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랄라세션 임윤택 사망, 연예인 자살에 경종을...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위암 4기로 암투병중에서도 활동을 멈추지 않았던 그룹 울랄라세션(임윤택-김명훈-박승일-박광선-군조)의 리더 임윤택이, 11일 오후 8시 30분 경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끝내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임윤택의 갑작스런 사망소식이 알려지자, 수많은 네티즌은 충격속에 그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울랄라세션 임윤택, 그가 누구길래 많은 사람들이 이토록 슬퍼하는가.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슈퍼스타K3가 낳은 작품 울랄라세션을, 그리고 ‘임단장’ 임윤택을. 음악이 하고 싶고 가수가 되고 싶은 모든 이에게 문을 활짝 열어준 대국민 오디션 '슈퍼스타K'를 통해 알려진 울랄라세션. 신중현의 ‘미인’, 박진영의 ‘스윙베이비’ 등의 곡을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멋지게 소화해 눈길을 사로잡았던 그들. 그리고 대중은 선택했다. 슈스케3의 최고는 울랄라세션, 당신들이라고.
덕분에 그룹 울랄라세션은 아름다운 밤, 굿바이데이 등 그들의 앨범을 통해, 더 이상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의 자격으로 대중과 호흡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과정은 슈스케3마냥 순탄치 않았다. 때론 슈퍼스타K가 배출한 최고의 물건이라 꼽히는 장범준의 ‘버스커버스커’와 자주 비교될 수밖에 없었고, 울랄라세션의 슈스케3 우승마저 비꼬는 사람들도 있었다. 임윤택이 있었기에 우승이 가능했다고. 엄밀히 얘기하면 위암말기를 선고받은 임윤택이란 환자가 있었기에.
심지어 위암 4기라는 지독하고 무서운 병마와 매일 싸워야 하는 임윤택을 향해, 위암은 거짓말이다, 임윤택의 병은 쇼다, 사기꾼이다라는 악성루머가 일부 네티즌을 통해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됐다. 참 슬픈 일이다. 어쩌면 임윤택이 겪었던 병보다 무섭고 지독한 병이, 울랄라세션과 임윤택을 아프고 고통스럽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임윤택이 이혜림씨와 결혼을 발표했다. 그리고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딸 리단양을 낳았다. 임윤택이 행복하길, 임윤택의 가정이 행복하길 많은 네티즌들이 축복하고 응원했다. 동시에 결코 적지 않은 이들이 임윤택을 비난했다. 속도위반을 비난하고, 무책임함을 비난했다. 결혼, 아이, 가정. 절대 임윤택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일을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성인인 그에게, 막말섞인 비난을 쏟아내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임윤택은 무책임하지 않았다. 누가 그를 집안의 가장으로서, 아내의 남편으로서, 딸의 아버지로서, 감히 무책임하다고 쉽게 말할 수 있는가. 암투병중에도 울랄라세션을 포기하지 않았다. 죽음의 문턱에서도 4집 앨범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사랑하는 가족도, 좋아하는 음악도, 아껴주는 팬들도,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임윤택의 사망소식이 슬픈 것이다. 무책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살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살아있음을 감사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절망이 그림자처럼 늘 그의 뒤를 쫓아 다녔지만, 희망이란 빛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사망 소식이 안타깝고 더 없이 슬픈 것이다.
간혹 예상 못한 연예인의 자살소식이 대중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매스컴은 해당 연예인이 왜 자살했는지에 대해 분석한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에도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살이란 순간적이고 극단적 선택이, 대중에게 친숙한 연예인이란 이유로 종종 미화될 땐 거부감이 들곤 한다. 이유를 불문하고 자살이야 말로 가장 비판받아야 할 선택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본인이 감당하기 힘든, 고통과 시련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지금이 힘들다고 해서, 아프다고 해서, 주어진 삶을 자살이란 선택으로 포기하는 것이야말로 무책임한 것이다. 살아있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다. 좋아할 수 있는 것이다. 미워할 수 있는 것이다. 아파할 수도 있고, 힘을 낼 수도 있는 것이다. 내가 살아있기 때문에, 시시각각 변할 수밖에 없는 감정은 느끼고 감당해야할 몫이다.
인간은, 삶은 유한하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죽음과 마주한다. 언제 죽을 진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내일이 아닌 오늘을 산다. 오늘이 아무리 행복해도 오늘이고, 오늘이 아무리 불행해도 오늘이다. 내일 일은 모르는 거니까. 그래서 오늘을 잘 살아야 한다. 오늘을 잘 견뎌야 한다.
하지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인지라, 당연히 내일이 올 거라 믿는다. 내일이 온다는 가정아래 오늘을 소비한다. 그래서 의미 없는 하루를 보내곤 한다. 지금 누리는 행복에 만족하지 못하곤 한다. 지금 느끼는 불만을 참지 못하곤 한다. 상대방에게 쉽게 상처를 입히곤 한다. 아픔을 견디지 못하곤 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자살이란 극단적 선택을 하곤 한다.
임윤택은 우리가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 또 다시 깨우친다. 위암말기라는 병마의 고통, 매순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죽음이라는 공포속에서도, 자신이 살아있음에 감사할 줄 알았고, 행복할 줄 아는 오늘을 살았다. 힘든 상황속에서도 그가 꿈꾸고 즐겨왔던 음악을 포기하지 않았다. 가정을 꾸리고 또 지키기 위해 누구보다 삶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올해 나이 33세. 울랄라세션의 임윤택은 가요계에 커다란 족적을 남길 만큼 가수로서 많은 활동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최선을 다해 오늘을 살았다. 그것만으로도 그는 대중에게 강한 울림을 남겼다. 힘든 현실을, 오늘을 극복하지 못하고 자살이란 무책임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연예인들이, 사람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길 바란다. 베르테르효과니 뭐니 하는 말들이 사라지길 바란다. 많은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쏘아올렸던 슈스케3의 슈퍼스타 임윤택, 그가 대중의 가슴속에 오랫동안 기억되길 바라는 또 다른 이유다.