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대학가요제가 배출한 스타들

바람을가르다 2009. 9. 26. 07:25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MBC 대학가요제>는 순수 아마추어 음악인인 대학생들의 경연장으로 1977년 첫테이프를 끊은 이래, 지금껏 명맥을 유지하며 젊음과 낭만이 넘치는 축제의 장으로 시공간을 떠나 많은 이들에게 변함없는 사랑을 받았고, 여전히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나 대학가요제를 통해 역량있는 뮤지션들이 많이 배출되었다는 것은, 단순히 축제의 의미를 떠나 한국대중음악의 토양이 되었으며, 스타의 산실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1회가 갖는 상징성을 무시할 수 없다. 일밤의 <오빠밴드>가 연주한 나 어떡해가 바로 샌드페블즈(Sand Pebbles) 1회 때 대학가요제를 통해 대상을 받은 곡이다. 샌드페블즈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면,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의 동아리 밴드로 2009년 현재 36기가 활동중이며, 37기가 막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6기 멤버들이 나 어떡해로 대상을 받은 것이다.

 

재밌는 건 2기의 보컬을 맡은 사람이 현재 SM엔터테인먼트의 대표 이수만이라는 사실이다. 보아, 동방신기, SES,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등 아이돌 시장의 미다스 손인 그가 활동했던 동아리가 샌드페블즈였다. 데뷔는 장미라는 노래로 잘 알려진 그룹 <4월과 5>이며, 이후 솔로로 전향한다. 가수보단 MC로 성공한 케이스가 이수만이고, MC보단 사업. 바로 SM엔터테인먼트로 초대박을 쳤다고 볼 수 있다.

 

 

2회 대학가요제에선 슈퍼스타 심수봉(본명 심민경)을 배출한다.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미워요, 사랑밖에 난 몰라 등으로 세대를 뛰어넘는 히트곡을 낳은 싱어송라이터 심수봉. 당시 자작곡 그때 그 사람으로 출전했으나 상을 수상하진 못했다.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 이란 노랫말로 너무나 유명한 이 노래가 대학생이 부르기엔 부적절했다는 이유로 낙마했던 것이다. 그녀는 이를 딛고 가수로 데뷔하여 정상에 오른다. 그러나 그 유명한 10.26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1981년까지 방송출연금지 조치를 당한 후, 복귀 후에도 예전의 포스를 보여주지 못하는 아쉬움을 낳는다. 

그녀와 같은 무대에 섰던 노사연은 돌고 돌아 가는 길로 금상을 받은 뒤, 넘치는 끼로 예능에서 빛을 보다가 만남으로 화려하게 부활. 연말대상까지 수상한다. 우스개소리로 10년에 한번씩 대박을 터트린다는 그녀. ‘만남이후 소식이 없다. 재밌는 건 가수는 자기 노래를 따라간다고 하는 말이 있는데, ‘만남덕분인지는 몰라도 이무송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아들까지 낳았다. 그녀가 결혼하기 전까지만해도 대중들은 평생 노처녀의 아이콘으로 그녀가 독신을 고집할 줄 알았던 터라, 이무송과의 결혼발표는 서프라이즈. 여하튼 만남은 그녀에게 운명이었음이 분명하다.

 


 

 

대학가요제 2회는 질과 양에서 많은 스타를 배출하는 데, 최근 지드래곤의 팬들에게 몸살을 앓는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DJ 배철수도 이 때 출현했으며, 그룹 활주로에 참여해 '탈춤'을 불러 은상을 수상했다. 79년 송골매를 결성한 후 보컬 및 드럼을 담당했으며, 82년 구창모가 소속된 블랙테트라 멤버들을 영입한 뒤 기타 주자로 나선다. 송골매는 '모두 다 사랑하리', '어쩌다 마주친 그대' 등을 히트시켰으며, '희나리'로 유명한 보컬 구창모가 솔로로 전향한 뒤에도 그는 여전히 송골매에 남아 리더로 활동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바로 최수종의 누나와 결혼한 조하문. 그룹 마그마 출신으로 4회 때 '해야'를 불러 은상을 받았으며, 이후 솔로로 전향한다. 조하문은 '내 아픔 아시는 당신께', '이밤을 다시 한번' 등을 히트시킨 전형적인 라디오스타다. TV에는 거의 얼굴을 내비치지 않는 요즘 말로 얼굴없는 가수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수활동이 뜸해지자 최재성, 고현정 주연의 <두려움 없는 사랑>이라는 드라마에 출연하기도 했다. 당시 비중있는 조연으로 그의 발연기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그의 히트곡 이 밤을 다시 한번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이 가을에 정말 어울리는 곡이 아닐까 생각한다. 가요 프로그램에서 1위를 하진 못했으나 꾸준히 방송을 타던 스테디 셀러라고 할 수 있다. 당시에는 가수가 TV 출연을 하지 않으면 1위는 불가능했다. 이문세가 故이영훈의 곡을 받아 수많은 히트곡을 양산했지만 가요순위 프로그램과 인연이 닿지 않았던 것도 앨범을 내고 방송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오직 <별이 볓나는 밤에>를 통해 이문세와 만날 수 있었다. 물론 그도 90대 중반 이후 <일밤>에 MC로 활약하게 되지만 말이다. 

현재 조하문은 목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목사 조하문이라 언뜻 감이 잡히진 않지만, 그의 목소리를 떠올리면 어울릴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그의 주옥같은 노래를 브라운관이든 공연장이든 다시금 만날 수 있었음 한다.

이들 외에도 
90년대 초반까지 MC로 종횡무진했던 임백천이 대학가요제 출신이며, SG워너비가 리메이크한 꿈의 대화는 대학가요제 4회 대상곡으로 이범용, 한명훈이 불렀다. 또한 9회 대상곡인 <높은음자리>바다에 누워’는 가요제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많은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198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연이어 대형 뮤지션들이 대학가요제에 등장한다. 넥스트의 신해철, 공일오비의 정석원, 전람회의 김동률.

다음 포스트에서 다루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