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화신 강지환, ‘신의 법’의 통한 복수란?
주말드라마 ‘돈의 화신’ 14회에서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간과했다. 바로 엔딩장면에서 권재규(이기영)의 블랙박스를 확인한 후, 이차돈(강지환)이 지었던 복합적이고 의미심장한 미소다. 과연 이차돈이 지었던 미소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차돈은 전지후(최여진)검사가 권재규 검찰총장의 도난당한 차량을 찾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전지후가 권재규 차량을 조사하는 장면을, 양구식(양형욱)계장과 홍자몽(이지현)주임에게 캠코더로 찍게 했다. 이어 찍힌 동영상을 권재규에게 보냈다. 메시지로 이차돈(이강석)은 권재규에게, ‘누가 당신을 함정에 빠뜨리고 목을 조이고 있을까’라며, 상대를 긴장하게, 분노하게,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이차돈이 권재규에게 메시지를 보낸 후 흡족해 했을 때. 양계장이 그에게 권재규 차량의 블랙박스는 확인해 봤냐고 물었다. 그 때 이차돈은 멈칫했다. 정작 이차돈은 권재규의 차량을 훔치고 황장식(정은표)을 죽인 범인을 나름 예상은 했었는지 몰라도, 확신은 못했던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차돈이 블랙박스 동영상을 확인했을 때, 놀란 표정이 읽혔다. 블랙박스에 찍힌 인물은 은비령(오윤아)이었기 때문이다.
은비령은 이차돈조차 예상 못한 반전의 인물이었다. 블랙박스 영상을 다 본 후, 이차돈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회심의,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촉이 남다른 이차돈조차 황장식을 죽인 범인으로 은비령을 예상하지 못했다. 이유는 그가 아는 은비령이란 여자는 황장식을 죽일만한 위인이 못된다는 확신을 동반한다. 그렇다면 당초 이차돈의 예상이 빗나간 것일까.
이차돈의 의미심장한 미소는, 은비령외에 제 3의 인물이 황장식을 죽인 범인이라는 의미를 내포한 건 아닐까. 용의자 선상에 지세광(박상민)과 고호(이승형)가 가장 먼저 떠올랐을 테고. 덕분에 이차돈은 최소한 1타 3피가 가능한 복수의 기회를 얻었으니, 그의 미소가 어둡기보단 밝을 수밖에.
만일 은비령이 황장식을 죽이지 않았다면, 누가 황장식을 죽였을까. 처음엔 지세광이라고 생각했지만, 고호일 확률도 높아 보인다. 그 이유는 ‘정의’를 말하는 지세광이 황장식을 죽인다면 모순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황장식이 누구인가. 이차돈의 아버지 이중만(주현)을 죽이는 데 공모한 지세광의 동료다. 지세광입장에서 정의를 함께 집행한 황장식을 죽인다면, 그가 말한 정의는 스스로 오류를 낳을 수 있다.
즉 지세광이 황장식은 물론이고 권재규-은비령-고호를 죽인다면, 자신의 철학에 위배된다. 지세광입장에서 그들은, 악이라고 판단한 이중만을 살해한 정의로운 동료들이기 때문이다. 다만 지세광이 그들을 벌할 수는 있다. 그것은 이중만사건과 별도로, 지세광 개인이 아닌 ‘검사’의 신분으로 부패한 법조인 권재규, 부패한 경제인 은비령, 부패한 언론인 고호를 심판하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지세광 자신이 직접 행할 수도 있고, 그가 말한 ‘정의’의 오점을 상쇄시켜줄, 자신과 닮은 복수의 숙명을 짊어진 이강석(이차돈)을 통해서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여기서 이차돈이 행하고자 하는 복수, ‘신의 법’도 보다 명확하게 그려진다. 이차돈은 ‘신’을 거론했다. 신은 모든 걸 알고 있다. 그리고 신은 자연의 법칙을 만들었다. 자연의 법칙은 우연이 아닌 필연으로 흐르기 마련이다. 권선징악도 마찬가지다. ‘법’의 힘을 악용한 권재규, ‘돈(자본)’의 힘을 악용한 은비령, ‘언론’의 힘을 악용한 고호에게, 이차돈이 내릴 수 있는 형벌이란, 법으로 권재규의 죄를, 돈으로 은비영의 죄를, 언론을 통해 고호의 죄를 묻고 무서운 대가를 치루게 하는 것이다.
필연적으로 자정작용을 하는 자연의 법칙처럼, 부패로 상징되는 ‘권재규-은비령-고호’가 자신들이 악용한 ‘법-돈-언론’에 의해 스스로 무너지는 것이야 말로, 신의 법칙을 따르는 것이며, 권선징악을 관통하는 것이다.
그래서 14회 초반에 이차돈은 황해신용금고 건으로 은비령에게 접근했다. 이차돈은 복화술(김수미)의 도움을 부탁했고, 은비령을 파탄내고 황해신용금고를 복화술에게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돈’으로 은비령의 죄를 물으려 했다. 반면 이차돈은 권재규에게는 전지후검사를 통해 ‘법’으로 심판하는 길을 모색하고 있었다. 때문에 이차돈이 고호의 약점을 찾아 언론, 미디어로 궁지로 몰아넣을 것이란 예상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이차돈이 지세광은 어떻게 벌할 것인가. 그것이 가장 궁금한 대목이다. 이차돈의 정의와 지세광의 정의가 맞붙는 외나무다리. 지세광의 ‘정의’가 틀렸음을 증명해야 하는 복수. 이차돈도 지세광과 같은 방법을 택할까. 아니면 복수가 아닌 용서? 가장 유력한 건, 지세광이 함께 정의를 실현했다고 믿었던 그들의 동료를, 지세광의 손으로 직접 제거하게 만드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그것은 지세광 스스로 말한 ‘정의’에 모순을 낳기 때문이다. 지세광의 정의가 나쁜(이중만) 놈을 벌하는 게 아닌, 정의를 집행한 동료(지세광일당)를 벌하는 모순.
신은 모든 죄를 알고 있다. 하지만 신은 직접 죄를 집행하지 않는다. 이차돈은 지세광 일당의 모든 죄를 알고 있다. 하지만 돈의 ‘화신’ 이차돈이 만일 신의 법을 따른다면, 그가 직접 죄를 집행하는 일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이차돈이 말한 ‘정의’는 자연의 법칙을 쫓을 뿐이다. 자신이 행한 ‘죄’는 필연적으로 ‘벌’로 돌아오는 것. 이차돈은 그 과정을 ‘신’의 눈으로 지켜보는 것. 물론 이차돈은 신이 아닌 인간이기에, 잦은 위험을, 상처를, 고뇌와 갈등을 극복해야 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