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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화신 강지환, 절정의 '미친' 연기력

바람을가르다 2013. 3. 11. 08:18

 

 

 

10일 방송된 SBS 주말 명품드라마 ‘돈의 화신’ 12회에서 이차돈(강지환)이 잃어버린 기억을 찾았다. 비리 혐의가 포착되어 서울지검 검사에서 퇴출당한 후 변호사로 개업한 이차돈은, 죽은 이중만(주현)의 별장 근처에서 발견된 의문의 돈 100억원과 관련된 사건을 맡기 위해, 이중만의 아내 박기순(박순천)과 접촉하려 그녀가 입원한 정신병원에 환자로 입원했었다.

 

이 과정에서 정신질환을 앓고 있지 않음에도 돈 때문에 강제로 입원 당한 사람들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비밀치료실이란 밀폐된 지하실에서, 빈번한 고문과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차돈은 충격을 먹는다. 이차돈이 찾는 의뢰인 박기순도, 지세광(박상민)에 의해 강제로 입원한 상태였고, 올드보이를 방불케 하는 수년간의 고통속에서도, 아들 이강석(박지빈)이 자신을 찾아와 지세광일당에게 복수해주길 기다리며 죽지못해 살았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교통사고로 기억상실증에 걸린 이차돈은 어머니 박기순을, 박기순은 성인이 된 아들 이차돈(이강석)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다. 다행히 정신병원에서 재회한 두 사람. 박기순이 지니고 있던 가족사진이 이차돈의 손에 쥐어졌고, 사진속에서 어린시절 자신을 발견한 이차돈은, 그제서야 박기순이 자신의 어머니라는 사실을 알고 오열한다.

 

이차돈은 정신병원의 비리를 고발하고, 어머니 박기순과 눈물의 상봉을 했다. 그리고 이차돈은 어머니에게 아버지를 죽인 원수에 대해 물었다. 이에 박기순은 지세광-은비령(오윤아)-황장식(정은표)이라고 답한다. 지세광? 자신의 직속상관이었던 검사 지세광. 이차돈에게 ‘지세광’이란 이름은 너무나 강렬하게 뇌리에 꽂힌다. 마치 정신병원에서 이차돈에게 가해진 ‘집중치료’라는 전기고문만큼이나 뇌에 충격. 덕분에 이차돈은 잃어버린 기억을 모두 찾게 됐다.

 

 

 

 

드라마 ‘돈의 화신’ 11회와 12회를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희극과 비극이 절묘하게 교차하기 때문이다. 돈에 환장한 비리 검사, ‘슈킨의 달인’ 슈달 이차돈이 검사직에서 짤리고 변호사가 되고도 돈 욕심을 버리지 못해, 100억원짜리 소송을 준비하기 위해 박기순을 찾았다. 이를 위해 이차돈은 일부러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 연기를 하며 박기순이 있는 정신병원에 입원한다. 여장을 하고 ‘내가 조선의 국모다’를 외치면서. 여기에 양계장(양형욱)이 정신지제장애를 앓는 청소부로, 홍주임(이지현)이 이차돈을 병원에 감금시킨 동생으로 완벽 팀웍을 자랑하며.

 

계란프라이가 없다며 난동을 피우는 이차돈이나, 쓰레기는 다 내꺼를 외치는 양계장의 연기는 희극적인 요소가 다분하다. 시청자로 하여금 웃음을 유발하는 데에 있어 부족함이 없다. 반면 그들이 원하는 돈, 그리고 박기순은 비극을 상징한다. 덕분에 이차돈에게 박기순은 단순 의뢰인이 아닌, 자신의 어머니란 사실을 알게 되는 과정이, 희극에서 비극으로 교차하며 극적인 재미와 감동을 극대화시킨다.

 

 

 

 

동시에 이차돈의 캐릭터가 변한다. 그동안 이차돈은 돈을 밝히는 슈달검사로 가볍고 코믹하게 그려졌지만, 기억을 되찾은 이차돈은 돈 때문에 아버지가 살해당했고, 어머니가 살인 누명속에 정신병원에 감금된 채 반송장으로 살아왔다는 걸 알게 되는 비극적인 운명과 조우하고 분노한다. 이차돈의 캐릭터가 희극에서 비극으로 180도 바뀌는 계기가 11회와 12회를 통해 드라마틱하게 전개된 것이다.

 

이차돈이란 캐릭터의 이러한 급격한 변화를 소름돋게 표현한 강지환의 '미친' 연기력도 칭찬이 아깝지 않다. 특히 집중치료라는 전기고문에서 절규하고 분노하고 실신하는 강지환의 일련의 광기어린 연기는, 이차돈안에 숨어있던 잃어버린 이강석을 토해낸다. 그리고 토해낸 억울한 이강석과 마주한 이차돈이 오열할 땐, 차마 다 쏟아내지 못하고 가슴에 담을 수밖에 없는 피끓는 아픔이 느껴진다. 그 저린 아픔이 더욱 강하고 무섭게 변할 이차돈을 예고한다.

 

 

 

24부작 명품드라마 돈의 화신이 12회를 마쳤다. 13회부터는 복수다. 슈달 검사로 검찰에서 쫓겨난 변호사 이차돈이, 검찰내부에서도 신임이 두터운 스타검사 지세광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권재규(이기영)-은비령-고호까지. 밑바닥까지 추락한 이차돈이 상대할 적수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과연 이차돈은 어떤 방향에서 지세광의 허점을 찾아낼 지 흥미를 자아낸다. 동시에 이차돈이 언제쯤 복재인(황정음)을 여자로 보고 사랑하게 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