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강호동-김승우, 하차로 본 시선의 차이점
KBS일요예능 ‘해피선데이’가 부분개편에 들어갔다. 1부 코너 ‘남자의자격’은 4년만에 폐지가 확정됐고, 2부 코너 ‘1박2일 시즌2’는 최재형PD를 비롯한 제작진이 이세희PD를 중심으로 재편됐다. 뿐만 아니라 ‘1박2일’은 멤버중 일부가 교체가 예고된 가운데, 맏형 김승우의 하차가 발표된 상황이다. 김승우는 본업인 연기에 충실하기 위해, 1박2일을 하차한다고 알려졌다.
최근 일밤 ‘아빠 어디가’와 일요일은 좋다 ‘K팝스타 시즌2’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한 해피선데이 ‘남자의자격’에 폐지는 어느 정도 예상된 수순이었다. 남격은 멤버들조차 매너리즘에 빠진 듯, 중년남자의 ‘도전’에 진정성있는 동기부여를 하지 못한 채 매번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고, 시청자는 더 이상 그들의 도전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프로그램 자체적으로 동력을 잃은 상황에서, 안 되면 포기하고 멈출 줄도 아는 게 남자의자격의 마지막 미션이 된 셈이다.
반면 해피선데이 1박2일 시즌2의 제작진과 멤버교체는 시청자도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비록 강호동 중심의 ‘1박2일’ 시즌1의 인기와 명성에 비해, 시즌2가 밀리는 건 사실이지만, 지난 1년 동안 보여준 시즌2의 저력은 높이 살만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멤버들과 호흡이 좋았던 최재형PD의 하차도 그렇지만, 시즌2의 맏형 김승우의 하차는 아쉽다는 네티즌의 견해가 일반적이다.
다만 1박2일 시즌2의 김승우 하차가 아쉽지만, 크게 불만을 품거나 반대하는 경향은 없는 듯하다. 오히려 새멤버이자 리더로 누가 투입될 지 궁금증이 앞서는 모양새다. 1박2일 시즌1의 맏형이자 리더 강호동의 하차선언 당시와는 무척 대비되는 상황이다. 2년 전 강호동이 1박2일 하차발표를 하기도 전, 하차설이 돌던 시점부터 강호동은 네티즌에게 배신자로 취급당했고, 그를 향한 비난섞인 악플이 쏟아졌었다. 그만큼 국민예능 1박2일에 대한 시청자의 기대치가 높았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돌이켜 볼 때, 1박2일 하차를 결심한 강호동의 선택이 과연 대중에게 욕을 먹을 정도였는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날 수 있듯이, 프로그램의 하차여부조차 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다는 건, 어떤 면에서 지나치게 가혹하기 때문이다. 매너리즘에 빠져 더 이상 시청자에게 보여줄 게 없다고 판단될 때, 프로그램의 하차 또는 폐지도 검토할 수 있는 것인데 말이다. 그것이 오히려 시청자에 대한 예의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승우의 1박2일 하차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승우가 예능이 아닌 본업인 연기에 충실하고 싶다면, 그를 놓아주는 게 맞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을 때, 여러 방향에서 시너지 효과가 나오는 것이지, 하기 싫은 걸 억지로 이어가기 시작하면 오히려 프로그램이나 멤버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디션을 제외한 일반적인 예능은 드라마와 달리, 횟수가 정해져 있지 않다. 때문에 재미가 없고 시청률이 낮으면 조기종영이 수월하게 이뤄지고, 반대의 경우엔 시청자가 질려서 떨어져 나갈 때까지 계속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예능을 제작하는 제작진이나 출연진에게는 하차의 선택권이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특히 인기프로그램을 진행하는 MC, 리더의 경우엔 더욱 말이다.
1박2일 시즌2에서 김승우의 활약이 절대적은 아니었어도, 팀 분위기를 리드하는 맏형으로서 출중한 리더십을 보여줬다. 뿐만 아니라 김승우의 예능감이 1박2일과 같은 리얼버라이어티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때문에 김승우의 하차와 그의 공백을 아쉬워하는 시청자는 많다. 하지만 그의 하차 결정을 존중해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1박2일이 더 이상 국민예능이 아니기 때문일까. 아니면 김승우의 존재감이 강호동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일까. 김승우의 1박2일 하차수순은 평탄하게 진행중이다. 또한 김승우가 아닌 이수근-차태현-엄태웅-성시경-김종민-주원 중에서, 만일 하차를 선언한 멤버가 있다고 해도, 강호동의 1박2일 하차처럼 극렬한 반대여론이 일어나진 않을 것이다.
1박2일 맏형 강호동-김승우의 하차를 통해, 예능을 바라보는 시청자의 시선에도 변화가 따르기 기대한다. 출연진에게 보다 선택권을 줄 수 있는 분위기의 형성이 필요하다. 프로그램에 대한 제작진이나 출연자의 열정과 의욕은 시청자가 100% 만들어 줄 순 없기 때문이다. 비단 1박2일 뿐 아니라, 인기프로그램 멤버의 하차나 교체에 시청자가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다 보면, 해당프로그램에 대한 출연자체에 연예인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김승우의 1박2일 하차가, 1박2일을 비롯한 예능의 멤버교체 선순환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프로그램이 건강한 방향으로 가는 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