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 바람이 분다, 눈물연기 조인성 왜 매번 다를까
조인성의 눈물이 또 다시 시청자의 마음을 적셨다. 28일 방송된 수목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 7회에서, 오수(조인성)는 오영(송혜교)에게 자신의 불행했던 과거를 또 다른 오수에게 빗대어 털어놨고, 오영은 오수를 이해하고 위로했다. 오영의 예상 못한 위로에 오수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오수는 뜨겁던 눈물조차 오영에게 들킬까, 주먹으로 입을 틀어막고 싶을 정도로 숨죽여 가며 몰래 울었다.
오수가 첫사랑 희주(경수진)를 교통사고로 잃었을 때, 모두가 그를 비난했다. 오수도 인정했다. 난 나쁜 놈이다. 난 쓰레기다. 사랑했던 여자를, 뱃속에 자신의 아기를 지키지 못했다. 물론 오수는 희주가 그렇게 갑작스러운 사고로 죽을 줄 몰랐다. 그래서 책임질 기회를 잃었다. 그리고 그 때 오수와 희주의 나이는 열아홉이었다.
눈앞에서 사랑했던 여자를, 뱃속에 아기를 잃은 열아홉 오수의 아픔, 두려움은 아무도 보려하지 않았다. 누구보다 가장 충격을 받고 아파했을 당사자가 오수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대신 한 목소리로 오수를 욕하고 비난했다. 그래서 오수도 자신을 욕하는 사람들의 편에서,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고 미워했다. 오수 본인조차 자신을 용서하지 못했는데, 누군가에게 상처를 위로받는다는 건 예상치 못했다. 그런데 위로받고 있었다. 얼어붙은 오수의 과거를 따뜻하게 녹인 오영의 위로.
‘그 겨울, 바람이 분다’ 7회에 등장한, 오영의 위로와 오수의 눈물은 명장면으로 손색없다. 내용도 감동이었고, 이를 표현한 조인성-송혜교의 연기도 뛰어났다. 특히 조인성의 눈물연기는 인상적이다. 단순히 오영에게 위로받은 오수의 눈물이 감동을 자아냈기 때문만이 아니다. 드라마 그겨울 조인성의 눈물연기는 매번 화제를 부른다. 왜 일까. 조인성이란 배우의 눈물연기가 그겨울 ‘오수’ 캐릭터의 감정 그리고 변화의 동선을 따라 매번 다르게 표현되기 때문이다.
‘그겨울’ 2회에서 문희선(정은지)이 오수에게 물었다. 너같은 양아치가 살고 싶은 이유가 있냐고. 이에 오수는 살아야 할 이유가 없는 사람은 살면 안 되는 거냐고 반문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의 눈물속에 쓸쓸함이 묻어난다. 그 때 오수는 살아야 할 이유가 없었다. 엄밀히 말하면, 오수는 살아야 할 ‘이유’를 찾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살아야 할 이유는 곧 ‘희망’을 의미하고, 행복이란 바램을 담는다. 그것은 죽은 희주에게 배신이다. 자신에 대한 불편한 용서가 된다.
즉 희선의 질문과 오수의 대답속엔, 불쌍하게 죽은 희주를 생각해서라도, 오수가 쉽게 행복을 찾거나 바라면 안 된다는 일종의 암묵적 공감대가 숨을 쉰다. 그래서 오수는 살아야 할 ‘이유’를, 행복을, 희망을 쉽게 품거나 말하지 못한다. 대신 숨쉬니까, 눈뜨니까 살고, 삶의 이유따윈 없어도 ‘살고 싶다’며 마른 눈물만 흘린다. 그래서 더 오수의 눈물이 안타깝고 쓸쓸하다.
물론 희선도 오수가 희주에 대한 죄책감에, 술-여자-도박 등으로 인생을 무의미하게 낭비중임을 알고 있다. 하지만 오수의 방법은 옳지 않다. 죽은 희주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희선은 죽은 언니 희주의 몫까지 짊어진 오수에게 살아야 할 ‘이유’를 묻는다. 어떻게 희주에 대한 ‘죄책감’을 덜어내고 극복할 것인가.
‘그겨울’ 5회에서 오수가 덜어내지 못한, 극복할 수 없는 죄책감은 보다 구체화된다. 조무철(김태우)이 오수를 살인자 취급했다. 사랑해준 여자와 뱃속의 아기를 죽게 만든 살인자라고. 이에 오수는 그 때는 자신조차 돌보기 힘든 열아홉이었고, 나를 닮은, 불행을 닮은 아이가 태어날까봐 무서웠다며 눈물을 흘렸다. 또 희주가 그렇게 사고로 세상을 떠날지도 몰랐다고.
조무철앞에서 흘린 오수의 눈물은 찌질했다. 오수는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지만 조무철의 말대로 변명처럼 들렸다. 오수의 숨통을 끊고자 기회를 엿보는 조무철에게, 오수가 굳이 변명처럼 들릴 속내를 털어놓을 필요가 있을까. 어린 애마냥 찌질하게 울어가면서까지. 그건 아마도 장소가 희주의 무덤앞이었고, 희주의 기일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열아홉 그 시절로 돌아가 희주에게 용서받고 싶은 오수가, 무철이 아닌 희주에게 속내를 털어놓은 것 같았다.
‘그겨울’ 6회에서도 조인성은 울었다. 오영이 아무도 믿을 수 없다고, 오빠 너(오수)만은 믿어도 된다고 답해달라며 눈물을 쏟았다. 그런 오영을 보며 오수는 눈물을 흘리며, 오빠는 믿어도 된다고 그녀를 강하게 안아주었다.
그 때 오수는 왜 울었을까. 오수가 오영에게 오빠를 믿으라고 말한 건 거짓말이다. 대신 오수의 눈물은 진실이다. 즉 오수의 머리(말)는 ‘거짓’을, 마음(눈물)은 ‘진실’을 나타낸다. 오수의 혼란, 내적갈등이 심화된 상황이었고, 오영을 대하는 오수의 행동에 적극적인 변화(사랑)를 예고하는 눈물이었다. 그래서 자고 있던 오영에게 키스를 하려고까지 했다. 키스로 인해 자신의 신분이 오영에게 노출될 수 있었음에도.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오영 역에 송혜교는 매회 눈물을 흘린다. ‘그겨울’의 장르가 멜로드라마고, 극중 오영은 여주인공이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오수 역에 조인성도, 송혜교 못지않게 거의 매회 눈물을 흘린다. 아무리 멜로드라마지만 남자주인공이 조인성처럼 자주 우는 경우는 드물다. 드라마 속 남자주인공이 자주 눈물을 보이는 건, 자칫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드라마 ‘그겨울’ 속 주인공 오수의 잦은 눈물은 이해를 동반한다. 오수의 눈물이 무조건적 감동유발이 아닌, 캐릭터의 상황이나 감정의 변화를 극대화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눈물의 반복이 줄 수 있는 지루함을 상쇄시키고, 상황마다 매번 다른 눈물과 표현력으로 시청의 몰입도를 높일 줄 아는 조인성의 색깔있는 눈물연기도 칭찬이 아깝지 않다.
그리고 그겨울 조인성의 눈물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오수(조인성)가 오영(송혜교)을 사랑하면서 쏟아야 할 눈물을 생각하면 더욱. 드라마 그겨울 눈물의 여왕 송혜교와 여왕의 남자 조인성. '눈물'을 앞세운 송혜교-조인성은 어느새 O2커플에서 H2O커플로 진화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