다. 자신이 책임지고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시청자의 외면을 받을 때, 김용만의 스트레스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특히 브레인서바이벌-경제야놀자 등 인기 코너를 진행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더욱. 연예인에게 도박만큼이나 중독성 강한 '인기'라는 무서움.
지난 번 토크쇼 ‘힐링캠프’에 출연해서도 김용만은, 당시 느꼈던 고충을 털어놓았었다. 리얼버라이어티에 적응하지 못해 슬럼프를 겪었고, 심지어 유재석-강호동이 미웠다는 농담반 진담반의 심정을 밝혔다. 물론 지금은 당시 느꼈던 슬럼프나 강박증에서 벗어났으며, 몸과 마음이 따라주지 않는 리얼버라이어티가 아닌 자신의 전공분야인 토크쇼와 인포테인먼트에 주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청률에 연연하거나 인기MC가 되기보단 편안함을 줄 수 있는 MC로 승부하겠다는 태도의 변화를 읽을 수 있었다.
문제는 2008년부터 시작된 도박을 끊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MC로서 자신의 강점과 위치를 냉정하게 분석하고 제자리를 찾은 듯 편안해 보였지만, 정작 슬럼프 당시 손대기 시작한 불법 도박의 늪에서는 여전히 헤어 나오지 못한 셈이다. 책임지고 진행하던 프로그램에서 느낀 부담감, 스트레스를 도박으로 풀려했던 판단 착오를 깨닫지 못한 건 참으로 안타깝다.
김용만은 연예계의 사건사고를 다뤘던 연예정보 프로그램 ‘섹션TV연예통신’의 메인MC로 10년이 넘게 오랫동안 진행해왔다. 스스로도 섹션의 안주인로 롱런했음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섹션TV연예통신을 진행하며, 동료 연예인 강병규-신정환 등이 불법도박혐의로 연예계에서 퇴출당한 모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용만은 도박을 끊지 못했다. 어쩌면 섹션TV가 MC 김용만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을 외면했던 셈이다. 이제는 김용만 자신의 불미스런 불법도박혐의와 검찰조사, 자숙과 함께 '자기야' 등 진행 프로그램 하차 혹은 연예계 퇴출이란 소식이, 자신이 가장 아꼈던 프로그램에서 보도될 것이란 사실을, 수모를 겪어야 한다는 게, MC김용만을 좋아했던 대중을 더욱 안타깝고 씁쓸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