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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선수권 김연아 쇼트 1위, ISU '이유있는' 김연아죽이기?

바람을가르다 2013. 3. 15. 08:40

 

 

 

한국시간으로 15일 새벽,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열린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경기에서, 돌아온 ‘피겨여왕’ 김연아는 ‘뱀파이어의 키스’로 기술점수(TES) 36.79점과 예술점수(PCS) 33.18점을 받아 총점 69.97점을 기록해, 1위에 올랐다. 2위는 김연아가 빠진 전대회 우승자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 66.86점)가 차지했고, 관심을 모았던 아사다 마오(일본, 62.10점)는 눈에 띄는 실수로 6위에 그쳤다.

 

그러나 쇼트프로그램 1위를 차지하고도 김연아선수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심사위원이 매긴 점수에 흔쾌히 납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총점 69.97점이 김연아선수가 선보인 쇼트프로그램 ‘뱀파이어의 키스’에 과연 합당한 점수인가. 김연아는 심사위원의 점수가 발표되자, 여러차례 고개를 갸웃거렸다.

 

 

 

“예상치 못했던 결과가 나와서 아쉽긴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실력을 다 보여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쇼트 경기를 마친 직후 공식인터뷰에서 김연아선수는, 기대했던 것보다 점수가 깔끔하지 못하게 나와 다소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점수가 낮은 이유로는 흔들렸던 첫번째 스핀이 완전히 0점을 받았거나 레벨이 낮았구나라는 예상을 했다. 실제로 김연아는 첫번째 스핀인 플라잉 카멜 스핀에서 레벨3과 함께 0.43점의 감점을 당했다. 하지만 김연아는 스핀이외에 연기는 깨끗하게 성공했기 때문에 후회가 남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몸상태는 100%임을 강조하며, 프리스케이팅에서는 더 나은 연기를 펼치겠다고 약속했다.

 

 

 

 

피겨여제 김연아에게 2년의 ‘공백’이란 말은 통하지 않았다.

 

김연아는 2년만에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했다. 그 중 1년 반은 아예 경기를 뛰지 않았다. 그 시간동안 김연아는 현역선수생활 연장과 은퇴를 두고 고민해야 했다. 그리고 힘든 고민 끝에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목표로 다시 현역선수로의 복귀를 알렸다. 하지만 2년여의 공백은 그동안 김연아가 피겨계에 남긴 전설들을 무색하게 만들 수도 있는 위험한 도박과도 같았다.

 

운동선수가 1년 반 동안 경기에 뛰지 않았다는 것은, 아무리 해당종목의 최고선수라해도 공백기가 길어진 상황에서 전성기때 기량 수준으로 다시 끌어올린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가능보단 불가능에 가깝다. 때문에 복귀를 결심한 김연아선수를 대견해 하면서도 걱정하는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김연아는 오직 실력으로 주변의 우려를 빠르게 불식시키며 이번 세계선수권대회를 준비했다. 그리고 환상적인 연기로 피겨여제의 귀환을 알렸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선수의 쇼트프로그램 ‘뱀파이어의 키스’를 지켜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그녀가 왜 심사위원들의 쇼트 점수 69.97점을 납득하지 못했는지. 김연아선수에게 2년여의 공백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한 때 그녀의 라이벌로 거론되던 동갑내기 아사다마오의 실력이 퇴보한 인상을 주다. 2위였던 캐롤리나 코스트너나 그 외의 선수들도 마찬가지. 오히려 어린 신예선수들의 성장가능성이 살짝 엿보였을 뿐. 그만큼 김연아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독보적이었다. 때문에 김연아의 ‘뱀파이어의 키스’를 지켜본 관중들이 기립했던 것이다.

 

의도적인 김연아죽이기, 왜?

 

그런데 여제 김연아의 연기를 평한 심사위원들의 점수는 너무나도 야박했다. 납득하지 못하고 실망했던 건 김연아선수뿐이 아니다. 비단 국내팬들뿐일까. 피겨스케이팅이란 스포츠종목을 좋아하는 해외팬들도 마찬가지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캐나다 현지의 경기장에서 김연아선수의 연기를 지켜본 본 후, 기립했던 수많은 관중들을 바보로 만든 격이다. 그만큼 김연아를 상대로 한 심사위원들의 이해할 수 없는 점수 산정방식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김연아선수의 트리플 플립 점프에 롱에지(Wrong Edge)판정을 내려 0.2점의 감점을 매겼다해도, 다른 부분에서 문제를 찾을 수 없었다. 피겨여제 스스로도 만족한 연기에서 70점을 넘기지 못했다는 건 납득하기 힘들다. 반면 점프도중 넘어지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한 카롤리나 코스트너의 점수는 66.86점으로 쇼트 1위 김연아선수와 불과 3.11점밖에 차이가 나질 않는다. 트리플 악셀 점프도중 두발 모두 착지하며 실수를 범한 아사다마오 역시, 감점대신 가산점을 부여하는 어처구니없는 심사위원의 평가를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는가.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의 의도적인 ‘김연아 죽이기’로 밖에 보이질 않는다. 그렇다면 침체된 피겨스케이팅계를 살리기 위한 빅카드 월드스타 김연아의 복귀를 환호해도 모자랄 판에, ISU의 심사위원들은 왜 김연아의 복귀무대에 논란이 될 판정으로 찬물을 끼얹었을까. 검은 뒷거래가 있었던 건 아닐까.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 결과에 따라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국가별 출전권이 배분된다. 여자 싱글에 김연아만 내보낸 한국처럼 한 명의 선수만 출전시킨 나라의 경우, 해당 선수가 2위 안에 들면 3장의 올림픽 출전권을 부여받는다. 만일 3∼10위에 이름을 올리면 올림픽 출전권은 2장이 되고, 24위 안에 들면 1장으로 줄어든다. 즉 김연아선수가 이번 대회에서 2위안에 들면, 우리나라 선수 3명이 올림픽무대에 출전할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셈이다.

 

때문에 이번 대회를 준비한 김연아는 후배들에게 큰 무대를 경험할 기회를 주고 싶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해서도, ‘김연아 키즈’로 불리는 어린 후배 선수들에게 올림픽이란 큰 무대의 경험을 한명이라도 더 쌓게 해주려는 김연아의 후배사랑, 피겨사랑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래서 이번 쇼트게임에서 유독 김연아선수에게 야박했던 심사위원들의 점수가 자연스레 매치된다. 그들은 김연아선수가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위안에 드는 걸 바라지 않는 건 아닐까. 그것은 곧 대한민국에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출전티켓이 3장 주어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피겨강국이라면 자국 유망주에게 올림픽티켓이 한 장이라도 더 배분되길 바랄 것이다. 소치올림픽에서 피겨여왕 김연아는 막을 수 없더라도, 2018 평창올림픽에서 김연아 키즈들은 막고 싶은 ISU와 일본, 유럽 등 경쟁국들의 못된 심보가 작용한 게 아닐까.

 

그 이유가 아니라면, 이번에 김연아가 쇼트에서 받은 69.97점의 박한 점수와 상대적으로 실수가 많았던 경쟁자들이 기대이상의 높은 점수를 받았던 것에 대한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게다가 김연아와 경쟁자들의 점수차가 크지 않아, 만일 프리스케이팅에서도 ISU 심사위원들의 장난질(?)이 이어진다면, 김연아가 연기를 잘 소화하고도 쇼트때와 같은 비상식적인 기준과 잣대로 3위밑으로 떨어질 여지를 남긴다.

 

2년여 만에 세계무대에 선 김연아에게 무리한 성적을 바라지 않는다. 아무리 그녀가 피겨계의 살아있는 전설, 퀸 오브 퀸이라 해도, 이번 대회에서 반드시 우승 혹은 2위안에 들어서 후배들을 위해 소치동계올림픽 출전권 3장을 받아내야 한다는 식의 부담을 주는 건 욕심이며 금물이다. 다만 경기는, 심판은 공정해야 한다. 전 세계의 눈이 지켜보고 있다. 불필요한 의혹과 논란을 낳지 않도록, 선수와 관중과 팬들을 민망하지 않게, 경기를 주관하는 ISU가 눈 똑바로 뜨고 정신차리고 심사하고 진행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