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화신 ‘강지환-박순천’ 눈물, 왜 조용필이 생각날까.
16일 방송된 주말드라마 ‘돈의 화신’ 13회에서, 이차돈(강지환)은 어머니 박기순(박순천)의 죽음앞에 오열했다. 어떻게 만난 어머니인데, 이토록 아프게 떠나보내야 하는가. 12회에 극적으로 재회한 어머니를 13회에 허무하게 잃은 아들의 심정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차돈의 어머니 박기순을 인정사정없이 보내버린 ‘돈의화신’ 제작진은 이차돈 ‘강지환’의 폭풍눈물로 쇼부를 보고 만다. 죽는 순간까지 아들을 걱정하는 어머니 박기순을 열연한 박순천을 더해서.
복수드라마가 이렇게 슬퍼도 되나 싶을 정도로, 돈의화신 13회는 참 아프다. 그리고 비록 짧은 시간의 재회였지만, ‘돈의화신’ 이차돈(이강석)-박기순 모자의 임팩트는, 국민드라마 ‘내딸서영이’ 이삼재(천호진)-이서영(이보영)부녀만큼이나 강렬함을 남겼다. 특히 해변가에서 이차돈과 박기순 모자가 서로를 바라보며 웃으면서도 눈가에 눈물이 맺힐 땐, 감동 그 자체였다.
웃고 있는데, 눈물이 맺히는 상황. 어머니 박기순은 잃어버린 아들 이강석(이차돈)이 살아있음을, 십수년만에 다시 만나서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듯 웃으면서도 눈물을 흘렸다. 아들은 어머니를 만나서 이렇게 좋은데, 제대로 된 효도 한 번 못해드리고, 어쩌면 곧 돌아가실지도 모를 거란 슬픈 예감을 억누르지 못해 웃고 있었지만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그 애절한 장면을 보니, 문득 대중가요의 가사 한 구절이 떠오른다.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가왕 조용필의 노래 <그 겨울의 찻집>에 나오는 가사다. 뜨거운 이름 가슴에 두면 왜 한숨이 나는 걸까. 어머니에게 ‘아들’, 아들에게는 ‘어머니’. 이 보다 더 뜨거운 이름이 또 있을까. 때문에 박기순-이차돈 모자의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상황이 더욱 아플 수밖에. 뜬금없이 조용필 노래까지 생각나게 만드는 ‘강지환-박순천’의 연기는 한 마디로 끝내줬다.
이어 어머니 박기순을 업고 이차돈이 해변가를 걸으며 나눈 대화는 눈물샘의 정점을 찍는다. 박기순은 아들 이차돈에게 말했다. “난 내 아들이 복수같은 안했으면 싶어.”라고. 누구보다 지세광(박상민)에 대한 복수를 원했던 박기순이 아들이 위험해질 것을 염려하고 있었다. 그냥 자신처럼 억울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훌륭한 변호사로, 남들한테 칭찬받고 존경받는 사람이 된다면 죽어도 웃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어머니의 말. 그리고 “사랑해 내 아들.”
그것이 어머니의 마음이다. 죽는 순간까지 그저 아들이 행복해지길 바라는 것. 하지만 아들은 그럴 수 없다. 자신의 상처에 어머니의 아픔마저 떠안는다. 아들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유언에도, 아들은 다시는 눈물을 흘리지 않겠다며, 더욱 강해지겠다는 다짐으로 대신한다. 아들의 다짐은 복수라는 이름으로 치환된다.
13회 마지막에, 양구식(양형욱)계장이 이차돈을 걱정하듯 바라보며 물었다. 꼭 복수하실 거냐고? 그 말은 즉, 지세광일당들에게 복수하지 말고 그냥 잊어버리고 살면 안 되겠냐는 박기순과 같은 설득을 담는다. 양계장의 시선에서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이차돈이 복수를 실행에 옮기기엔, 지세광일당은 너무 강한 권력을, 힘을 가졌기 때문이다.
양계장은 이차돈을 우려했다. 요즘 변호사님을 보면 뭔 일을 낼 것 같다고. 양계장은 혹여 이차돈이 그의 어머니 박기순이 병실에서 사망한 당시처럼 충동적으로 메스를 들었듯이, 지세광일당들에게 칼부림으로 복수하려 들진 않을까 염려했다. 그것은 이차돈의 복수가 완성된다하더라도, 그의 인생도 함께 종결됨을 의미한다. 양계장은 이차돈에게 충동이 아닌 신중을 주문하면서도, 칼이 아닌 법을 통한 복수의 어려움을 직시하고 있었다.
영혼의 파트너 양구식과 홍자몽(이지현)이 자신을 걱정한다는 걸, 이차돈이 모를 리 없다. 그리고 이차돈은 양계장에게 말했다. ‘인간’의 법은 죄악을 만들고 ‘신’의 법은 평화를 만든다고. 지세광-권재규(이기영)-은비령(오윤아)-고호(이승형)는 ‘인간’의 법을 교묘히 어겨 사람을 죽이고도 부자가 됐고, 나는 ‘신’의 법으로 그들을 심판하겠다고. 억울하게 죽은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모두의 평화를 위해서.
그렇다면 이차돈이 말하는 ‘신’의 법은, 심판대는 무엇일까. 우연이 아닌 필연이다. 만물을 지배하는 필연적인 법칙. 모든 사람이 지닌 ‘이성’에 기초해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법체계.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실정법이 아닌, 보편타당한 인간의 본성에 기초한 자연법. 그래서 이차돈이 하려는 복수의 모든 행위와 과정이 인간의 ‘법’을 초월해, 지켜보는 모든 ‘사람’에게 설득력을 가지며 인정받을 수 있는 것. 때문에 살인행위조차 불가피한 측면이 인정된다면 용서될 수 있는. 그것이 극렬하게 부딪히는 이차돈과 지세광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정의’라면 더욱.
그래서 돈의화신 이차돈(이강석)을 주목하는 것이다. 어린 이강석(박지빈)은 ‘인간’의 법을 통해 정의를 구현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때문에 성장한 이차돈은 왜곡 가능한 인간의 법이 아닌, 권선징악은 필연이 돼야 하는 자연의 법칙에, 이성에 근거한 ‘신’의 법을 통한 복수를 꿈꾼다. 이차돈은 법조인이라는 틀에서 좀 더 자유롭고자 한다. 이차돈은 실정법을 뛰어넘는 그 어떤 복수의 방법도 취할 준비가 됐기에 흥미를 낳는다. 지세광일당에게 복수하는 방법에 있어, 해당 행위가 옳은가. 옳지 않는가는, 법이 아닌 시청자의 판단에 맡겨질 뿐.
그렇다면 이차돈이 꿈꾸는 복수방식에 양계장의 불안감은 해소됐을까. 어쩌면 불안감은 오히려 더 증폭됐을 수도 있다. 실정법의 테두리에서 멀어진 방법을 취할수록, 위험은 가중되기 마련이다. 또한 그 방법이 성공하리란 보장도 없다. 이러한 위험을 무릎쓰고도 양구식과 홍자몽이 이차돈의 복수를 위해 끝까지 돕는 희생을 자처한다면, 이차돈은 그래도 행복한 남자. 그의 마음을 훔치려는 복재인(황정음)도 양구식-홍자몽이상으로 분발해야 할 시점도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