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선수권 김연아 레미제라블 우승, 왜 ‘멘탈의 여왕’인가
돌아온 ‘피겨 여제’ 김연아선수가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으로, 2년만에 국제 무대복귀를 화끈하게 신고했다. 김연아는 프리 레미제라블의 연기를 끝마치기도 전에 관중 모두가 일제히 기립하게 만든 독보적인 클래스, 환상적인 연기로 대회 우승을 확정지었다.
한국시간으로 17일 오전,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김연아는 레미제라블을 퍼펙트하게 소화해 기술점수(TES) 74.73점과 예술점수(PCS) 73.61점, 합계 148.34점을 받았다. 여기에 쇼트프로그램 점수 69.97점을 합쳐 총점 218.31점이란 눈부신 기록을 마크해, 2위 카롤리나 코스트너(197.89점 이탈리아), 3위 아사다 마오(일본)와는 20점이상 벌어진 큰 점수차이로, 김연아는 시상식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섰다.
우승이 확정된 직후 장내 인터뷰에서 김연아는 유창한 영어실력을 뽐내며, 오랜만에 많은 관중들앞에서 경기하게 돼 기쁘고, 자신이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캐나다에서 다시 우승을 하게 되어 행복하다는 우승 소감을 밝혔다.
김연아선수가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기록한 218.31점은, 지난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그녀가 세운 세계신기록(228.56점)에 이어, 김연아 개인뿐 아닌, 피겨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경이적인 기록이다. 동시에 김연아가 우승을 차지함으로써, 한국은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3장이나 얻는 겹경사를 누렸다. 이 또한 한국 피겨스케이팅 역사상 처음이 있는 일이다. 김연아키즈로 불리는 후배들에게, 올림픽이란 큰 무대의 경험을 심어주고 싶어 했던 김연아의 당초 목표를, 약속을 바램대로 100% 달성했다.
사실 김연아는 이틀 전 쇼트프로그램에서, 인터뷰에서 밝힌 바처럼 본인 스스로 만족할 만큼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펼치고도 69.97점이란 납득하기 힘든, 박한 점수로 1위를 차지해 주변의 적잖은 우려를 낳았다. 심지어 해외 언론들이 앞다투어 김연아의 쇼트점수는 10점 이상 빠진 것 같다면서, ISU 심사위원들의 매우 불공정한, 편파판정 의혹을 제기했을 정도다.
선수 본인은 더욱 당황스러울 수 있는 대목이다. 심리적으로 충분히 위축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김연아는 국민들의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인터뷰를 통해 내가 더 잘 하면 된다, 프리에서 더욱 좋은 연기를 펼치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약속을 김연아는 은반에서의 환상적인, 압도적인 연기로, 오직 실력만으로 보여주고 지켜냈다. 하지만 결과가 좋았다고 해서, 과정에서 김연아선수 혼자 감당해야 했던 무거운 부담감이 사라지진 않는다.
김연아선수가 프리스케이팅에서 가장 마지막 순서에 출전했다. 마지막이 주는 긴장감, 부담감은 상상이상으로 크게 작용한다. 그 긴장과 부담의 압박이 실수로 이어질 확률을 높인다. 축구에서 승부차기를 할 때, 나중에 차는 것이 먼저 차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불리한 것과 유사한 이치다. 그만큼 김연아선수의 프리 순서가 마지막에 배정됐다는 것은 상당한 심리적 압박감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그런 김연아선수에게 심사위원들은 이러한 압박을 더욱 가중시켰다. 그녀보다 앞선 선수들에게 과할 정도의 높은 점수를 남발했기 때문이다. 무라카미 카나코(일본)를 시작으로, 점프에 엉덩방아를 찧는 등의 실수를 연발했던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등에게 상상을 초월하는 높은 점수를 퍼주었다. 언제부터 확연한 실수 연발에도 프리스케이팅 점수가 130점을 훌쩍 넘기게 되었는가. 코피를 쏟아서, 코피 점수가 플러스 된 것인가. 말이 안 된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심사위원들의 퍼주기 점수로, 카롤리나 코스트너-무라카미 카나코는 총점 200점에 가까운 점수를 획득했다. 사실상 막장에 가까운 심사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 아사다마오가 큰 실수없이 연기해, 상위권을 형성했다. 심사위원들이 마치 작정한 듯 마지막에 경기하는 김연아에게 심리적인 부담감을 퍼주어 실수를 유발시키기 위한, 계획된 점수 장난질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과연 김연아선수가 무거운 부담감을, 압박감을 이겨낼 수 있을까. 김연아선수의 이름이 호명되고, ‘레미제라블’에 맞춰 프리 연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김연아’란 여자에게 놀랐다. 세계선수권 우승으로 지난 2년의 공백을 무색하게 만들었기 때문만이 아니다. 쇼트에 이은 프리연기가 완벽했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클린보다 김연아의 강심장에 놀라버렸다. 어떻게 그녀에게선 긴장감을, 압박감을 느낄 수 없는가. 오히려 가슴 졸이며 지켜본 사람을 무안하게 만들 정도였다.
세계선수권 우승보다, 금메달보다 김연아의 강심장이 빛났을 정도다. 김연아선수가 누구보다 강심장이라는 건 알았지만, 정말 대단하다. 최고다. 멘탈이 정말 세계 최강인 거 같다. 이젠 김연아에게 피겨여왕, 국민여동생을 넘어, ‘국민 강심장’, ‘멘탈의 여왕’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작정하고 편파판정을 주도한 ISU 심사위원들마저 멘탈붕괴시킨, 독보적이고 아름다운 대한민국 ‘멘탈의 여왕’ 김연아에게 세계선수권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남은 갈라쇼일정까지 멋지게 마무리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